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문건서 '빌 클린턴' 50번 언급…"성범죄 연루는 아냐"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수감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 재판 과정에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이 50차례 이상 언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1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는 엡스타인 재판 관련 문건에서 '존 도(John Doe) 36'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클린턴 전 대통령이었다고 보도했다. 미 법원은 익명 처리를 위해 '존 도'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앞서 뉴욕 맨해튼연방법원은 기존에 익명 처리됐던 엡스타인 재판 문건 등장 인물의 실명을 공개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곧 재판 관계자들의 실명이 공개될 예정이다.
다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실명 공개 명단에 포함된 것과 별개로 그가 성범죄에 연루됐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는 것이 현지 언론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ABC방송은 "재판 당시 엡스타인과 친분이 있는 유명인들을 증인으로 부를지 여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이 언급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엡스타인의 성착취 피해 여성으로부터 안마 시술을 받는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지만 "불법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실명이 확인된 재판 문건은 엡스타인에게 성착취를 당한 미국 여성 버지니아 주프레가 지난 2015년 제기한 재판과 관련된 서류다.
주프레는 엡스타인뿐 아니라 그와 친분이 있었던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아들 앤드루 왕자에게까지 성폭행당한 사실을 공론화한 인물이다.
억만장자였던 엡스타인은 각국의 정·재계 인사들과 폭넓은 친분을 쌓았다.
클린턴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자가용 비행기로 함께 여행을 하는 사이였고,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세계적인 언어학자인 놈 촘스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명예교수와도 가까웠다.
엡스타인의 폭넓은 인맥 때문에 그의 재판에서 익명으로 처리된 인물도 170명 이상이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엡스타인은 수십명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된 직후인 지난 2019년 뉴욕의 감옥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 세상을 떠났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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