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면서 볼 수밖에 없는 영화... 청년들에게 보여주고픈 DJ
[조종안 기자]
▲ <길위에 김대중> 스틸컷(1987년 대통령 후보 시절 환영대회) |
ⓒ 명필름 |
오는 1월 10일, 공식 개봉을 앞둔 <길위에 김대중>(감독 민환기)은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 영화다. 기획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대중 추모사업회 정진백 회장이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던 이희호 여사를 찾아가 김 대통령의 삶을 다큐 영화로 만들 것을 제의, 승낙을 받으면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작업에 몰두해 온 정 회장은 2019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접속>(1997) <공동경비구역 JSA>(2000)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 등의 흥행작을 내놓은 명필름에 제작을 제안한다. 이어 명필름 이은 대표, 남북 탁구단일팀 다큐 준비 작업을 하던 민환기 감독, 시네마 6411 최낙용 대표 등이 제작에 합류, 10년 만에 영화가 만들어지게 됐다.
김대중(DJ) 대통령의 삶을 필름에 담기 위해 1970~80년대 미공개 자료와 방대한 양의 아카이브 자료를 수집했으며, 역사적 순간들을 DJ와 함께했던 사람들의 목소리도 담겼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 영화상영 위원회'가 지난 11월 텀블벅 펀딩으로 대형 멀티플렉스 상영관과 새로운 상영 공간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 <길위에 김대중> 스틸컷 |
ⓒ 명필름 |
"나는 목숨을 걸고 7년 동안 박 정권과 유신 하에서 싸웠습니다. 나는 내 주위에 여러분이 있는 이상 내 주위에 나를 바라보고 나에게 기대를 거는 국민이 있는 이상 어떤 권력의 비호보다도, 어떤 금력의 비호보다도 나는 내 국민이 나를 지켜준 그 이상의 바람이 없고, 재산이 없고, 힘이 없다는 것을 여러분께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길위에 김대중> 자막에서)
국민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김대중(DJ) 대통령, 그는 자신을 죽이려 했던 정적들을 용서하였고, 반세기 넘게 이어진 불신과 대결을 넘어 화해와 협력의 길을 다져왔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고, 통일에의 희망이 무지개 같이 떠오르는 나라를 염원했던 것. 민주주의 정착과 평화통일, 그것은 DJ의 평생 신념이자 꿈이었다.
"나는 늘 길 위에 있었다. 어디서든 부르면 달려갔다. 많은 사람이 내 연설과 삶에 박수를 보내고 격려했지만, 돌아서면 외로웠다."-(<길위에 김대중> 자막에서)
미국 망명 시절 DJ는 한국의 독재정권을 지지하는 미국 정부를 설득하는 일에 몰두한다. 미국 정계 및 의회에 한국의 언론과 민주주의가 얼마나 억압받고 있는지 등을 알리고 다녔던 것. 그 와중에도 DJ는 "나는 언제나 길 위에 있었다. 언제 어디서든 국민이 부르면 나는 달려갔다"고 회고하였다. 따라서 영화 제목도 위 대목에서 기인하지 않았나 싶다.
섬마을 소년이 대통령 당선에 이르기까지 그의 파란만장한 삶은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반세기 가까이 야당 정치인의 길을 걸으면서 겪은 의문의 교통사고와 납치, 투옥, 사형선고, 망명, 가택연금 등은 굴곡진 DJ의 정치 역정을 대변한다. 격랑 속에서도 헌정사상 최초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뤄낸 그의 정치 인생은 외환위기 극복과 남북정상회담, 노벨평화상 수상 등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 서전주 CGV에서 아내와 기념사진 |
ⓒ 조종안 |
아내와 함께 텀블벅 펀딩에 참여했던 필자는 지난 12월 26일 서전주 CGV에서 열린 특별후원자 시사회에 다녀왔다. 영화가 상영되는 두 시간여 동안 탄식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앞줄 객석의 여성은 머리를 짧게 깎은 죄수복 차림의 DJ가 등장하자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기도 했다. 영화를 관람하고 나온 아내 역시 "눈물이 나와 혼났다"며 탄식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 <길위에 김대중> 스틸컷 |
ⓒ 명필름 |
처음으로 공개된 차은경(DJ의 첫 번째 부인 동생)씨 육성 증언과 면회실에서 마주 앉아 대화하는 김대중·이희호 모습, 겨울용 수의(수인번호 9) 차림의 DJ가 처연한 표정으로 눈을 깜박이는 장면 등은 경이로움을 느끼게 했다. 40대 중반의 그가 강연과 연설을 통해 보여주는 강렬한 메시지와 민주주의를 향한 확고한 의지 등은 감동 그 자체였다.
항소심에서 사형이 확정되자 DJ는 복도에서 발걸음 소리만 들려도 깜짝깜짝 놀랐다고 회고하였다. 그렇게 절박한 상황에서도 그는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 "무엇이 되는 것이 나의 목표였다면 나는 철저한 패배자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떻게 사는 것이 목표였다면 그래도 보람 있는 인생이었다고 자위해 봅니다"라며 여유를 찾는 모습은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길위에 김대중>, 부부나 가족동반 관람 권한다
DJ는 화해와 용서, 진정한 사랑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옥중에서 쓴 편지에서도 잘 나타난다. 그는 아들에게 '진정으로 관대하고 강한 사람만이 용서와 사랑을 보여줄 수 있다. 항상 인내하고 적을 용서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항상 기도하자'고 당부한다.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사형수 입에서 어떻게 '용서하자'는 말이 나오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필자는 DJ 관련 영화가 제작된다는 소식을 접하던 몇 년 전부터 미래 주역인 청년세대 감각에 맞게 만들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어왔다. 다행인 것은 제작에 참여한 스태프 중 20대 비중이 높았다는 것. 그들은 김대중을 모르는 세대임에도 작업하면서 많이 울었다는 후일담이 전해진다. 청년들 감각이 정확히 전달된 게 증명된 셈이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결혼을 앞둔 청년들이 김대중·이희호 부부의 기록에서 배울 점은 '올바른 부부관계 정립'이 아닐지 생각해 본다. 절박한 상황에서도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는 굳은 의지력도 빼놓을 수 없겠다. 그래서다. 기쁨은 나눌수록 더 커진다는 말이 있듯 영화 <길위에 김대중> 관람은 부부 동반을 권해본다. 자녀나 가까운 지인들과의 동반 관람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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