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과 김혜준이 만났을 때 벌어지는 일
Q : 제대로 ‘죽고’ 시작하는 작품은 〈달콤한 인생〉(2008) 이후 두 번째입니다. 〈킬러들의 쇼핑몰〉의 정진만처럼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는 연기는 어떤가요
A : 연기하는 입장에서 별로 특별할 건 없어요. 작품 구성 장치 중 하나니까요. 다만 시점을 잘 맞춰야 하니 앞뒤 흐름을 더 신경 쓰게 되죠.
Q : 진만은 어린 조카를 홀로 키우다 갑작스럽게 사망합니다. 정체불명의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었다는 비밀을 남긴 채로 말이죠. 어쩌면 그는 〈구미호뎐〉의 이연보다 더 고독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A : 그래서 삼촌으로 살아가는 진만을 연기할 때는 헤어나 메이크업도 거의 안 했어요. 숨겨진 과거 모습은 더 갖춰진 얼굴로 등장하지만요. 진만의 목표는 그저 조카를 지키고, 그가 안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작품 구조상 선악 구도가 나뉠 수밖에 없지만 마냥 ‘선’인 인물은 아닙니다. 그로부터 발생하는 인간적 고뇌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비록 떳떳한 삶을 살지 못했더라도 가족을 보호해야 하는 건 저마다 숙명 같은 거니까요.
Q : 배우가 보통 ‘킬러’ 같은 특정 인물을 ‘나’로 체화할 때, 어떤 부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나요. 예컨대 〈킬러들의 쇼핑몰〉에서 사람을 죽이는 일은 〈타인은 지옥이다〉의 사이코패스, 〈구미호뎐〉에서 요괴를 처단하는 구미호의 일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죠
A : 그저 상황과 장면에 집중하는 거예요. 애초에 제 연기 인생의 큰 전제는 그저 직업일 뿐이라는 겁니다. 특히 사회적으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인물을 연기할 때는 더욱 경계해요. 미화돼서도 안 되고, 동화돼서도 안 되죠. 진만은 단지 ‘킬러’라기보다 좀 더 복잡한 인물에 가까워요.
Q : 연인도, 아빠도 아닌 삼촌의 얼굴을 한 이동욱이 꽤 멋졌어요. 실제로 조카가 있지만, 삼촌이라는 존재가 지닌 감정의 온도는 어떻게 설정했나요
A : 아빠는 온종일 놀아줄 수 있지만, 삼촌은 두 시간 정도 놀아줄 수 있어요. 바로 그 차이입니다(웃음). 어떤 사정으로 진만은 지안을 지키는 게 삶의 목표가 됐고, 마음의 짐을 지고 살죠. 혹여 언젠가 자신이 잘못 될지도 모르니 이 세상에 혼자 남을 혈육을 혹독하고 강하게 키우려는 태도를 취하고요. 하지만 마음만큼은 부모와 가깝지 않을까요.
Q : 실제 이동욱은 조카를 강하게 키우는 삼촌에 가깝나요? 아니면 그저 다정한가요
A : 사실 큰 관심 없어요(웃음). 교육이나 아이의 성장은 부모 몫이라 제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죠. 가족들 ‘단톡방’에서 조카가 요즘 뭘 배우고 뭘 좋아하는지 정도는 압니다. 그냥 자기 부모님 말씀 잘 들었으면 좋겠어요.
Q : ‘츤데레’ 삼촌이네요. 극중 조카인 정지안 역의 김혜준과 ‘티키타카’도 좋았습니다. 그가 정지안을 연기해서 좋았던 점이 있다면
A : 현장에서 태도가 정말 좋아요. 일정이 빡빡하고 힘들 텐데 늘 밝고 건강하게 임하거든요.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재밌는 일이 생기면 끊임없이 공유하려고 노력하는데, 참 괜찮은 사람인 거죠. 배우로서 센스도 좋아요. 개그적인 감각이나 대사를 치고 빠지는 타이밍이 타고났어요. 노력도 많이 하고요.
