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야구가 너무 좋다" 몬스터즈가 고백하는 애증의 야구

이준목 2024. 1. 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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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JTBC <최강야구>

[이준목 기자]

"최강야구를 하면서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야구장이라는 거, 가장 어울리는 옷은 야구 유니폼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가장 좋아하고, 가장 사랑하고, 또 가장 미운, 그런 야구를 계속 할 수 있어서 오늘 너무 행복하다."

눈시울을 붉히며 전한 캡틴 박용택의 뜨거운 진심이 곧 몬스터즈라는 팀의 존재 이유를 가장 설명해준 장면이었다.

'최강 몬스터즈'가 최종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2024시즌 제작을 확정지었다. 1월 1일 방송된 JTBC 야구예능 <최강야구> 73회에서는 최강 몬스터즈와 대학 올스타의 시즌 31차전의 결과가 밝혀졌다.

이날 경기 전까지 21승 9패를 기록한 몬스터즈는 대학 올스타와의 마지막 경기 결과에 따라 프로그램 존폐가 걸려있는 '단두대 매치'였다. 직관으로 치러진 이날 경기를 앞두고 몬스터즈 선수들은 어느 때보다 비장한 각오를 드러내며 그야말로 필승의 다짐으로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주장 박용택은 1회부터 투런 홈런을 작렬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시즌 내내 찬스 때마다 부진한 모습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던 정의윤은 이날 5번 타순에서 4연속 안타를 때려내는 인생 경기를 펼쳤다. 이대호를 제외하고 선발 전원 출루에 성공한 몬스터즈는 13안타 7볼넷을 얻어낸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워 일찌감치 6회까지 7-0으로 점수차를 벌리며 승기를 잡았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신재영(7이닝 2실점 1자책)이 7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호투했다.

대학 올스타는 이날 경기를 위하여 각 대학에서 최고의 선수들을 뽑아 2박 3일간 합숙 훈련까지 진행했으나, 아무래도 손발을 맞춘기간이 짧다보니 선수들간 호흡이나 송구-콜플레이 등에서 좀처럼 잘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선수 구성에 비하면 아쉬운 경기력을 드러냈다. 그나마 8회에 힘이 떨어진 신재영을 공략하며 연속 안타로 2점을 뽑아내면서 마지막까지 승부를 포기하지 않는 투지는 돋보였다.

몬스터즈는 8회 두 번째 투수 이대은(2이닝 1피안타 2K 무실점)을 마운드에 올리며 남은 2이닝을 추가 실점없이 잘 틀어막았다. 9회초 2사에서 이대은이 대학선발의 마지막 대타 김현도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마침내 몬스터즈는 시즌 22승과 7할 승률 달성에 성공했고 동시에 시즌3(2024시즌) 제작도 확정되는 경사를 맞이했다.

승리가 확정된 순간 몬스터즈 선수들은 모두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환호했다. 주장 박용택은 직접 몬스터즈를 상징하는 깃발을 들고나와 모든 선수들과 함께 마운드 위에서 자축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경기를 중계하던 정용검 캐스터도 승리가 확정되자 감격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눈물을 쏟아냈다. 김선우 해설위원은 "막판에 연패에 빠졌을 때는 새 시즌이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결국 우리가 해냈다"라며 총평하며 뿌듯해했다.

단장인 장시원 PD는 2024시즌 확정을 기념하는 트로피를 김성근 감독에게 전달했고 몬스터즈 선수들과 팬들이 함께하는 또 한 번의 기념 세리머니가 펼쳐졌다. 선수단은 깃발을 흔들면서 그라운드를 천천히 돌며 한 시즌간 성원해준 관중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고, 팬들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몬스터즈의 목표 달성을 축하했다.

경기가 승리로 끝나자 비로소 긴장이 풀린 듯 긴 한숨을 내쉰 김성근 몬스터즈 감독은 "여기 오늘 운동장에 온 분들,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이 순간이 굉장히 즐거운 순간이었지 않나 싶다. 이 순간을 만들 수 있었고, 같이 할 수 있었다는 게 중요하지않나 싶다"는 소감을 남겼다.

경기 후 진행된 MVP는 박용택, 정의윤, 신재영 3명이 공동으로 수상했다. 그리고 한 시즌 동안 묵묵히 음지에서 선수단을 위하여 헌신한 이광길 코치와 오세훈 트레이너가 이날의 특별 MVP로 추가됐다.

또한 제작진은 몬스터즈 선수단의 가족들을 위하여 편지와 꽃다발-인형 세트까지 준비하는 센스를 선보였다. 제작진은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몬스터즈 선수단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야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라는 자막을 덧붙이며 훈훈한 감동을 선사했다.

본방송이 끝난 후 유튜브 채널을 통하여 공개된 몬스터즈의 회식에서는 그동안 못다한 선수들의 속마음이 공개됐다.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선수단의 끈끈한 팀워크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주장 박용택은 "주변에 최강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종종 '너네는 불화 같은 거 없어?'라고 물어본다. 그럴 때마다 '진짜 아무 것도 없다. 그래서 애들한테 너무 고맙다'고 한다"라며 선수들의 끈끈한 케미를 자랑스러워했다.

이대호는 "현역 때는 누가 앞에서 홈런 치면 짜증나고 집중이 안 되는데, 오늘은 용택 형이 홈런을 치니까 너무 좋더라. 그게 한 팀인 거다. 야구는 팀운동이니까 내가 못해도 팀이 이기면 좋은 거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이대호는 "또 유니폼을 입으니까 지는 건 싫더라"면서 아직도 현역같은 승부욕을 드러냈다.

몬스터즈 최고의 포커페이스로 유명한 정성훈은 이날은 경기 후 인터뷰를 하다가 울컥했다는 의외의 일화를 고백했다. 정성훈은 "나는 원래 감정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최강야구를 하면서 점점 감정이 생기는 내가 웃기게 느껴지더라"며 스스로의 변화에 놀라워했다.

이야기를 듣던 장시원 PD는 "사랑과 증오가 다른 말이 아니더라. 너무 좋아하는데 너무 싫은 감정"이라며 애증과도 같은 중독적인 야구의 매력을 언급했다. 이에 정성훈은 "야구를 진짜 너무 좋아한다"고 강조하며 은퇴를 해도 변함없이 뼛속까지 야구쟁이의 면모를 드러냈다.

어떤 야구협회에도 등록되지 않은 TV속에서만 존재하는 구단, 자의반 타의반으로 유니폼을 벗어야 했거나 혹은 프로의 꿈을 아직 이루지 못한 선수들로 이루어진 구단임에도, 오직 야구에 대한 그들의 진심과 열정이 팬들을 감동시키고 프로구단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는 이유를 선수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대신 설명해준 장면이었다.

목표달성에 성공한 몬스터즈지만 아직 2023시즌 일정은 끝난 것이 아니다. <최강야구>는 다음주 번외 경기로 잠실야구장에서 단국대와 맞붙는 시즌 32차전이자 마지막 직관 경기를 예고했다. 제작진 이날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2024시즌 몬스터즈 승수에 반영되며 제주도 전지훈련이라는 조건이 추가되어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승부를 예고하여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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