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사적인 뮤지엄으로 완성한 벤저민 폴랑게르의 파리 아파트
파리의 유서 깊은 증권거래소에서 피노 컬렉션(Collection Pinault)의 미술관으로 거듭난 부르스 드 코메르스(Bourse de Commerce). 현대미술 애호가들의 성지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아티스트 벤저민 폴랑게르(Benjamin Poulanges)가 자신만의 컬렉션을 즐기는 집이 있다. 벤저민은 실내건축을 공부하고 제품 디자인과 세트 디자인을 섭렵한 뒤, 2007년 스튜디오 폴랑게르(Studio Poulanges)를 열었다. 이후 패션과 럭셔리 분야에서 독특한 경험과 시나리오를 창조하며 명성을 쌓았는데, 2016년부터 예술가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로메티(Rometti) 공장에서 도자 공예를 배우는가 하면, 네그로폰테스 갤러리를 운영하는 소피 네그로폰테스(Sophie Negropontes)의 지지를 받아 2020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벤저민의 집에는 예술과 디자인을 향한 끝없는 열정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3년 전, 18세기의 낡은 빌라와 처음 마주한 순간을 벤저민은 생생히 기억한다.
공간을 재배치하는 일부터 곳곳에 들어설 기물과 소품을 채우는 일까지. 마침내 집은 그의 손을 거쳐 새롭게 재탄생했다. 현관을 지나면 곧바로 나타나는 원형 거실은 본래 연주실이었으나 벤저민은 이곳을 서재와 다이닝 룸이 어우러진 곳으로 변모시켰다. 거실 양편에 놓인 두 개의 방은 드레스 룸과 욕실이 딸린 침실로 재구성했으며, 기존의 서재는 그림 작업을 위한 아틀리에로 활용했다. 분산된 공간을 자신의 생활 패턴에 맞게 바꾸면서 집 안을 채우는 메인 컬러로 흰색을 선택했다. 흰 벽이야 말로 작품과 빛을 돋보이게 해주는 배경으로 제격이기 때문이다. 벽난로 옆에 놓인 리넨 스크린 역시 벤저민의 작품인데, 장차 작업할 새로운 그림을 위한 자리로 남겨두었다. 굽은 벽을 따라 놓인 책장과 호두나무로 만든 벽면 패널 브와즈리(Boiserie: 내장재)는 이 집을 위해 그가 맞춤 제작한 것. 여기에 여러 빈티지 가구와 수집품, 벤저민의 그림과 조형 작품이 적지 않은 존재감을 드러낸다.
마크 들로슈(Marc Deloche)와 공동 전시를 비롯해 뉴욕의 더 살롱(The Salon), 디자인 마이애미 전시까지, 앞으로 벤저민은 안락한 파리 안식처를 구심점으로 삼아 예술가로서 활발한 행보를 이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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