Q : 정지안과도 닮았네요
A : 맞아요. 외유내강. 겉으로는 잘 웃고 밝은데 속은 꽉 차 있죠.
Q : 두 배우 모두 장르물에서 다채로운 액션을 선보인 적 많죠. 같은 팀으로 제대로 만났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A : 진짜 한 팀이 돼야 했어요. 특히 김혜준 배우의 액션 신이 정말 많았는데 힘들어도 기를 쓰고 해내더라고요. 액션 스쿨도 가고 무에타이도 배우고 총기 교육도 받으러 다니고…. 참 보기 좋았어요.
Q : 현장에서 가장 많이 주고받은 말은
A : 제가 늘 뭔가를 시켰던 것 같은데요. “감독님한테 가서 그만 찍으시라 그래.” “가서 힘들다고 해(웃음).”
Q : 이동욱도 판타지나 액션 등 장르물에서 액션 도장 깨기를 해왔습니다. 〈킬러들의 쇼핑몰〉에서 새로 터득한 기술이 있다면
A : 총을 대대적으로 다룬 적은 처음이에요. 총기 액션도 재밌더라고요. 하지만 더 예민했어요. 아무리 공포탄이어도 벽이 터지거나 유리가 깨지니까 더 꼼꼼히 현장을 체크하고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언제든 안전이 최우선이니까요.
Q : 이동욱이 갑작스럽게 쇼핑몰을 운영하게 된다면, 무엇을 팔 건가요
A : 제 별명이자 공식 캐릭터인 ‘욱동이’ 굿즈죠. 좀 더 다양한 욱동이를 만들고 싶습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도 보내야 되고, 곧 교복도 입어야 되거든요.
Q : 배우를 위한 쇼핑몰이 있다면
A : 일단 밤을 잘 새우게 만드는 약과 방한용품은 필수고요. 대사를 단번에 외울 수 있는 집중력 향상 기계라든지 멘탈 회복을 돕는 전문가들의 서비스 같은 것들이겠죠.재밌는 아이디어지만, 수요는 별로 없을 것 같네요.
Q : 극중 지안은 위기마다 삼촌의 말과 행동을 떠올리며 난관을 헤쳐 나갑니다. 이동욱의 마음속에도 진만 같은 존재가 있나요
A : 특정한 존재보다 그냥 제 삶의 경험을 반추하는 거죠. 어려움이 닥치거나 한계에 부딪히면 과거 했던 작품이나 활동 아카이브를 열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해 봐요. 이제 무슨 일이 닥치면 제 경험을 찾게 돼요. 그래도 25년 가까이 이 직업을 하고 있으니까요.
Q : 약 25년치 데이터 창고라니, 꺼낼 소스들이 많겠어요
A : CPU가 갈수록 잘 작동하지 않는 것 같은데…. 아무튼 저는 종교도 없어요. 그냥 나만 믿고 열심히 하자 싶은 거죠.
Q : 진만은 지안에게 자신이 좋은 어른인지 고민했을 거예요. 좋은 어른은 어떤 걸까요
A : 일단 지갑을 잘 열어야 할 것 같고요, 묻기 전에 먼저 말하지 말아야죠(웃음). 예전에는 후배들이 고민 상담해 오면 마치 제 생각이 답인 듯 얘기했어요. 어느 순간 그게 오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제가 알면 얼마나 잘 안다고. 스스로 경계하는 게 좋은 어른 아닐까 싶어요.
Q : 작품 선택 앞에서는 전보다 더 과감해졌나요
A : 별 생각 없어요. 그냥 하고 싶으면 하고, 재밌을 것 같으면 합니다. 예전에는 어디서 제작하는지, 채널은 어디인지, 동시간대 작품은 무엇인지 하나하나 고려했는데 그런 중요성이 덜해진 세상이기도 하고, 그런 걸 고려한다고 꼭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Q : 최근 이동욱에게는 “유튜브 잘 봤어요”라는 인사도 자주 들리겠죠. 혹시 웃기는 데 자부심이 있나요
A : 있죠. 자신감이 아니라 뭐, 조회 수로 증명되는 거 아닐까요(웃음).
