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태형의 음악회 가는길] 마에스트라의 시대
드라마 ‘마에스트라’가 방영 중이다. 제목은 거장 지휘자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마에스트로’의 여성형이다. 실력파 지휘자 차세음(이영애)이 삼류 오케스트라인 한강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으로 부임해 악단을 발전시키는 내용을 씨줄로, 차세음의 과거와 그녀를 둘러싼 주변 인물을 날줄로 삼아 미스터리를 전개한다.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이나 브람스 교향곡 1번의 리허설 장면과 음악이 반가웠다. 예전 음악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는 김명민의 열연이 돋보였지만 지휘자나 단원들을 희화화해 거슬렸다. 지휘자 진솔(36)의 지도를 받은 이영애의 열정적인 지휘 연기는 음악의 진지함을 변형시키지 않는다. 음악감독 조성우의 곡들도 잔잔하게 스며들며 감정의 진폭을 섬세하게 전달한다.
마에스트라의 역사는 최초로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는 스웨덴의 엘프리드 앙드레(1841~1929)로 거슬러 올라간다. 네덜란드의 안토니아 브리코(1902~1989)는 영화 ‘더 컨덕터’의 주인공이다. 오페라 지휘자 사라 콜드웰(1924~2006)은 무대 연출가로도 알려졌다. 최초로 주목받은 마에스트라는 프랑크푸르트와 뉴욕시티오페라에서 활약한 주디스 소모지(1937~1988)였다. 조안 팔레타(69)는 1999년부터 24년간 버팔로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임윤찬의 협주곡을 지휘한 마린 올솝(67)은 빈 방송교향악단의 수석지휘자다. 호주 출신의 시몬 영(62)은 여성 최초로 빈 필을 지휘했고,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과 바그너 ‘링’ 사이클을 녹음했다. 이밖에 알론드라 데 라 파라(43), 미르가 그라지니테 틸라(37), 요아나 말비츠(37)등이 맹활약 중이다.
지휘는 리더십의 총화다. 단원들의 협력과 절제를 이끌어내야 하며 임기응변도 강해야 한다. 음악성은 기본이고 후원금을 끌어올 수 있는 매력과 정치력도 갖춰야 한다. 2007년 마린 올솝이 볼티모어 심포니 음악감독으로 지명됐을 때 일부 단원들이 반대했다. 올솝은 계약서 사인을 미루고 홀로 단원들을 만나 설득했다. 그렇게 그녀는 미국 최초 메이저 오케스트라 여성 음악감독이 됐다. 드라마 속 차세음은 본인의 바이올린 스승이기도 한 악장 박재만(이정열)을 신참 이루나(황보름별)로 교체한다. 이후 차세음은 스승을 방문해 면을 세워주며 젊은 악장을 도와달라 한다. 지휘자는 인간관계에서도 앙상블을 만들어낸다.
우리나라의 마에스트라들도 주목된다. 4월 베를린 필을 지휘하는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음악감독 김은선(43),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에서 재초청 받은 성시연(48), 트론헤임 심포니 수석지휘자 장한나(41) 등이 있다. 성시연은 5일 서울시향 신년음악회(세종문화회관)와 6일 대원문화재단 신년음악회(예술의전당)를 지휘한다. 신년 벽두부터 진짜 마에스트라의 지휘를 접해보면 어떨까.
류태형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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