"中부품 쓰지 말랬지"...美 보조금 받는 전기차 절반으로 뚝
올해부터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는 전기차 차종이 확 줄어든다. 중국산 배터리 부품을 사용한 차량에 혜택을 주지 않는 미국 정부의 규정이 더욱 엄격해진 탓이다. 중국과 합작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국내 업계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올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 차종은 19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총 43개 차종이 보조금을 받았던 것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수치다.
IRA 세액공제 혜택은 최대 7500달러(약 975만원)에 달해 완성차 업계에 중요한 사안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가격 경쟁이 최근 심해진 데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자동차 시장이라서다.
올해 보조금을 받는 차종이 대폭 줄어든 것은 미 정부의 중국 견제가 더욱 거세졌기 때문이다. 미 정부는 지난 2022년 IRA 법안(8월 발효)을 마련하며 북미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 미국이나 FTA 체결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핵심 광물을 일정 기준 이상 사용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준다고 명시한 바 있다.
그러면서 ‘외국 우려 기업’(Foreign Entity Of Concern, FEOC)에서 배터리 부품과 핵심광물을 조달한 전기차는 아예 혜택 대상에서 제외했는데, 지난달 관련 세부지침을 발표하며 파장이 일었다. 중국 측 지분율이 25% 이상인 합작사를 죄다 FEOC로 지정한 탓이다. 사실상 중국이 조금이라도 얽혀 있는 기업의 제품은 쓰지 말라는 압박이다.
이에 따라 올해 미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브랜드는 쉐보레(2개)·크라이슬러(1개)·포드(3개)·지프(2개)·테슬라(5개) 등 일부에 불과하다. 폭스바겐 ID.4, 테슬라 모델3 후륜구동 등 여러 인기 모델이 세액공제 대상 차량 목록에서 제외됐다.
완성차 업체들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향후 지급 요건을 맞출 수 있도록 공급업체와 협력하고 있다"(닛산) 등의 짧은 반응만 나왔다. 현대차의 경우 이미 지난해 3월 IRA 세부지침이 발표되며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당장 국내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완성차·배터리 관련 업체들은 예의주시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을 비롯한 K-배터리 업계가 소재·광물의 핵심 공급처인 중국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지난해부터 합작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현재 이들 업체는 합작법인 지분 조정, 공급처 확대 등 관련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미 재무부는 이날 발표를 두고 "자동차 제조사들은 구매자들이 계속해서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공급망을 조정하고 동맹국과 협력하며 일자리와 투자를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완성차업체가 제출하지 않은 자료가 있어 향후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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