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계획은 90세 가까운 남편과 노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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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가 별것인가, 내가 행복하고 만족한 삶이면 축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올 한해 나의 목표는 남편에게 몰입하며 추억을 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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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자 기자]
▲ 일출 친정 동네에서 일출 |
ⓒ 이숙자 |
갑진년 새해다. 어제와 똑같은 날인 듯하지만 달력의 숫자는 어김없이 2024년 1월 1일이다. 해가 바뀌면 언제나 하고 싶은 일을 해보려 새롭게 계획을 세우곤 한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면 계획한 대로 살지 못하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숙제를 한 듯 마음이 홀가분하다.
한 살 먹게 되면서 지난해 살아왔던 날들을 뒤돌아본다. 너무 바쁘게 동당거리고 살아왔던 날들, 어느 날은 숨이 차서 나 왜 이렇게 살지? 하면서 때때로 힘겨웠다.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리고 살았나 싶었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이 많아 늘 바빴다. 노년의 삶을 거부하며 청춘처럼 동분 서주 살면서 잘 살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살았었다. 기회는 항상 오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삶이란 다 때가 있다고 말하면서.
새해가 되면서 나의 삶의 목표를 세운다. 내가 지금 행복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무엇이 가장 중요하고 절실한 삶일까?
올해 내 나이 팔십 고개를 넘었다. 남편 나이는 팔십을 훨씬 넘어 구십을 향해 가고 있는 나이다. 보통 나이가 아닌 우리 부부, 남편이 지금까지 곁에 계시는 것만으로도 나는 너무 감사하다고, 매일이 축제라고 말하면서 살아왔다. 축제가 별것인가, 내가 행복하고 만족한 삶이면 축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언제 어디에 있든 내가 전화하면 달려와 주고 어디를 가든 남편은 나를 데려다준다. 물론 그런 일은 택시를 타면 되는 일이지만, 남편의 자리는 나에게는 큰 거목이다. 세상 모든 풍파를 막아 주는 남편, 나에게 아무 걱정도 없이 살게 해 주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언제나 말없이 응원해 주기도 했다.
어쩌다 시니어 일을 4년 동안 했다. 3년은 꽃 그림을 그렸고 일 년은 학교 도서관 사서 일을 하면서 책과 함께한 경험도 나에게는 특별했다. 그동안 그렸던 꽃 그림을 모아 에세이 책 출간도 했기에 그냥 보낸 시간은 아니었다. 4년 동안 남편은 나를 출근시키고 집으로 퇴근시켜 주고 많이 고생했다. 이만하면 됐다. 지난해를 끝으로 시니어 일은 마치려 한다.
내가 밖에 나가 있는 동안은 남편은 항상 혼자였다. 남편이 좋아하는 일상은 집안을 깨끗이 해 놓고 반려식물을 키우는 일이다. 무얼 좀 하시라 해도 본인이 마다 하시니 그것도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철저히 자기 관리를 잘하시니 다행이다. 자기 자신보다 언제나 가족 일이 우선인 사람.
새해가 오기 전 어느 날 생각하니 정신이 번뜩 들었다. 이토록 나이 많은 우리 부부는 언제 헤어질지 모르는 상황인데 둘만의 시간을 더 많이 보내고 후회 없이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로지 가족만을 위해 살아온 그 남자, 다른 건 몰라도 가슴에 사랑하는 마음 가득 담고 이별하도록 최선을 다하려 한다. 같이 시간도 보내고 건강하도록 남편에게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편에게 때때로 마음 상할 때가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남편이 마음 상하지 않도록 무슨 말을 해도 "네, 네" 대답을 해 준다. 남자의 자존감을 살려주고 마음 편하게 해 주려 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먹는 음식도 중요 하지만 가장으로 자존감을 가지도록 존중해 주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올 한해 나의 목표는 남편에게 몰입하며 추억을 쌓는 것이다. 소중한 사람일 수록 잘 바라보고 세심히 살펴야 한다. 나에게는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으니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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