Q : 웹 예능 ‘핑계고’의 ‘설 연휴는 핑계고’ 편 조회 수가 1000만 회를 넘기며 ‘2023 올해의 유튜브’의 인기 동영상 3위를 차지한 것처럼 말이죠. 이동욱이 이토록 ‘유튜브형 인간’이었다는 점이 새삼스러우면서도 자연스럽게 느껴져요
A : 그래도 10년 전부터 예능을 꾸준히 해왔고, 토크쇼 MC도 해봤기 때문일까요. 저는 재밌는 게 좋아요. 주변에 재밌는 친구들이 많은 것도 행복하고, 그들과 웃으며 얘기할 수 있어서 좋고요. 꼭 유튜브를 하는 데 특별한 의미를 두고 있진 않아요.
Q : 대중의 기대치와 자신의 기대치를 오가는 걸 즐기게 됐나요
A : 전보다 확실히 편해진 건 맞아요. 과거에는 대중의 기대치를 만족시키는 데 큰 비중을 뒀다면, 요즘은 제가 만족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더 중요해졌어요. 오히려 그런 모습을 더 좋아해 주더군요.
Q :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의 비중이 달라졌군요
A : 일을 즐겁게 하는 것과 즐기는 건 다른 것 같은데, 저는 일을 즐기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매 순간 즐겁게 연기하지만, 배우에게는 늘 평가가 뒤따르잖아요. 마냥 즐긴다는 건 좀 무책임한 말 같기도 하고요.
Q : ‘버블’ 등을 통해 부쩍 잦아진 팬과의 소통은 즐겁나요
A : 방금 전에도 했어요. 제가 한마디하면 각양각색의 답이 날아오거든요. 여러 의미로 재밌어요. 버블이든, 욱동이 팝업 스토어든, 유튜브든 소통하다 보면 팬들의 세대층이 넓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그 또한 즐겁습니다. 최근 초등학생과 중학생 팬이 많아졌다는 걸 체감했거든요.
Q : 그들에게 어떤 매력이 통했을까요
A : 〈도깨비〉나 〈구미호뎐〉 같은 판타지 장르 작품의 덕이 큰 것 같아요. 〈싱글 인 서울〉 무대인사에 엄마와 아이가 함께 왔는데, 엄마 덕에 드라마를 같이 보다 아이도 저를 좋아하게 됐다고 했어요. 아이에게 “나 어떻게 알아?” 물었더니 여덟 살이 “‘이연 오빠’ 보러 왔다”고(웃음)…. 이제는 제가 먼저 팬을 찾아가야죠.
Q : 〈킬러들의 쇼핑몰〉 촬영은 지난여름에 마쳤죠? 지금은 그 여름이 어떻게 기억에 남아 있을까요
A : 촬영 마지막 날, 현장의 모든 스태프들이 손 글씨로 포스트잇을 써주셨어요. 그리고 꽃송이마다 포스트잇을 하나하나 붙여 커다란 바구니를 선물해 줬죠. 제가 출연진 중에서 촬영 회차가 많다 보니 대표로 이런 선물을 해주신 것 같아요. 행복했어요. PD님이 본인 아이디어임을 굉장히 피력하셨습니다(웃음).
Q : 1년 전 〈엘르〉와 만났을 때는 죽지 않는 인류의 이야기를 그린 〈커넥트〉(2022) 공개를 막 앞둔 시점이었어요. 〈구경이〉(2021)부터 시작해 장르물 시리즈를 1년에 한 편씩 선보이는 배우는 많지 않습니다. 조금씩 달라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을 것 같기도 한데
A : 맞아요. 좀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냐는 우려 때문에 〈커넥트〉 이후 장르물이나 어두운 작품은 하지 말자는 다짐도 했죠. 그런데 <킬러들의 쇼핑몰=""> 은 대본을 보고 나니 안 할 수 없는 작품이었어요. 어쩔 수 없다, 마음 가는 대로 해야겠다 싶어서 직전의 다짐이 무색할 정도로 금방 출연 결정을 했습니다. “어떡하지, 너무 재미있는데” 하는 심정이었죠.
