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칼럼]美 Fed, 더 늦기 전에 금리 인하해야
코로나 후 구인난 겪은 기업
감원 대신 초과근무 시간 단축
노동시장 견고하다는 환상 불러
중앙銀 통화정책 완화 늦추면
경기침체 위험은 커질 것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최근 정책 입안자들이 금리를 언제 인하할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길들여지고 있다는 데 대한 중앙은행의 자신감을 드러낸다. 나는 Fed가 일찌감치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Fed와) 같은 이유 때문은 아니다.
파월 의장은 차입비용을 필요 이상으로 높게 유지함으로써 인플레이션의 ‘라스트 마일(last mile·도착지까지 최종 구간)’을 억지로 뚫고 나가기 보다는 경제를 침체 위험으로 몰아넣게 될 상황을 우려해야 한다. 현재 노동시장이 악화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내 말을 오해해서는 안된다. 실업률은 현재 3.7%로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에 가깝고, 경기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의 GDP 나우 지수에 따르면 4분기 성장률은 2.68%로 매우 견고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경제의 다른 많은 부분과 마찬가지로 노동시장의 ‘플레이북(playbook)’은 바뀌었다.
특히 실업과 국내총생산(GDP)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오쿤의 법칙(경제가 성장하면 실업률이 하락하고 고용이 증가한다는 명제)’은 지난 3년간 예측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실업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GDP는 1.5%포인트 성장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경제학자들은 최근 연구를 통해 이 같은 상관관계가 2020년 후반 깨졌다고 밝혔다. GDP는 팬데믹 초기의 충격에서 빠른 속도로 회복됐지만 실업률이 예상보다 훨씬 더딘 속도로 하락한 것이다.
우리는 그 이유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 팬데믹발(發) 위협은 대규모 재정 부양, 고용 혜택을 낳았고 이는 근로자들이 노동시장으로 복귀하는 것을 늦췄다. 기업들은 팬데믹 초반 근로자들을 해고했지만 이후에는 채용을 확대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럼에도 경제활동참가율은 현재 62.8%로 팬데믹 이전 수준인 63.3%보다 낮다.
노동력이 필요한 기업들의 구인건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근로자 한 명당 구인건수는 3건으로 기록적인 수준을 넘어섰다. 2021년까지 일자리를 바꾸려는 근로자, 특히 생산직 근로자의 임금은 더 많이 치솟았다. 기업들로서는 기존 근로자의 초과근무 확대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고, 이에 따라 근로자들의 평균 주간 근무시간 역시 1990년대 이후로 볼 수 없는 수준까지 증가했다.
극도로 타이트했던 고용시장이 완화되기 시작한 것은 2022년부터다. 인플레이션 상승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소비자 수요가 둔화됐다. GDP는 2022년 1분기와 2분기 하락했고 이는 전미경제연구소(NBER)에서 공식화하지 않았더라도 경기침체의 일반적인 정의를 충족했다. 오쿤의 법칙에 따르면 이같은 성장률 하락은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실업률은 1월 4%에서 반년 후 3.5%로 하락했다. 왜일까. 직전 연도 감원 이후 어려움을 겪은 기업들이 또 다시 감원에 나서는 것을 기피하게 된 것이다. 대신 초과근무 시간이 단축됐다.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2021년 1월 34.5시간으로 정점을 찍은 후 꾸준히 감소해 현재 33.8시간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전체 근무시간이 3% 감소했음을 뜻한다. 초과근무 시간 단축 대신 해고가 이뤄졌다면 실업률은 2021년 1월 6.3%에서 현재 6.7%로 상승했을 것이다. 하지만 실업률은 2022년 2월 이래로 4% 아래로 유지되고 있다. 1960년 이후 가장 긴 기간 동안 이 같은 실업률을 유지함으로써 노동시장이 견고하다는 환상을 불러일으켰다.
문제는 이제 근무시간을 더 이상 줄일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팬데믹 이전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33.6~33.8시간이었다. 지금도 이와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내려왔다. 근무시간이 정상화된 상황에서 만약 성장이 둔화된다면 기업들은 해고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구인건수 데이터가 장기 추세로 돌아오며 이 같은 우려는 사실로 입증되고 있다.
돌이켜 보면 근무시간 증가와 기록적인 구인건수 모두 분명히 팬데믹 이후 경제를 지배하게 된 새로운 플레이북을 반영하고 있다. 명확히 말하자면 새로운 플레이북은 최근 몇달간 Fed에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중앙은행이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사실이 그렇다. 보다 세부적으로 말하면 실업률의 고통스러운 상승이나 경기침체 악화 없이 물가 상승률을 떨어뜨렸다.
경제학자들은 이처럼 ‘공짜’로 보이는 결과 때문에 Fed가 (인플레이션 둔화라는) 임무 완수를 선언한 뒤 금리 인하에 착수하려는 자만심에 빠질 경우 심판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말 우려되는 것은 플레이북이 새로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실업률 상승은 다시 위협이 되고 Fed가 상황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인플레이션이 처음 치솟았을 때처럼 뒤처지는 상태에 놓일 것이다. 따라서 파월 의장이 2024년초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은 옳았다. Fed는 지나간 규칙을 따르는 반대론자들 때문에 (금리 인하를) 저지당해서는 안된다.
칼 W. 스미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이 글은 블룸버그의 칼럼 'Fed Rate Cuts Must Come Sooner Rather Than Later'를 아시아경제가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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