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조성진…한국 클래식계의 편애는 2024년도 계속된다
2024년 국내 클래식계의 전체 라인업은 오케스트라 대전이 펼쳐졌던 지난해와 비교해 그다지 화려하진 않다. 10여 개의 정상급 오케스트라가 내한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내한 오케스트라의 수가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을 잘 찾지 않았던 오케스트라들이 찾아올 예정이다. 이와 함께 스타 독주자들의 리사이틀이 줄을 잇는다.
오케스트라로는 야닉 네제-세갱이 이끄는 메트 오케스트라(6월)의 첫 내한공연이 눈길을 끈다. 메트 오케스트라는 세계적 오페라극장인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메트)의 전속 악단이다. 그리고 다니엘 바렌보임이 이끄는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6월)가 13년 만에 내한한다. 유대인인 바렌보임이 팔레스타인 출신의 미국 학자 에드워드 사이드와 함께 설립한 이 오케스트라는 아랍과 이스라엘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외에 원전 연주의 거장인 존 엘리엇 가디너가 ‘혁명과 낭만 오케스트라’(10월)를 비롯해 정명훈과 함께오는 라 페니체 오케스트라(10월)이 역사적인 공연을 펼친다. 또 체코 프라하 심포니 오케스트라(1월), 폴란드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2월),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4월) 등의 내한 공연이 예정돼 있다. ‘양보다 질’이라는 말처럼 내실 있는 공연이 예상된다.
반면 스타 독주자들의 내한 공연은 지난해보다 더 눈에 띈다. 피아니스트로는 크리스티안 짐머만(1월)을 시작으로 라파우 블레하츠(2월), 다닐 트리프노프(3월), 루돌프 부흐빈더(6월), 마리아 조앙 피레스(9월), 랑랑·예프게니 키신(11월) 등이 독주회를 연다. 그리고 바이올리니스트로는 안네 소피 무터(3월), 막심 벤게로프(4월), 힐러리 한(5월), 정경화(9월), 사라 장(12월) 이 한국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올해 확실하게 예상되는 것은 스타 피아니스트 임윤찬(19)과 조성진(29)에 대한 국내 클래식계의 계속된 편애다. 두 연주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해외 오케스트라의 굵직한 내한공연에 협연자로 나선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국내 오케스트라 협연과 독주회까지 더하면 둘의 무대는 더 늘어날 예정이다.
우선 임윤찬은 1월 25~26일 서울시향의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 취임 연주회에 협연자로 무대에 오른다. 그리고 12월 18~19일 파보 예르비가 이끄는 도이치 컴머필하모닉의 내한 공연도 함께한다. 임윤찬은 6월 즈음 리사이틀도 개최할 예정이다. 조성진은 지난해보다 많은 국내외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앞두고 있다. 일정이 확정된 공연만 보더라도 5월 7·9일 정명훈이 이끄는 도쿄 필하모닉, 10월 23·25~26일 안드리스 넬손스가 지휘하는 빈필, 11월 20~21일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이 리스트에 올라 있다.
임윤찬과 조성진은 각각 2022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와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신드롬을 일으켰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내한한 해외 오케스트라 협연자로 두 연주자에게 러브콜이 집중됐다. 임윤찬은 루체른 심포니과 뮌헨 필하모닉 등 2곳과 협연했고 조성진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베를린 필하모닉,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등 3곳과 협연했다. 그리고 두 연주자가 나오는 공연은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됐다.
지난해 두 연주자의 국제적 활약 소식은 국내에서 새로운 관객의 공연장 유입에 일조했다. 임윤찬은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보여준 연주가 여전히 회자되며 해외 클래식계의 주목을 받았다. 세계적 권위의 클래식 음악 잡지 ‘그라모폰’은 지난해 9월 ‘에디터스 초이스’로 6월에 나온 임윤찬의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을 선정했다. 이 음반은 임윤찬이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당시 준결선 실황 연주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지난해 말 2023년 발표된 클래식 음반 중 최고의 음반 25선을 발표하면서 이 음반을 포함했다. 임윤찬은 지난해 제임스 개피건이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등 주요 공연장과 오케스트라의 러브콜에 응하느라 바쁜 한 해를 보냈다. 또한, 클래식 명문 레이블 데카(Decca)와 전속 계약을 맺은 임윤찬은 올봄 데카 공식 데뷔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다.
기복 없는 기량을 뽐내는 조성진은 지난해 2월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여섯 번째 정규 앨범 ‘헨델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조성진의 첫 바로크 음반인 ‘헨델 프로젝트’는 미국 빌보드 클래식 주간차트 정상을 차지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조성진은 또 지난해 세계 최정상 악단인 베를린필 상주 음악가로 지명됐다. 아시아 연주자로는 일본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귀화한 우치다 미쓰코에 이어 두 번째다. 2024-2025시즌 상주 음악가로서 조성진은 베를린필과 1~2차례 협주곡 협연을 비롯해 단원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실내악 활동 그리고 베를린필의 음악인 양성 기관인 카라얀 아카데미와도 협력 사업을 펼치게 된다.
두 연주자는 지난해 연주 외에 영화와 방송으로도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 12월 국내에서 개봉한 반 클라이번 콩쿠르 6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 ‘크레센도’는 2022년 치열한 경연 과정과 참가자들의 인터뷰 등을 담았다. 관객들은 임윤찬이 우승하는 현장에 같이 있는 뿌듯함을 느꼈다. 반면 조성진은 첫 빌보드 1위와 함께 첫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3월 개그맨 유재석이 진행하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조성진은 연간 100회에 달하는 연주 생활 등을 솔직하게 털어놔 화제가 됐다.
‘임윤찬은 해석의 귀재, 조성진은 표현의 정석’이라는 평가 속에 두 사람은 현재 국내 클래식계에 일반 대중을 끌어들이는 두 축이 됐다. 민간 클래식 기획사들은 “클래식 공연의 특성상 손실 최소화를 위해 티켓 파워 있는 두 연주자를 먼저 찾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해외 오케스트라의 내한 배틀 가운데 웃은 것은 임윤찬과 조성진을 협연자로 붙잡은 기획사들이었다. 같은 오케스트라도 두 연주자가 협연하지 않은 공연은 빈 좌석이 보였는데, 아무리 세계 정상의 오케스트라여도 국내에선 두 연주자의 티켓파워를 넘어서지 못한 셈이다.
다만 국내 클래식계의 이런 임윤찬·조성진 쏠림 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2년째 이어지는 이런 현상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클래식계 관계자들은 “소수의 특정 연주자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클래식 생태계를 건강하지 못하게 만든다”면서 “뛰어난 기량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낮은 관심 때문에 무대 기회가 적은 젊은 연주자들이 많다. 이들에게 자신을 알릴 기회를 좀 더 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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