</킬러들의>
Q :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개별적으로 너무 다른 작품들이기도 하죠
A : 맞아요. 세부적인 장르와 주인공의 목표, 캐릭터 특징이 모두 달라요. 특히 〈킬러들의 쇼핑몰〉은 액션을 적극적으로 다룬 시리즈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그런 면에 초점을 맞추고 임했습니다.
Q : 본격적인 액션 연기를 하는 건 어떻던가요. 대학생이었던 지안이 삼촌의 죽음 이후 갑작스럽게 가업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킬러들의 싸움에 휘말립니다
A : 정말 힘들었습니다. 액션 장면을 속성으로 소화했던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촬영 넉 달 전부터 액션 스쿨에 가서 체계적으로 배웠거든요. 무술감독님과 티격태격하며 운동으로 다져지는 전우애가 뭔지 난생처음 깨닫고, 함께 액션을 배웠던 동료들과 엄청 끈끈해졌어요. 하지만 지안이는 아직 햇병아리입니다. 다른 킬러들의 역량이 드러난 액션 신이 훨씬 뛰어나고 근사해요. 동욱 오빠의 장면도 현장에서 보며 너무 멋져 놀랐거든요. 여기에 스타일리시한 음악이 덧입혀질 예정이고요.
Q : 삼촌인 진만 역할에 이동욱 배우가 캐스팅됐을 때 어떤 걸 기대했나요. 삼촌과 조카의 관계가 극의 중심에 서는 것도 독특한 지점입니다
A : 드라마 〈마이 걸〉(2005) 때부터 좋아했어요. 동욱오빠를 보자마자 “설공찬 때부터 너무 잘 보고 있다”며 말을 걸었어요(웃음). 제가 상상했던 진만의 모습과 말투, 연기 톤. 모든 게 잘 맞아떨어졌어요. 그리고 맛있는 것, 좋은 음식을 진짜 많이 얻어먹었습니다. 항상 촬영 끝나고 뭐 먹고 싶은지 생각해 두라고 하시거든요. 엄청나게 잘 먹었어요.
Q : 현장에서 가장 의지가 된 순간이 있다면
A : 한창 액션 스쿨을 다니며 액션을 배울 때 모두 제게 ‘열심히 해라’ ‘더 할 수 있다’고 했거든요. 오직 동욱오빠만 “아무리 열심히 해도 전문 무술인처럼 할 수 없다. 그렇게 보이기만 하면 된다. 네가 안 다치는 게 중요하다”고 해줬어요. 마침 체력적으로 힘에 부치기도 했던 터라 그 말이 정말 위로가 되더라고요.
Q : 자신을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부담감이 배우에게는 있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무감일 수도 있고요
A : 저도 부담감과 의무감, 둘 다 갖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체력이 떨어지다 보니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포기하게 되더라고요(웃음). 인간 김혜준의 한계를 끌어냈다는 게 느껴지는, 제가 악을 쓰는 게 보이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 물론 안될 것 같던 걸 해낼 때의 성취감도 엄청나죠.
Q : 자기만의 당위성을 갖고 사람들을 죽이는 지능형 킬러인 〈구경이〉의 케이와 어쩔 수 없이 사람을 죽이게 된 지안은 어떻게 다를까요
A : 누군가를 처단했을 때 성취감을 갖고 미소 짓기도 하는 케이와 달리 지안은 처절하게 생존이 목표예요. 다만 놀라운 과거를 지닌 삼촌 진만의 피를 이어받았기에 남다른 부분이 있을 뿐.
