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이재명 경정맥 손상 의심"…서울대병원으로 헬기 이송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부산 방문 일정 도중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으로부터 흉기 공격을 당했다. 이 대표는 목 부위에 상처를 입고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 외상센터로 옮겨져 응급 치료를 받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고, 모든 당 일정을 취소하고 비상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부산 가덕도였다.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이 대표가 이날 10시 27분쯤 취재기자들과 문답을 주고받던 중 60대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이 대표에게 사인을 요청하며 다가갔다. 해당 남성은 이 대표 지지자인 양 ‘나는 이재명’이라고 적힌 머리띠를 쓰고 손에는 ‘총선 200석’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당 관계자가 접근을 제지하자, 이 남성은 곧바로 약 20㎝ 길이의 흉기를 꺼내 이 대표를 찔렀다. 그 자리에서 쓰러진 이 대표의 목 부위엔 피가 흘렀다. 이후 119 구급대가 출동해 이 대표를 병원으로 후송했다. 이 대표는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경찰은 가해자를 현장에서 체포해 부산 강서경찰서에서 조사 중이지만, 아직 신원과 범행 동기는 파악하지는 못한 상태다.
총선을 99일 앞두고 발생한 피습 사건에 민주당은 곧장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부산대병원에서 개최한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이재명 대표에 대한 테러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어떠한 경우에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경찰이 이 사건을 한 점 의혹 없이 수사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부산대병원서 응급 치료를 받은 이 대표는 오후 1시쯤 부산소방 헬기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현재 환자 상태는 경정맥 손상이 의심되고 있다. 의료진에 따르면 자칫 대량 출혈이나 추가 출혈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서울대병원 후송 후 신속하게 수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앞서 사건 발생 직후 소속 의원들에 보낸 공지문을 통해 “대표의 상태와 당 운영 관련 사항들은 지도부와 신속하게 파악 및 협의하여 보고드리도록 하겠다”며 3일 오전 10시 30분 비상의원총회를 소집했다. 홍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에 “쾌유를 비는 발언 이외에 사건에 대한 정치적 해석이나, 범인에 대한 언급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대표의 피습 소식을 듣고 이 대표의 안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윤 대통령은 경찰 등 관계 당국에 “신속하게 진상을 파악하고, 이 대표의 빠른 병원 이송과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라”라고도 지시했다고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어떠한 경우에라도 이러한 폭력 행위를 용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제1야당 대표가 흉기 테러를 당했다.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며 이번 사건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김 의장은 역시 이 대표의 쾌유와 경찰의 신속한 수사를 당부했다.
여야 정치인들도 일제히 피습 사건을 규탄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민의힘 대전시당 신년인사회에 앞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사회에서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생긴 것”이라며 “수사 당국은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해서 전말을 밝히고 책임 있는 사람에게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충격과 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며 “부디 부상이 크지 않기를, 어서 쾌유하시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폭력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 현장에서 체포된 피의자를 철저히 조사하고 처벌해 폭력이 다시는 자행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속한 ‘원칙과 상식’도 “피습 소식에 충격과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어떤 이유로든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으며 용서받을 수 없는 민주주의의 적”이라며 이 대표의 쾌유를 빌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신년 첫날부터 이 대표가 흉기에 찔려 부상을 당하는 증오의 정치시대를 열었다”며 “총선을 앞두고 진영대결이 막 시작되는 시점에 발생한 이런 사태는 나라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신호탄 같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증오의 정치, 독점의 정치, 극단적인 진영대결의 정치가 낳은 비극”이라며 “서로가 서로를 증오하고 죽고 죽이는 검투사 정치는 이제 그만 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의당은 “정치인이라는 이름을 떠나 한 명의 준엄한 존재로서 당해서는 안 될 일, 겪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김준우 비상대책위원장)고 밝혔다. 신당 새로운선택은“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극단적 행동과 경향성들을 즉각 자제해야 한다”며 “정당과 진영을 떠나 함께 결단하고 노력해야 한다”(조성주 공동대표)고 강조했다.
오현석 기자, 부산=김정재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나은 "이강인과 지인 사이"...열애설 일축하며 한 말 | 중앙일보
- 막내딸만 남은 날 떠난 노모…임종 보는 자식은 따로 있다 | 중앙일보
- [단독] 이재명 피습, 계획범죄 의심…"지난달 부산 방문때도 접근" | 중앙일보
- “로켓은커녕 취해서 잔다” 프랑스 회사 뒤집은 한국인 낮술 | 중앙일보
- "일장기야 태극기야…정말 모욕적" 분노 부른 프랑스 뉴스 | 중앙일보
- 용의자 '내가 이재명' 적힌 왕관 쓰고 공격…"사인해달라"며 접근 | 중앙일보
- 박민영, 전 남친 논란에 사과 "내내 후회…정신과 검사도" | 중앙일보
- 끼니는 미숫가루·알파미…백두대간 종주, 700km 직접 걷습니다 [호모 트레커스] | 중앙일보
- 장범준 "죄송합니다"…콘서트 예매 표 전체 취소 결정, 무슨 일 | 중앙일보
- 한동훈 효과 까먹는 윤 정부 vs 정부심판론 까먹는 이재명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