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나의 행복한 북카페] 즐거운 것이 살아남는다
‘육각형 인간’이 화두다. 외모·학벌·성격·집안 등 6가지 모두가 완벽한 인간에 대한 선망이자 절망이 놀이가 되고 있다. 학창시절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던 테리우스형 친구와 외모도 집안도 뭔가 많이 부족해 보였지만 유쾌했던 친구들이 있었다. 세월이 흘러 보면 모든 걸 다 가진 것 같았던 친구보다 모자란 듯 즐거웠던 아이가 훨씬 성공한 삶을 사는 모습을 보게 된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지만, 그 위에 ‘노는 놈’이 있다. 분류학자 린네는 현생 인류를 ‘생각하는’ 영장류, 호모 사피엔스라 명명했다. 하지만 요한 하위징아는 저서 『호모 루덴스』(1938)에서 인류가 ‘생각하기’ 이전에 ‘놀이’하였음을, 문명의 많은 요소가 놀이에서 시작되었음을 보여준다.
놀이는 규칙을 만들어 이기고 지는 즐거운 행위다. 하위징아는 게임의 규칙이 질서와 법이 되고, 수수께끼가 철학과 과학로 이어짐을 문헌 고찰을 통해 보여준다. 끝말잇기가 시와 문학이 되고, 이기기가 스포츠와 전쟁으로 변하는 과정들이 흥미진진하다. 놀이였던 노래와 그림, 춤과 의례가 문명으로 발달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오이디푸스왕의 스핑크스 수수께끼는 놀이 형식의 국방과 외교였으리라.
놀이를 하려면 소통과 함께함이 필요하다. 체격이 훨씬 컸던 네안데르탈인이 비슷한 뇌지능의 몸집 작은 현생인류-매사 놀이하듯 꾀를 내고 이기기 위해 협동하는 놀이공동체 호모 루덴스에게 판정패한 것일지도 모른다. 즐거운 것이 살아남는다.
현대 정치에서도 놀이 정신이 중요하다. 놀이는 언제나 규칙을 만들고 지키며, 결과에 승복한다. 건강한 승부는 자기발전과 세상의 진보를 가능하게 한다. 21세기는 놀이하는 사람의 세상임을 노르베르트 볼츠는 저서 『놀이하는 인간』(2014)에서 말한다.
즐거운 나라가 번영한다. 새해에는 미디어의 온갖 공포마케팅 주술에서 벗어나 유쾌함이 대유행하길. AI와 인간은 누가 이길까. 즐거운 놈이 남으리라. 육각형 인간보다 유쾌한 사람이다.
이안나 성형외과 전문의·서점 ‘채그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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