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정치 직거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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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화려하게 정치 일선에 등장했다.
올해 대통령으로 재선 가능성이 높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정치인 출신은 아니다.
정도 차이는 있으나 힐러리 전 국무장관과 오바마 전 대통령도 정치경력이 많다고 할 수 없다.
예전의 3김씨는 국회의원 9선(김영삼), 7선(김종필), 5선(김대중)의 합계 21선이라는 화려한 정치경력을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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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화려하게 정치 일선에 등장했다. 국회의원이나 선출직 지자체장 등 정치 경험 없이 총선을 앞둔 절체절명의 순간에 집권당 대표가 된 셈이다. 정당이나 국회에서 차근차근 정치 경력을 쌓아오던 ‘경력자’들은 꽤 허탈해할 수도 있는 사건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정치 경력 제로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윤 대통령도 정치가 본인의 뜻은 아니었을 것이다. 주변 환경이 그를 스타로 만들었다. 한 전 장관도 국회 질의응답 과정에서 그 인기와 지명도가 올라갔다는 점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그를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올해 대통령으로 재선 가능성이 높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정치인 출신은 아니다. 정도 차이는 있으나 힐러리 전 국무장관과 오바마 전 대통령도 정치경력이 많다고 할 수 없다. 힐러리의 경우 똑소리 나는 퍼스트레이디로서 깊은 인상을 준 것이 상원의원과 대통령 경선 후보가 된 배경이다. 오바마도 정치 경력이 주 상원의원 한 차례와 일리노이주의 상원의원 한 번밖에 없어 미국 대선이라는 무대에서는 신인이라고 볼 수 있다. 오바마는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행한 연설로 일약 전국적 스타가 되었고, 이는 힐러리를 2008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기고 대통령이 되게 하는 디딤돌이 되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코미디언으로 대통령 역을 맡은 것이 진짜 대통령이 된 가장 큰 배경이다.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저서와 라디오 쇼를 통해 대중에게 인지도가 높아진 후 2021년 아르헨티나 대의원 의원을 거쳐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정치에서 중간 유통상의 권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의회, 행정부와 지자체처럼 정치인을 만들어내고 대중에게 테스트받게 하는 정치의 중간 유통단계가 점차 사라지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국제 정치학자 모세스 나임은 저서 ‘권력의 종언(The End of Power)’에서 20세기 후반부터 모든 조직에서 권력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 이유로 현대 문명을 흔들고 있는 3M 혁명을 제시하고 있다. 즉, 경제 성장과 자유민주주의 확산으로 사람들이 더 많은 자원과 권한을 누리려 한다는 모어(More) 혁명, 기업·지역·국가 심지어 종교도 선택하고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는 모빌리티(Mobility) 혁명, 그리고 다른 조직과 비교하여 조직의 지도자에 압력을 가하는 멘털리티(Mentality) 혁명이 현대 문명의 특징으로 자리잡혔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사람들의 욕망과 기대치는 커졌고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선택과 이동의 재량권도 넓어져 모든 분야에서 조직 리더가 갖는 영역별 독점권력이 급속하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21세기의 정치는 급변하고 있다. 예전의 3김씨는 국회의원 9선(김영삼), 7선(김종필), 5선(김대중)의 합계 21선이라는 화려한 정치경력을 갖고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5선의 정치인이다. 그러나 과거와 같이 공천권 등 막강한 힘을 가진 중량급 정치인의 권력은 사라져 가고 있다. 여러 국가에서 경선과 예비선거가 정치권 중간보스를 대신하고 있다. 여기에 경선 후보자들의 스펙트럼도 넓어지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을 정치인 위주로 할 거라면 자신이 이 자리에 나와 있는 게 이상한 일이라고 하였다. 종편 등 미디어, SNS 그리고 유튜브의 확산으로 정치의 복잡한 중간 유통단계는 사라져 가고 있다. 이제 정치는 국민과 직거래 시대를 열고 있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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