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모호한 핵우산 北억제 못해… 전술핵 한반도 배치 서둘러야”

전웅빈 2024. 1. 2.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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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인터뷰] 美 싱크탱크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 브루스 베넷 박사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국방 분야 선임연구원인 브루스 베넷 박사. 그는 지난달 6일(현지시간) 국민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미국은 핵우산에 관한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나 한반도에 대한 억지력과 안보 보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베넷 박사 제공


“미국은 핵우산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이 가장 효과적인 억제 수단이 될 것으로 생각해 왔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다. 더는 북한을 억제하지 못하고 한국 국민을 안심시키지도 못한다. 지금은 미국이 전략 변화를 통해 억지력과 안보 보장성을 매우 분명히 해야 할 때다.”

미 싱크탱크 랜드연구소 국방 분야 선임연구원인 브루스 베넷 박사는 지난달 6일(현지시간) 국민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미국이 핵우산 전략의 모호성에서 벗어나 냉전시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처럼 명확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지난해 가을 아산정책연구원과 공동 연구를 통해 ‘한국에 대한 핵 보장 강화 방안’을 펴내며 “미 전술핵 100기를 한국 안보 지원용으로 지정하고 북한 대응에 따라 한반도에 배치하자”는 주장을 폈다. 베넷 박사는 전술핵의 단계적 재배치 과정이 중국을 북한 문제에 개입하도록 압박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전술핵 재배치 주장을 한 배경은.

“북한은 핵무기가 레버리지를 높일 핵심 수단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한국인 55~70%는 자체 핵무기 보유를 원한다. 자체 핵무장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야만 가능하다. 그러면 핵공급그룹(NSG)이 한국에 우라늄 제공을 멈춰 원자력발전에 타격을 줄 것이고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불량배 국가’가 돼야 한다. 또 지금의 미국 핵우산은 한국인을 안심시키지 못한다. 2023년 4월 ‘워싱턴 선언’도 큰 신뢰를 주지 못했다. 이게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였다.”

-당장 실행 가능한가.

“여러 문제가 있다. 한국은 물론 미국도 핵무기에 대한 대규모 훈련을 한 지가 30년이 됐다. 한·미 공동으로 핵무기 훈련을 해야 한다. 한반도에는 전술핵무기를 보관할 저장소도 없어서 이것부터 준비해야 한다. 미국이 한국에 제공할 전술핵무기도 없다. 미국의 전술핵무기는 200기 정도인데, 그중 100기는 유럽에 있다. 유럽의 우발 상황에 대비한 전술핵무기는 있지만, 아시아에 대한 대비책은 전혀 없는 것이다. 노후화로 해체 예정인 (B61 등) 전술핵 현대화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고 한국용으로 지정하는 협정을 맺으면 위기 시 신속하게 한반도에 배치할 수 있다. 그러려면 미국 안보정책 수립자들의 사고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전술핵 재배치 과정에서 북한이 위협 수준을 더 높여 안보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북한의 위협은 이미 최고조 상태다. 미국 대선을 겨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도 늘릴 수 있다. 한·미는 한국에 핵무기 저장소를 구축하고, 이후 미 전략핵잠수함에 탑재된 핵무기를 북한 겨냥 용도로 우선 투입하는 식으로 북한에 대한 경고를 고조시킬 수 있다. 최종 재배치까지 각 단계는 6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진행해 북핵 동결의 레버리지로 활용할 수 있다.”

-중국 등 주변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중국은 북한 핵무기가 자신에게도 위협임을 점차 인식하고 있지만, 너무 점진적이다. 중국의 인식보다 더 많은 위협이 있음을 알리고, 북핵 동결을 위한 초기 조치(전술핵 재배치 1단계)를 하면서 경고해야 한다.”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나.

“북한 핵 위협이 베이징으로도 향할 수 있음을 인식하도록 미국과 한국이 공동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베이징으로 발사되는 핵무기 1개는 공산당의 종말이 될 수 있다. 북한이 하는 일에 훨씬 많은 위험이 있음을 중국이 깨달으면 행동이 바뀔 수 있다.”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두 곳의 전쟁이 계속되는 데다 미국 대선도 있어서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후순위로 밀릴 우려가 있다.

“새 정부의 고위 관료들이 누구인지에 달려 있겠지만, 계속 대화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김정은은 이미 미국 선거를 겨냥해 조처를 하는 것 같다. 그가 원하는 건 한·미동맹을 깨드리고 미국이 군대를 철수하는 것이다. 한국은 주한미군이나 미국의 핵우산 등 확장억제력이 사라지면 자체 핵무장 외에 선택사항이 없음을 강조할 수 있다. 한국이 핵을 가지려 하면 일본도 개발할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은 그런 일에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을 것이다.”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우려가 크다.

“김정은은 2030년까지 300~5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려 한다. 하지만 매년 그렇게 많은 수의 핵무기를 만들 능력은 안 된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핵무기용 우라늄 농축을 위해 원심분리기를 만들려면 마레이징강(maraging steel)과 특수강이 필요하다. 북한은 생산능력이 없지만, 러시아는 있다. 마레이징강이 도착하면 북한은 용납할 수 없는 수준으로 핵무기 수를 늘릴 것이다. 이를 러시아에 명확히 인식시키고 그런 위협이 확산되지 않도록 조치를 해야 한다. 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핵무기 기술 이전도 우려해야 한다.”

-한·미·일 3각 협력은 어떻게 전망하나.

“더 강화할 기회가 많을 것이다. 미국은 일본의 공군기지나 항구 등 시설과 연료 등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한국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할 수 없다. 한국 정부가 할 일 중 하나는 일본의 실질적 지원 없이는 한반도에서 전쟁을 치를 수 없고 북한을 패배시킬 수 없음을 국민에게 말하는 것이다.”

브루스 베넷 박사 약력
◇미 랜드연구소 정책분석학 박사 및 국방·안보 분야 선임연구원 ◇미 파디랜드 정책대학원 교수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겸임교수 역임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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