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약사의 중독 탈출] <12> 다이어트를 위한 마약류 남용, 심각한 수위
화려하게 시각을 자극하는 그래픽 그 자체를 전달하는 매체가 발달하면서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성형, 다이어트, 키 크기 프로젝트 사업들이 발달하며 연예인 같은 외모 가꾸기에 열중하는 세대가 도래했다. 특히 급격한 체중 감량으로 마르고 날씬한 체형을 만들고자 무리한 다이어트에 시간과 물질을 투자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2019년 질병관리청이 중·고생 2만9282명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정상 체중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뚱뚱하다고 인식하는 비율, 즉 자신의 신체 이미지 왜곡률은 여학생이 69.1%, 남학생은 66.2%를 기록했다.
음식 하나만 주야장천 먹어 살을 빼는 ‘원푸드 다이어트’ 등 몸을 상하게 하는 체중감소 행위를 한 적이 있는 여학생은 전체 여학생의 20%에 육박했고 남학생도 10%를 웃돌았다. 먹고 토하는 방법까지 동원하면서 살을 빼려는 청소년·청년도 늘고 있다. 식욕은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보존되고 충족돼야 하는 당연한 욕구이기에 건강하고 규칙적인 식사를 잘 유지하는 것은 정신·육체 건강에 필수적 요소다.
최근 약의 힘을 빌려서라도 식욕까지 없애 깡마른 몸을 유지하려다 건강을 잃고 심지어 거식증에 걸리는 여학생들이 늘고 있다. 2020년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 사이에 국내에서 발생한 거식증 환자 중 15%가 10대 소녀들이었다. 그들 중 상당수는 펜터민, 펜다이메트라진, 마진돌 등 비만치료제로 승인받은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면서 정상적인 식욕을 없애고 살을 빼고 있다.
일부 식욕억제제는 의존성이나 내성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향정신성의약품, 즉 마약류로 분류돼 단기간만 비만 치료를 위해 투여하게 돼 있다. 그런데 비만이 아닌 정상 체중 범주에 있는 청소년·청년들이 마약류 식욕 억제제를 병원에서 쉽게 처방받고 약국에서 이를 그대로 조제 받아 복용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특히 최근 나비처럼 생긴 알약의 모양 때문에 ‘나비약’이라고 불리며 다이어트를 위해 오남용되는 의약품 ‘디에타민’을 병원에서 처방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비만 환자가 아닌 경우 의사가 디에타민을 처방하더라도 이를 제재할 법적 방도는 없다시피 하다. 디에타민은 의존성과 내성이 있는 마약류이기에 비만 환자가 약의 용도대로 처방받아 복용해도 내성이 나타나면 투여량을 증가시키지 말고 중단해야 한다. 갑자기 투여를 중지하면 피로나 심각한 우울증 등 금단증상이 뚜렷하기에 끊을 때도 ‘단계별 단약’을 해야 하는 전문의약품이다.
이런 마약류를 살 뺄 목적으로 쉽게 처방을 요구하고 처방해주는 사회 분위기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향정신성 비만 치료제를 남용하면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불면증, 어지러움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오심, 구토, 혈압 상승, 우울과 환각, 자살 충동 등도 나타날 수 있다. 디에타민은 특히 내성이 생기는 과정에서 무기력과 우울, 불면, 업무 수행능력 저하를 유발하기 쉽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오히려 카페인까지 덤으로 먹으면 우울증이 심각해지고 자살 사고가 증가할 수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떠도는 “너도 나비약 먹어야겠다”는 말은 식욕 억제를 통해 굶고 신진대사율을 낮춰 단약 시 심각한 요요 증상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우울감도 폭증시킬 수 있는 위험한 권유임을 알게끔 교육해야 한다. 또 마약류로 분류된 전문의약품을 남용해 살을 빼는 것의 의·과학적 문제점을 명확하게 가르쳐야 한다.
2년 넘도록 디에타민 등을 처방받아 먹어 바비인형처럼 마른 유튜버 여성이 얼마 전 방송에서 그 다이어트약의 부작용으로 우울증이 심해져서 수면제를 포함한 정신과 약을 하루에만 15알을 복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이어트약을 끊을 생각은 없다고 밝혀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하나님은 우리 중심을 보시며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시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외모에 ‘올인’하느라 잘못된 다이어트약 중독으로 하나님의 성전된 몸과 영혼을 송두리째 중독의 바다에 익사시키지 않도록 예방 교육하는 것이 절실하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저출산·고령화 시대, 교회가 갈 길은… - 더미션
- 목회자에게 송구영신을 묻다 - 더미션
- 말씀 씹어먹기… 내년엔 성경 1독 해볼까 - 더미션
- 낙도 사역 20년 조도 사모 기도회 “뭍에서 온 성도들 덕에 귀한 전도 결실” - 더미션
- [미션 톡!] 10년 만에 재개된 애기봉 성탄 트리 점등식… 성탄의 빛은 사라지고 지자체 홍보 행사
- 우크라이나 기독인이 가장 많이 공유한 성경 구절은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
- 올해 성도들이 가장 많이 밑줄 친 성경 말씀은…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감사함으로 하나
- 셀린 송 감독 “‘기생충’ 덕분에 한국적 영화 전세계에 받아들여져”
- “태아 살리는 일은 모두의 몫, 생명 존중 문화부터”
- ‘2024 설 가정예배’ 키워드는 ‘믿음의 가정과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