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스라엘·우크라 '올인'…韓관련 결산 국무부 1건·국방부 0건
미국 국무부가 2023년을 결산하는 사진을 모아 공개한 게시물에 한국과 관련된 사안은 단 한 건만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 국방부의 결산 게시물엔 한국과 관련된 사안이 아예 없었다.
이스라엘ㆍ우크라에 ‘올인’한 美외교 역량
중앙일보가 1일(현지시간) 국무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지난해 업무 보고서 성격의 게시물 ‘외교의 초상화(Portraits of Diplomacy)’에 포함된 사진 54건을 분류한 결과 이스라엘과 관련된 사안이 15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우크라이나 관련이 6건이었다.
전체 54건 중 백악관·국무부 회의 참석이나 의회 출석 등 국내 일정 13건을 제외한 41건을 기준으로 하면 두 나라 관련 사안이 절반을 넘는다. 미국이 지난 1년 간 전쟁이 진행 중인 두 지역에 사실상 외교 역량을 총결집했다는 의미다.
특히 하마스의 침공으로 시작된 이스라엘 전쟁과 관련해선 토니 블링컨 장관이 직접 이스라엘을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는 사진을 비롯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긴급 보고 전화 장면, 주변 중동 국가들의 협력을 요청하는 장면 등 다양한 상황을 실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해 10월 개전 닷새만에 이스라엘을 방문해 “하마스의 학살은 이스라엘 유대인뿐 아니라 (세계) 모든 곳의 유대인에게 저지른 것”이라며 “나는 미국 국무장관으로서뿐 아니라 유대인으로서 이스라엘에 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헝가리 출신의 유대인 이민자 가족 출신이다.
“파트너십이 가장 큰 자산”…한국은?
국무부는 지난해 결산 게시물을 공개하며 첫 머리에 “블링컨 장관은 미국의 파트너십을 가장 큰 전략적 자산이라고 부른다”며 “지난해 38만㎞ 이상을 이동하고 20여 개국을 방문해 파트너들을 만났고, 동맹국과의 연대를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동맹국이 중심이 된 다자 외교 무대에서의 활동 장면을 비중 있게 다뤘다. 대부분 유럽 등 미국의 전통적 선진 우방국이 중심이 된 회의체다.
특히 G7 회의 관련 사진엔 영국·캐나다·일본 등 핵심 동맹국 외교수장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담겼다. 국무부가 소개한 다자 협의체 가운데 한국이 직접 관련이 있는 것은 G20이 유일한데, 해당 사진에도 한국은 등장하지 않는다.
한국 관련 사진은 지난해 11월 블링컨 장관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방한했을 때 개인일정을 소개한 사진이 전부였다. 당시 박진 외교장관과의 회담에 이어 윤 대통령의 초청으로 한남동 관저에서 별도 오찬까지 진행됐지만, 국무부는 대통령실 사진 대신 개인 일정 중 자신에게 질문하는 한 소년의 사진을 사용했다.
이는 블링컨 장관이 미국과 첨예한 대결을 지속하고 있는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을 만난 장면이나, 대선의 핵심 이슈로 떠오른 국경 이민자 문제와 관련 멕시코의 알리시아 바르세나 외교장관을 만난 장면을 공개한 것과는 다소 차이가 난다.
北 도발에도…국방부 결산에 韓관련 ‘제로’
미 국방부가 공개한 50건의 결산 사진에는 한국과 관련된 장면이 아예 실리지 않았다.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 속에 한·미 정상회담과 한·미·일 정상의 캠프데이비드 선언 등이 이어지며 가시적인 핵억제력 제공 등 동맹 외교의 성과를 이룬 것과는 온도차가 난다.
미 국방부는 50건의 사진 중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선 독일·폴란드에서 진행한 훈련 장면을 실었고, 이스라엘 전쟁과 관련해선 중동 지역에 파견한 핵추진 항공모함인 아이젠하워함·포드함 전단의 출동 장면을 공개했다.
반면 한국이 포함된 아시아·태평양 지역 방위와 관련해선 한·미 연합 훈련 대신 일본 오키나와와 태국에서 진행된 훈련 장면을 담은 사진이 실렸다.
중앙일보는 이날 미 국무부에 한국 관련 사안이 상대적으로 적게 실린 배경과 한·미 동맹의 중요성에 대한 입장 변화 가능성 등을 질의했지만, 국무부는 아무 답변을 하지 않았다.
美유권자도 의심 품는 ‘올인’ 외교
바이든 정부의 이러한 이스라엘·우크라이나 올인 외교는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 유권자에게도 후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갤럽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37%의 긍정평가를 받은 가운데 경제, 외교, 중동 정책 등 3개 분야에 대한 지지율이 32%로 나란히 전체 항목 가운데 가장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공개된 USA투데이의 여론조사에선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던 히스패닉, 흑인 유권자들의 지지율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지지를 표한 히스패닉 유권자는 34%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록한 39%보다 오히려 낮았고, 지난 대선 때 87%의 지지를 보냈던 흑인 지지율은 63%까지 하락했다.
또 CNBC의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무슬림 지도자들은 바이든 정부의 이스라엘 전쟁 지원을 비판하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낙선 운동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내 무슬림 인구는 345만 명에 불과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59% 가량이 바이든을 지지하면서 대선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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