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여교역자의 집 대전 ‘성락원’에 가보니… 이들의 쉼없는 간구… 한국교회 부흥 이끌었다

박용미 2024. 1. 2.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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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여교역자 안식처인 대전 성락원의 아침은 오전 5시 시작된다.

이군자(81) 목사는 "신문을 보다 보면 마약이나 도박 등 세속화돼 가는 기사들이 너무 눈에 띄어 마음이 아프다"며 "한국교회가 사회를 정결케 하는 것은 물론 교회도 열정과 긍휼을 회복해 본질을 놓치지 않도록 성락원 여교역자들이 계속 기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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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목회현장 지킨 여교역자 29명
365일 새벽기도로 하루를 열며
은퇴 후에도 온종일 기도로 동역
은퇴여교역자의 집 성락원에서 생활하는 여교역자들이 1일 대전 성락원 앞에서 손을 흔들며 새해 인사를 전하고 있다.


은퇴여교역자 안식처인 대전 성락원의 아침은 오전 5시 시작된다. 29명의 입소자가 예배당에 모여 새벽예배로 하루를 여는 것이다. 새벽예배는 주말에도 공휴일에도 쉬지 않고 365일 이어진다. 아침 식사를 마치면 또다시 각자의 처소에서 기도와 예배를 이어간다. 평생 한국교회를 위해 살아온 여교역자들은 은퇴 후에도 온종일 기도로 동역하고 있다.

1일 성락원에서 만난 김미자 원장은 “이곳에 계신 분 대다수는 여성목사 안수가 허용되기 전부터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개척이나 기관 사역, 선교사 등으로 헌신하다가 오신 분들”이라며 “이분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 한국교회가 지금까지 부흥할 수 있었던 것이 이분들의 보이지 않는 기도 덕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올해 설립 71주년 된 성락원은 기독교대한성결교회(총회장 임석웅 목사) 산하 여교역자전국연합회가 운영하고 있다. 처음엔 무자녀 무연고 여교역자를 위해 세워졌지만 지금은 가족이 있는 이들도 15년 이상 사역했다면 입소 자격이 주어진다. 모든 생활비는 전국 교회가 전액 후원하고 있다. 정부 지원은 일부러 받지 않는다. ‘기도하는 집’이라는 본래 취지가 희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점심을 마친 이들은 삼삼오오 산책하러 나가거나 차를 마시며 교제 시간을 갖는다. 또 오랜 시간 관심을 가졌던 분야에 대해 공부하기도 한다. 박정희(73) 목사는 최근 가야국이 기독교 국가였다는 가설을 연구하고 있다. 박 목사는 “(인도에서 순교한) 도마 사도가 한국을 방문해 김수로왕에게 복음을 전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 부분에 관심을 가진 이들과 함께 자료도 찾아보고 토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기도하고 공부하고 책도 읽다 보면 하루가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지 모른다”고 웃었다.

성락원의 존재는 여교역자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다. 26년간 목회현장에 있다가 54세에 몽골 선교사로 파송받았던 박 목사도 ‘돌아올 집’이 있다는 생각에 더 사역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는 “선교사들이 은퇴한 후에 갈 곳이 없어 늘 걱정이 많은데 나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머물 곳이 있다는 생각에 항상 감사했다”고 말했다.

성락원에는 스스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여교역자만 입소하는데 거동이 불편해지거나 치매가 오는 이들을 위해 최근 요양원도 세웠다. 이곳에서 지내다 하나님 품에 안기는 이들을 위한 납골당도 마련돼 있다. 김 원장은 “지난 9월 요양원에 계시던 분이 돌아가셔서 방을 정리하는데 빼곡히 성경 필사를 한 공책이 발견됐다”며 “평생을 하나님만 바라보고 살아가는 선배들이 존경스럽다”고 전했다.

은퇴여교역자들은 새해에도 한결같이 한국교회와 사회에 대한 마음을 품고 중보기도를 이어간다. 이군자(81) 목사는 “신문을 보다 보면 마약이나 도박 등 세속화돼 가는 기사들이 너무 눈에 띄어 마음이 아프다”며 “한국교회가 사회를 정결케 하는 것은 물론 교회도 열정과 긍휼을 회복해 본질을 놓치지 않도록 성락원 여교역자들이 계속 기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글·사진 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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