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도망가야" 지진 피해 전하던 일본 아나운서의 호소
[윤현 기자]
▲ 1일 일본 이사카와현 노토 반도에서 발생한 강진 피해를 보도하는 NHK방송 |
ⓒ NHK |
2024년 새해 첫날 일본에서 최대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해 피해가 잇따랐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1일 오후 4시 6분께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能登) 반도 지역에서 최대 규모 5.7의 지진을 시작으로 70차례가 넘는 지진이 관측됐다.
이번 지진은 오후 4시 10분께 규모가 최대 7.6에 달하면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규모 9.0)보다는 작지만 1995년 1월 고베 대지진(한신·아와지 대지진, 규모 7.3)보다 크다.
일본 기상청은 노토 반도에서 최고 높이 5m의 쓰나미 발생이 예상되는 '대형 쓰나미 경보'를 내렸다. 대형 쓰나미 경보가 발령된 것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처음이다.
또한 후쿠이·야마가타·도야마·니가타·효고현 등에 '쓰나미 경보'를, 홋카이도·돗토리현 등에는 '쓰나미 주의보'를 내리는 등 일본 북부 연안 대부분 지역에 쓰나미 경보 및 주의보를 발령했다.
그러면서 "진원은 이시카와현 와지마시 동북동쪽 30㎞ 부근으로 진원의 깊이가 매우 얕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형 쓰나미 경보는 오후 8시 30분께 쓰나미 경보로, 2일 오전 1시 15분께 쓰나미 경보는 쓰나미 주의보로 완화됐다. 또한 후쿠오카·사가현 등에 내려진 쓰나미 주의보도 해제됐다. 현재까지 관측된 쓰나미 최대 높이는 이시카와현 와지마항이 1.2m를 넘는 수준이다.
일본 기상청은 "쓰나미 주의보가 내려진 지역에서는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고, 해안이나 강의 하구 근처에는 절대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 1일 일본 강진으로 인한 인명 피해 상황을 보도하는 NHK방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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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진으로 건물과 도로가 파괴되면서 사고와 인명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최소 4명이 사망하거나 심정지 상태이며, 부상이 심각한 중상자도 많아 사망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시카와현의 한 병원 측은 "지진 피해로 인한 부상자가 계속 들어오고 있지만, 도로가 파괴되어 병원에 올 수 없는 의사가 많아 의료진이 부족하다"라며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예비 전력으로 버티고 있다"라고 전했다.
또한 이시카와현과 니가타현에서는 대규모 통신 장애와 정전, 단수 사태가 발생했으며 신칸센 7편이 운행 도중에 멈추면서 1400여 명의 승객이 밤새 열차 안에서 지냈다.
일본 NHK 방송은 "파괴된 건물에 갇힌 주민들의 구조 요청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라고 전했고, 일본 기상청은 앞으로 1주일 정도, 특히 2~3일은 최고 진도 7(사람이 서 있기 힘든 수준)의 강진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지진 피해 상황을 전하던 NHK의 한 여성 아나운서는 피해 지역 시청자들에게 "당신의 생명이 위험하다. TV를 보지 말고 당장 도망가야 한다"라고 다급하게 호소하기도 했다.
▲ 1일 일본 이시카와현 노토 반도에서 발생한 강진 피해를 보도하는 NHK방송 |
ⓒ NHK |
일본 정부는 특정재해대책본부를 설치했다가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직접 본부장을 맡는 비상재해대책본부로 격상하고 대응에 나섰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5시께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에게 "파괴된 건물에 있는 피해자는 한시라도 빨리 구출해야 한다"라며 "자위대, 경찰, 소방 당국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신속하게 피해 현장에 투입할 것을 지시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진 발생 시각이 일몰 직전이어서 정보 수집이 더디다"라며 "내일 아침까지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도록 각 부처에 지시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해 지역 주민들은 계속해서 강진 발생을 주의하고, 특히 쓰나미가 예상되는 지역에서는 최대한 빨리 대피할 것을 당부드린다"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도 긴급 기자회견에서 "지자체와 협력하면서 구조 활동을 펼치고 있다"라며 "원전에는 이상이 없다"라고 밝혔고, 기하라 미노루 방위상은 피해 지역에 자위대 대원을 투입했다고 발표했다.
새해가 밝으면 일왕 부부가 도쿄 왕궁을 찾는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신년 인사를 발표하는 ' 잇판산가'(一般參賀) 행사도 전격 취소됐다. 이 행사가 자연재해로 인해 취소되는 것은 처음이다.
일본 왕실인 궁내청은 "노토 반도 지진 발생에 따라 2일로 예정됐던 행사를 취소한다"라며 "나루히토 일왕 부부가 지진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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