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재무장” “믿음으로 전진” 기도의 불길로 신새벽을 열다
(상) ‘새해맞이’ 기도 용사들
1일 오전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 송구영신예배를 드린 지 한나절도 지나지 않은 시간에 1만2000석 규모의 대성전은 ‘신년 축복성회’ 인파로 가득찼다. ‘믿음이란 거룩한 꿈을 꾸는 것이라’를 제목으로 설교한 이영훈 목사는 “우리가 먼저 거룩한 꿈을 품고 일어나 믿음으로 전진하자. 그러면 하나님께서 놀라운 역사를 이뤄주신다”고 권면했다. 절대 긍정과 절대 감사의 자세로 남을 살리고 치료하며 회복시키는 삶을 살아가자고 당부했다.
예배 뒤에 만난 성도들 면면엔 뿌듯한 표정이 감돌았다. 새해가 주는 무언의 희망과 예배를 통해 얻은 기쁨 등이 버무려진 듯했다. 권은경(43)씨는 “코로나 이후 마음을 다잡고 올해부터 제대로 신앙생활을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예배에 참석했다”며 “동해로 해돋이를 보러 가고 싶은 유혹도 들었는데, 이렇게 교회에서 예배로 새해를 시작하니 뿌듯했다”며 웃었다.
새해를 전후로 기도 또는 예배 처소를 찾아 반성과 각오를 다지는 건 크리스천의 특별한 루틴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를 테면 기도로 영성을 재무장하는 것이다. 2024년 새해를 이틀 앞둔 지난 30일 오전 경기도 파주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원장 김원철 목사)에도 ‘기도의 사람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곳곳에서 통성기도 소리가 귓가에 전해졌다. 이곳에서 만난 이들의 기도 제목은 다양했다. 자신의 잘못을 회개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기도부터 믿음의 가정을 이루게 해 달라는 결혼 기도 제목도 들을 수 있었다.
“어제 기도원에 올라왔는데 뜨겁게 기도하고 새해 첫날 돌아가려고요.”
이렇게 말한 오영희(60) 권사는 자신의 기도 제목도 소개했다. 그는 “새해에도 주님께서 맡겨주신 사명을 잘 감당하고, 자녀들이 주님을 체험하고 믿음의 전통을 이어갈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 28일 인천 서구 마가의다락방교회(임진혁 목사) 출입문 밖으로 찬송가 310장 ‘아 하나님의 은혜로’ 노랫말이 새어 나왔다. 예배당 안에 들어서니 600여명이 찬양 가사를 음미하며 예배에 집중하고 있었다. 마가의다락방교회에 따르면 이들 중 절반 이상은 다른 교회 성도였다. 연말이자 평일임에도 이 교회의 철야 예배를 찾은 이들은 손을 들거나 가슴을 두드리고, 때론 눈물을 흘려가며 진솔한 기도를 드렸다.
대전의 한 교회를 출석한다는 한지영(31)씨는 집회 참석을 위해 어머니와 세종시에서 올라왔다고 했다. 그는 “청년부 전도팀장인데 올해 전도 축제를 끝내고 나니 영적으로 다시 해이해졌다”며 “오늘 설교를 듣고 기도하면서 나태한 태도를 버리기로 다짐했다”고 밝혔다. 한씨는 “전도에 대한 사명도 재확인했다”며 “내년부터 서울에 있는 대학원에 다니는데 시간을 내 강남역 등에 계신 노숙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열띤 기도 인파 속에서 어린아이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 마가의다락방교회 성도 김하엘(10)군은 “부모님과 함께 집회에 참석했다”며 “내년에 꼭 응답받고 싶은 기도 제목이 있다”고 했다. 김군은 “기독교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같은 반 친구 한 명이 예수님을 안 믿는다”며 “친구와 같이 교회에 다니고 싶다고 기도하고 있다. 전도해서 예수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황예준(9)군은 “내년에는 아버지가 술·담배를 안 하시길 바라며 기도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서울 서대문구 요나3일영성원(원장 이에스더 목사)에서도 3.3㎡(1평)가 채 안 되는 기도방에서 뜨거운 기도 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곳은 금식이나 단식으로 곡기를 끊은채 기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허리를 숙여야 겨우 드나들 수 있는 작은 방에서 안지후(37)씨가 나왔다. 기도를 마친 바로 뒤여서였을까. 눈가는 벌겋게 상기돼 눈물 자국이 선명했다. 경찰공무원 시험에 낙방했다는 안씨는 전북 정읍에서 왔다고 했다.
사흘째 금식기도 중인 그는 “기도를 하다 보니 제게 부족한 부분을 알게 됐고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니라’(잠 16:9)는 말씀이 떠올랐다”며 “주님께서 인도하시는 그 길을 따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저를 위한 기도 말고도 가족에게 구원의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달라는 기도도 같이 드렸다”고 덧붙였다.
파주·인천=글·사진
조승현 이현성 김동규 임보혁 기자 k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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