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美 금리인하·경제 연착륙 기대…2024년 월가는 '소의 해'?
금리 인하 가능성에 올해도 랠리 기대
금리 내려가면 채권 가격 상승
골드만삭스 "올해 채권의 해"
시장 기대감 지나치게 높은 점은 변수
가상화폐는 변동성 커 투자 유의해야
사상 최고가 금, 상승세 계속 전망
"2023년은 자산시장 투자자들이 대부분 실패하지 않은 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자산시장에 대해 "2024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대규모 랠리를 이어갔다"고 평가했다. 주식, 채권, 가상화폐, 금을 따지지 않고서다. Fed가 지난 2년간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종료하고, 인하로 전환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지난해 10월 말부터 자산시장이 크게 들썩인 것이다. Fed가 실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게 될 올해 자산시장은 ‘장밋빛 전망’으로 가득할 수 있을까. 시장에서는 미 경제 연착륙 기대감과 함께 낙관론이 빠르게 번지고 있지만 누적된 긴축 여파가 뒤늦게 나타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공존한다.
◆美 증시 올해도 달리나…연착륙이 관건=투자자들의 시선은 올해 미국 증시가 지난해에 이어 호황을 맞을 수 있을지로 향한다. 지난해 미 증시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기술주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나스닥지수와 S&P500지수는 1년 동안 각각 43%, 24% 올랐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003년(50%) 이후 20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자랑했고,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지난해 1월3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4796.56) 돌파를 목전에 뒀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같은 기간 13% 상승했으며 지난해 12월부터 연일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매그니피센트 7'으로 불리는 빅테크 종목이 주가 상승을 주도한 가운데 지난달 1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제롬 파월 Fed 의장이 2024년 금리인하를 예고하면서 시장이 환호한 여파다. Fed는 당시 FOMC 회의에서 점도표상 내년 연말 금리 예상치를 종전 5.1%에서 4.6%로 낮췄는데, 이는 내년 세 차례 정도의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임을 뜻한다.
올해도 미국 증시가 랠리를 기록할 수 있을지는 미 경제가 연착륙 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관건은 올해 인플레이션이 Fed의 목표치(2.0%)에 도달할 수 있느냐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Fed가 눈여겨보는 11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3.2% 상승했다. 이는 2021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고용시장 과열이 진정되면서 임금 상승률도 둔화하고 있다. 미국의 임금 상승률 지표 중 하나인 장려금 지급을 제외한 고용비용지수는 지난해 3분기 기준 4.3%로 전 분기(4.5%) 대비 둔화됐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물가 상승률이 2024년 말까지 중앙은행 목표치인 2%에 근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JP모건은 "인플레이션이 이 범위를 달릴 때 역사적으로 S&P500지수의 평균 수익률은 약 14%를 달성했다"고 했다.
지난해 연초 전망에서 미 증시 강세장을 맞췄던 소수의 월가 전문가들은 올해도 "강세장이 이어진다"는 전망을 내놨다. 카슨그룹 라이언 디트릭 수석 시장전략가는 올해도 미 증시 강세를 예상했는데, 올해는 기술주가 아닌 지난해 부진했던 종목 중 일부가 낮은 수준의 두 자릿수 수익률을 올릴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소형주, 중형주, 금융주 위주로 보라"고 했다.
◆금리인하 기대감에…"올해는 채권 투자의 해"=Fed의 피벗(pivot·방향전환) 기대감에 미국 국채를 비롯한 채권에 투자하려는 글로벌 투자자 역시 늘고 있다.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은 상승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해 롤러코스터를 탔다. Fed의 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미 정부의 재정적자 및 국채 발행 증가가 겹치면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해 8월 말부터 급등, 10월 말에는 17년 만에 5%를 돌파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둔화,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 발언으로 시장에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빠르게 번졌고 지난해 연말 3.9% 밑에서 마감했다.
골드만삭스 자산관리의 공공 투자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애니쉬 샤는 "인플레이션과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며 "2024년은 채권 투자의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미 국채 투자 수익률이 10%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의 전략가인 이라 F. 저지와 윌 호프먼은 "경기침체가 시작된 후 미지근한 회복세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미 국채는 2024년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시장의 기대감이 지나치게 높다며 채권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Fed의 금리 인하 속도가 변수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금리 전략가인 프라빈 코라파티는 블룸버그 통신에 "시장이 금융정책을 조기 완화할 것이란 기대에 너무 많이 베팅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가상화폐 시장도 들썩…금값 더 오르나=가상화폐 시장은 어떨까. 지난해 비트코인 가격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기대감에 2배 넘게 뛰었다.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달 8일 6131만2000원을 기록하면서 연중 최고점을 갈아치웠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블랙록 등 10여곳에 이르는 자산운용사들의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 건에 대해 늦어도 10일까지 승인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현물 이더리움 ETF의 승인 가능성도 커지게 되며 더 많은 기관 투자자들이 가상화폐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비트코인 추가 상승 기대감에 국내에서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7일 비트코인 선물 ETF 432만주를 추가로 사들이기도 했다.
다만 월가 전문가들은 전체 자산 투자에서 가상화폐 비중을 1~5% 정도로 제한하라고 권고한다. 투자분석기관 모닝스타 북미지사의 브라이언 아머는 "비트코인은 여전히 극도로 변동성이 크고, 투기적인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금 가격은 올해도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금리 인하와 달러화 약세가 금 가격을 밀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美 경기침체 우려는 변수=지난해 미국 경기둔화와 피벗을 예상했던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듯, 올해 미국 경제와 자산시장도 예측과 달리 흘러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시장은 올해 미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라는 낙관론에 기대를 걸고 있다. Fed의 고강도 긴축으로 인플레이션과 고용시장이 둔화되면서도 미 경제가 여전히 견조한 상태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지난해 3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9%로 2021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 하지만 '헤드 페이크(head fake·금융시장 지표의 방향이 갑자기 바뀌는 현상)'를 무시할 수는 없다.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주춤하고 임금 상승 압력이 지속되는 것은 변수다. 시장에서는 Fed가 오는 3월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빠르게 번지고 있는데, 이는 오히려 자산시장을 과열시켜 Fed의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월가 전문가들은 내년 경기 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미 경제가 침체되면 자산시장도 약세를 피할 수 없다. 컨설팅업체인 컨퍼런스보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나 피터슨은 "내년 초에 미국 경제가 약한 강도의 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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