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획] 총액 신기록 경신했지만...오타니는 최고 몸값 선수가 아니다
안희수 2024. 1. 2. 07:30
오타니는 다저스와 계약하며 계약 총액의 97%(6억8000만 달러)를 10년 계약 이후 받는 연봉 지급을 유예(deferrals)하는 조항을 넣었다. 다저스가 자금 압박을 받지 않고, 좋은 선수를 영입해 전력을 강화하는 데 유연성을 가질 수 있도록 선수가 직접 요구했다.
실수령 시기가 늦어졌다고는 해도 오타니가 스포츠 선수 최고의 규모 계약을 했다는 사실엔 이견이 없다. 종전 북미 스포츠 1위 계약은 NFL 쿼터백 페트릭 마홈스가 2020년 7월, 소속팀 캔자스시티 치프스와 10년 연장 계약하며 기록한 4억5000만 달러였다. 세계 스포츠로 범위를 넓히면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가 2017년 FC 바르셀로나와 5년 계약하며 받은 6억7400만 달러가 종전 최고 계약이었다. 계약 기간과 총액은 선수의 현재와 미래 가치가 두루 반영된다. 오타니의 계약은 스포츠계 최초로 7억 달러를 넘어섰다는 상징성을 가진다.오타니가 받을 평균 연봉(7000만 달러)도 마찬가지다. 맥스 슈어저·저스틴 벌렌더가 2023시즌 뉴욕 메츠와 계약하며 세웠던 종전 MLB 최고 연봉(4333만 달러)을 가볍게 넘어섰다. NFL 쿼터백 조 버로우가 신시내티 벵골스와 5년 연장 계약하며 경신한 올 시즌(2023~24) 리그 최고 연봉(5500만 달러) 스테판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올라 있는 올 시즌 NBA 최고 연봉(5190만 달러)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많다. 스코티 셰플러가 올 시즌 세운 미국남자프로골프투어(PGA) 선수 단일시즌 총 상금액 신기록이 2101만 4342달러였다.
'진짜 연봉킹'은 호날두다
몸값과 관련해서 수많은 기록을 경신한 오타니는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높은 스포츠 선수'일까. 그렇게 단정하긴 어렵다. 당장 순수 연봉 기준으로도 오타니는 1위가 아니다. 세계적인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2022년 12월, 소속팀 사우디아라비아 리그 알 나스르와 연봉만 2억 유로에 계약(기간 2년 6개월)했다. 프랑스 리그1 파리 생제르맹 소속 킬리안 음바페는 기본 연봉만 7200만 유로(1032억원)다. 2015년 5월 열린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와 매니 파퀴아오의 '세기의 복싱 매치업' 파이트 머니(대전료)는 2억 5000만 달러에 달했다. 메이웨더가 1억 5000만 달러를 받았다.각 종목과 리그의 특성을 두루 반영하면, 표면적으로 드러난 몸값으로 선수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단 야구는 선수 생활이 상대적으로 긴 편이다. 어떤 종목 선수든 나이가 들면서 기량이 저하되는 에이징 커브를 겪지만, 근·체력이 미치는 영향은 농구나 미식축구가 더 큰 편이다. 실제로 2023시즌 개막 로스터 기준 MLB 평균 연령은 28.88세로 올 시즌(2023~24) NBA(26.03세)와 NFL(26.08세)보다 크게 높았다. 1984년 12월생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가 NBA 최고령이다. MLB엔 1984년 1월 이후 출생한 선수만 11명이었다.
올 시즌 NBA 개막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 12명을 기준으로 선수단 평균 커리어가 가장 긴 팀은 6.61시즌을 기록한 LA 클리퍼스였다. 오클라호마 시티 썬더는 2.22시즌에 불과했다. 1977년생으로 지난 시즌까지 뛰었던 NFL 레전드 톰 브래디, 현재 20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는 NBA '킹' 제임스, 여전히 소속 리그에서 50골을 넘게 넣는 호날두처럼 나이를 비웃는 특출난 선수도 있다. 평균적으로는 농구·축구 선수의 선수 생명이나 전성기는 야구 선수보다 훨씬 짧은 편이다.
오타니의 '워킹데이'가 더 길다
그런 이유로 MLB는 10년이 넘는 다년 계약이 많아지고 있다. 반면 다른 리그는 5년 이상 장기 계약이 드물지만, 높은 연봉으로 선수의 전성기에 합당한 가치를 부여한다. 2023시즌 기준으로 MLB에서 연봉 4000만 달러 이상 받는 선수는 슈어저와 벌렌더,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까지 3명뿐이었지만 올 시즌(2023~24) NFL에선 12명, NBA에선 18명이 나왔다. 2023시즌 MLB 평균 연봉은 490만 달러였지만, NBA는 2배 이상인 1006만5115 달러였다. NFL은 다른 두 리그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453만 달러지만, 엔트리가 12명인 NBA, 26명인 MLB보다 훨씬 많은 53명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오타니가 총액(7억 달러) 기준으로 계약 신기록을 경신할 수 있었던 건 MLB였기에 가능한 계약이었다고 볼 수 있다는 얘기다.여기에 평균 연봉(7000만 달러)도 경기 수 기준으로는 다른 리그 선수들보다 많이 받는다고 볼 수 없다. MLB는 정규시즌 기준으로 162경기를 치른다. NBA는 82경기. 결장이 없다는 전제로 오타니의 경기당 몸값은 43만2098 달러(5억 6130만원) NBA 연봉킹 커리는 63만 2927 달러(8억 2217만원)다. NFL은 정규시즌 17경기 밖에 치르지 않는다. 포스트시즌도 단판 승부다. 시즌 개막 뒤 마지막 경기(슈퍼볼)까지 치르는 데 5개월 정도 걸린다. MLB는 4월부터 10월까지 치른다. 오타니의 '워킹데이'가 훨씬 길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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