Q : 삼촌이 남긴 것을 통해 지안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점점 강해집니다. 김혜준 또한 강해졌다고 느낀 지점이 있는지
A : 데뷔 이후 많이 단단해졌어요. 보는 시선이 많아지고, 내 안의 무언가를 꺼내 보여줘야 하는 일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모든 것에 제 탓을 하고 나는 왜 이러는지 자꾸 파고들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달았죠. 성장에 도움이 되는 조언도 분명 있지만 듣지 않아도 되는 말도 많다는 걸.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사랑 또한 든든한 버팀목이 됐어요. 덕분에 부끄럽게 살거나 비굴하게 살지는 말아야겠다는 다짐과 확신을 가질 수 있었죠.
Q : 올해 방영된 〈낭만닥터 김사부3〉에 시즌 1에서 연기했던 인물인 장현주의 이야기가 다시 등장했어요.
A : 2016년 출연했으니 7년 만에 캐릭터가 살아난 셈입니다. 특별한 경험이었죠 “혜준 씨가 응하지 않으면 쓸 수 없는 에피소드다. 다시 출연할 수 있냐”는 연락을 받았을 때는 놀랐어요. 장현주라는 캐릭터가 아직 이야기 속에 살아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신기하고 행복했고요. 〈낭만닥터 김사부〉는 제 첫 TV 드라마 작품이기도 하거든요. 그때에 비해 성장한 모습으로 한석규 선배님과 재회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됐는데 실제로는 더 엄청난 위로를 받았죠. 선배님이 “네가 했던 것 다 지켜봤어. 얼마나 힘들었니? 고생했겠다”라고 해주시는데 너무 큰어른 같은 말씀에 제가 폭 안겨지는 느낌이었죠.
Q : 인스타그램에 음악극 〈붉은머리 안〉 사진을 올린 것을 보고 반가웠어요. 3년 전 초연 때 정말 기분 좋게 봤던 작품이거든요
A : 저도 산울림소극장에서 했던 첫 공연부터 3년 내내 보러 갔어요. 연극영화학과 동기인 언니가 연출을 맡은 작품이에요. 처음 극을 올릴 때부터 언니가 같이하자는 말을 꾸준히 하는데 연극은 엄두가 나지 않는 분야입니다.
Q : 연극 무대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네요
A : 무대에서 두 시간 남짓 이끌어간다는 건 정말 대단한 에너지잖아요. 웬만한 배우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안 역의 최하윤 배우가 정말 잘하기도 하고요.
Q : 얼마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손을 흔들며 배웅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뒀더군요. 나를 아낌없이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세상을 먼저 떠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건 쉽지 않죠
A : 아버지를 떠나보낸 어머니가 많이 힘들어하셨어요. 그 모습을 보며 제 아픔도 아픔이지만 이제는 부모님을 내가 위로하고 챙겨야 하는 나이라는 걸 깨닫고 언니와 우애를 다졌죠. 가족과 시간을 가지며 저도 위로받았어요 이 또한 가신 분이 남은 사람에게 남겨준 선물이구나 싶더라고요.
Q : 연기를 시작한 이후 갖게 되는 불안감, 그것을 이겨내는 방식에 대해 곧잘 이야기하고는 했습니다. 반대로 나에 대해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A : 살아가는 모두에게 불안은 당연한 것이더라고요. 걱정 많은 성격 때문에 대비를 하게 되고, 다시 한 번 나를 돌아보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지점도 분명히 있고요. 불안을 헤쳐 나가며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가졌다는 부분에서 제게 점수를 후하게 주고 싶습니다.
Q : 김혜준이 살면서 가장 용기를 냈다고 생각한 선택은
A : 연기를 시작한 것이죠. 지금도 제 성격이 배우에 썩 부합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하지만 잘 내린 결정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성취감과 보람을 자주 느낄 수 있는 직업은 또 없을 것 같아요. 종종 두려움과 무력함, 후회도 찾아오지만 복받은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Q : “잘 들어, 정지안.” 극중 진만이 가장 자주 하는 대사라고요. 지금 김혜준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은
A : 잘 들어, 김혜준. 기죽지 마! 너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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