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찬주의 바다와 기후변화] 바닷속 폭염 해양열파… 애니 주인공 ‘니모’ 영영 못볼 수도
산호·어류·해초 등 생태계 큰 영향
2016년 국내 대부분 바다서도 발생
연안 양식장 등 피해 해마다 늘어나
“We’ll meet beyond the shore… Happy we’ll be beyond the sea.”
2003년에 발표돼 인기를 끈 ‘니모를 찾아서’라는 애니메이션에서 마지막 노래로 나오는 ‘저 바다 너머(Beyond the Sea)’의 한 구절이다. 이 노래는 프랑스 샹송 가수인 샤를 트레네가 ‘바다(La Mer)’라는 제목으로 부른 것을 미국 작사가 잭 로렌스가 영어 가사를 붙였고, 미국 가수 바비 대런이 1959년 3월에 발표하여 많은 사랑을 받았다.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주인공 니모는 안타깝게도 앞으로는 보기 힘들 수도 있다고 한다. 니모는 말미잘 촉수에 은신해 사는 흰동가리로 불리는 바닷물고기다. 기후변화로 인해 수온이 올라가면서 말미잘 백화가 일어나면 흰동가리가 스트레스를 받아 성장이 느려지고 산란을 멈출 수 있다고 한다. 말미잘과 친척 관계인 산호 또한 수온 상승의 영향을 받아 대규모 백화를 겪기도 한다. 산호 백화는 지구온난화와 같이 장기간 지속하는 수온 상승뿐만 아니라 수일~수개월 정도 단기간에 수온이 극단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인 해양열파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해양열파는 해양에서 일어나는 극한 기후현상으로, 수일에서 수개월, 심지어는 수년 동안 바다가 평년보다 상당히 뜨겁게 유지되는 현상을 말한다. 최대 수천㎞에 걸쳐 일어나며 수백m 깊이까지 전달된다. 이러한 해양열파로 인해 산호, 다시마, 해초, 어류, 바닷새 등의 다양한 해양 생물종이 폐사하고, 결과적으로 바다 생태계와 수산업, 양식업이 영향을 받는다.
해양열파라는 용어는 호주에서 2011년 발간한 수산연구보고서에서 처음 사용됐다. 2011년 초에 생물 다양성이 높은 호주 서부 해안에서 2000㎞ 이상의 해안선을 따라 평년보다 2~4도 정도 높게 10주 이상 지속된 전례 없는 고수온을 일컫기 위해 새로 만든 용어이다. 이 해양열파의 영향으로 어류 폐사가 광범위하게 일어났고 열대어류가 평년보다 더 남극 가까운 바다까지 나타나는 등 바다 생태계가 크게 영향을 받았다.
해양열파를 쉽게 표현하면 바다에서 일어나는 폭염이라고 할 수 있으며 고수온, 이상 고수온, 극한 고수온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여름에만 일어나는 폭염과 달리 해양열파는 모든 계절에 일어난다. 해양열파는 지구온난화에 따라 점점 더 자주 발생해 최근에는 1980년대에 비해 발생횟수가 2배 증가했으며, 발생일수도 지난 세기 동안 50% 증가했다. 앞으로도 해양열파 발생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며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하면 발생횟수와 세기가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올해는 지구온난화와 강한 엘니뇨의 영향으로 지구 전역에서 바다 수온이 유례없이 높아 지난 11월에는 1991년 이래로 가장 많은 해역에서 해양열파가 발생했다.
전 세계 해양 생물의 4분의 1에 서식처를 제공하여 생물 다양성의 보고인 산호초도 해양열파에 매우 취약하다. 해양열파가 일으키는 대표적인 재해가 산호 백화이다. 산호는 촉수를 사용하여 플랑크톤을 잡아먹는 자포동물이다. 오랫동안 성장한 산호와 다양한 석회질 생물 사체가 쌓여 둥그런 암초가 형성되는데, 이 암초와 암초에 부착하여 서식하는 산호를 모두 포함하여 산호초라고 부른다. 산호 조직 내에는 산호와 상리공생하는 미세조류가 사는데, 산호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 대부분을 이 미세조류가 공급한다. 해양열파로 수온이 급격하게 상승하면 미세조류가 산호 조직 밖으로 탈출한다. 산호의 아름다운 색상은 미세조류에 의해 결정되는데, 미세조류가 떠나게 되면 산호가 하얗게 탈색되며 이를 산호 백화라고 한다. 이렇게 백화된 산호는 질병에 취약하게 되고, 에너지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결국에는 폐사하게 된다. 산호 백화는 주로 수심이 얕은 곳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표층에서 발생한 해양열파가 수백m 깊은 수심까지 전달되어 중광층의 산호까지 백화가 일어나 해양열파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
올해는 유례없이 높은 수온으로 전 세계 곳곳에서 해양열파와 관련된 산호 백화가 더 일찍, 더 길게 발생하고 있어 산호초 생태계에 적신호가 켜졌다. 세계 최대 산호초 해역인 호주 대보초 해역뿐 아니라 열대 동태평양과 카리브해에서도 산호 백화가 일어났으며, 앞으로는 인도와 태평양까지 대규모 산호 백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미래 전망은 더 암울하다.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하면 전 세계 산호초의 70~90%가, 2도 상승하면 99%가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바다에서도 해양열파는 지속해서 발생했다. 이례적으로 강한 엘니뇨가 세계 곳곳에 영향을 미친 2016년 8월에는 우리나라 대부분 바다에서 심각한 해양열파가 발생했다. 우리나라 바다에서 발생하는 해양열파의 평균 지속시간은 약 10일, 세기는 2도 정도다. 최근에는 지속시간이 늘어나고 세기도 강해지고 있다. 1980년대에는 7~8일 정도 지속되던 해양열파가 최근에는 12일 이상으로 늘어났으며 그 세기도 1.8도에서 2.2도 정도로 강해졌다. 해양열파 연간 발생 일수도 1990년대 20일에서 최근에는 100일 이상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해양열파가 우리나라 바다 생태계와 수산자원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동이 쉽지 않은 양식장 어류의 피해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해양열파로 인한 우리나라 연안 양식장 피해액이 2012년에 18억원에서 2016년 184억원으로 4년 동안 10배 이상 증가했다.
사람의 체온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생명까지도 위험하듯이 지구 표면적 70%를 차지하는 바다의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해양열파로 지구는 열병을 앓고 있다. 바다, 더 나아가 인간이 더 큰 위험에 처하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 간 기후변화협의체는 6차 평가보고서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를 해양열파 위험지대에 포함했다. 우리나라 바다에서 일어나는 해양열파의 발생 양상과 그 원인을 정확히 이해하는 게 시급하다. 이를 바탕으로 해양열파를 조기에 탐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예·경보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해 피해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노력이 절실하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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