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민 감독의 퇴장, 곁에서 본 한국전력 료헤이의 반응은?
이형석 2024. 1. 2. 09:23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이 박빙의 상황에서 나온 판정에 거칠게 항의하다 퇴장을 당했다. 아시아쿼터로 V리그 무대를 처음 밟은 한국전력의 리베로 이가 료헤이(29)는 "그동안 소속팀 감독님이 경기 중 퇴장당하는 것은 처음 경험했다"면서 "감독님이 화가 나셨는데 충분히 이해된다"고 말했다.
상황은 이랬다.
한국전력은 4세트 17-14로 앞서 승점 3을 확보할 기회를 마련했다. 그러나 16-17로 쫓긴 상황, 한선수의 서브 때 서재덕과 임성진이 공을 받으려다 아웃을 직감하고 팔을 뺐다. 그러나 선심은 임성진의 터치 아웃을 선언했다. 한국전력 선수들은 펄쩍 뛰며 반발했다.
권영민 감독이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으나 원심 번복은 이뤄지지 않았다. 중계 화면상으로는 '정확환 판정이 어렵다'는 판독 불가 결정이 내려졌다.
그러자 권 감독이 판독관 책상을 손으로 내리치고 거세게 항의했다. 잠시 후 최재효 주심은 세트 퇴장을 선언했다.
이를 곁에서 지켜본 료헤이는 "여러 장면이 있었는데 그 판정은 납득이 안 된다. 다른 선수들도 납득이 안 됐을 것"이라며 "감독님이 화가 나셨는데 충분히 이해된다. 1점 차에서 동점이 되는 아주 중요한 상황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그가 배구를 시작한 뒤 소속팀 감독의 퇴장을 지켜본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한국전력은 4세트를 내줬지만 5세트 15-13으로 따내, 새해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료헤이는 "감독님께서 선수 모두를 지켜주신다는 느낌이 들었다. 긴박한 상황에서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감정이 뜨거워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료헤이는 이번 시즌 한국전력의 수비를 든든하게 책임지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일본 V리그 파나소닉 팬더스에서 뛴 료헤이는 이번 시즌 처음 도입된 아시아쿼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번 시즌 리시브 효울 3위(49.45%) 디그 3위(세트당 평균 2.75개)에 올라있다. 료헤이는 "새해 첫날 경기를 소화한 건 처음이다. 새로운 경험을 하게 돼 힘든 부분이 있다"고 멋쩍게 웃으며 "그래도 내가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팀이 이겨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리그에 대해 "큰 차이가 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디에서 뛰든 항상 부담감과 스트레스는 있다"고 밝혔다. 팬 투표로 올스타로 뽑힌 그는 "처음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투표 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동료 리베로나, 강한 서브를 구사하는 선수를 묻는 말에 특정 선수를 콕 집어 답하는 것을 주저했다.
한편 권영민 감독은 경기 후 판정 불만에 대해 "사람마다 보는 게 다르겠지만 선수들은 공에 맞지 않았다고 했다. 중계 화면상으로도 우리 선수가 맞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 그런데 판독관과 심판위원은 판독 불가라고 해 조금 흥분했다. 한 점이 중요한 승부처라 여겨 그런 행동이 나왔다"며 "다음엔 그러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와 지도자 생활을 통틀어 처음 퇴장을 당한 권 감독은 "퇴장 조처까지 당할 줄은 몰랐으나, 테이블을 쳤으니까 퇴장 받을 만하다. 잘못된 행동이다"고 인정했다.
인천=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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