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달라졌다…삼성 "인구 변화 고민을" 롯데 "AI 수용성 중요"
‘경쟁력을 확보하고’ ‘고객을 중심으로’… 기업 대표들의 신년사는 대체로 정석을 따르지만, 달라진 시대의 흐름과 기업의 고민이 행간에 담긴다. 2024년 청룡의 해, 국내 주요 기업 수장들은 ‘전례 없는 인구 구조’를 고민하며 ‘AI 시대의 퍼스트무버’가 되자고 다짐하면서도 ‘대출 의존도를 줄이자’고 강조했다.
인구 구조 반영하고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2일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초격차 기술 등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으로 추진하자”며 ‘AI/Eco/라이프스타일 이노베이션 등 미래 변화 대응력 확보’와 ‘강건한 기업문화 구축’을 당부했다.
한 부회장은 특히 “과거에 없던 인구 구조와 세대 변화로 소비자가 달라지고 있는 시기”라며 “단순한 기능 개선을 넘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의 발굴이 더욱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날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도 신년사에서 “1∼2인 가구 증가로 장보기 수요가 마트에서 편의점·수퍼마켓으로 이동한다”며 “고객 변화에 중심을 둔 사업구조 혁신”을 주문했다.
지난해 11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청년세대(만 19~34세)는 우리나라 총 인구의 20.4%를 차지하는데, 2050년에는 11%로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이들 중 81.5%는 미혼이다.
‘절실함’ 회복하며
‘초유의 위기’와 ‘초 불확실성의 시대’도 언급됐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세계 경제가 초불확실성 시대에 돌입했다”며 “각 사업의 핵심 역량을 고도화하고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도록 사업 구조도 과감히 개편해 달라”라고 주문했다. 조현준 효성 회장도 이날 신년사에서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최고조에 달할 한 해"라며 “중국, 인도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철저히 대비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그룹은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라며 팬데믹 이후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한 사전 준비가 부족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룹의 핵심 가치인 ‘온리원(ONLY ONE) 정신’ 재건“과 “임직원 모두의 절실함 회복”을 당부했다.
지난 성공도 다시 보면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열악한 경영환경이 예고된다”며 “그룹 사업 전반의 지난 성과가 시장의 변화에 힘입은 것은 아닌지 냉철히 바라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비우호적 환경에서도 시장의 거센 파도를 거뜬히 넘을 수 있는 혁신”을 만들자며 “스스로 혁신하는 그레이트 챌린저(Great Challenger)가 되자”고 다짐했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좀 더 구체적인 주문을 내놨다. 우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한 때 잘나가던 기업들이 한순간 파산하는 이유는 과도한 부채 때문”이라며 “대출의존도가 낮은 기업은 절대로 망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파산 기업을 반면교사 삼아 재무구조를 탄탄히 하자는 것.
AI, 피할 수 없으면 즐기자
지난해 신년사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많이 언급됐다면, 2024년 신년사에는 인공지능(AI)이 급부상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재해 방지를 위해 AI, 사물인터넷(IoT)와 같은 스마트솔루션을 적극 활용하자”라고 말했고, 신동빈 롯데 회장은 “이미 확보된 AI 기술을 활용해 업무 전반에 AI 수용성을 높이자”며 ’AI 트랜스포메이션’을 주문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는 “SK하이닉스는 AI 시대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라며 “기술 개발과 시장 확대에 바탕한 AI 혁신을 주도하자”라고 신년사에서 말했다. 이 회사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 증가로 지난해 분기별 적자를 줄여왔고, 일부에서는 4분기 흑자 전환도 예상한다. HBM은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장착하는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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