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을수록 더 가려운 고통… 더 번지기 전 초기에 잡아야”
국내 첫 클리닉 개설 김혜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교수
난치성 피부질환 등 원인 다양
수㎜~ 2㎝ 크기 팔·다리 등에 생겨
최근 ‘듀필루맙’ 등 좋은 신약 나와
손 대지 말고 도포제 사용 등 필요”
가려움증은 가볍게 생각하기 쉬운 질병이지만 막상 겪는 이들에게는 더없는 고통이다. 가벼운 접촉이나 온도 변화, 정신적 스트레스 같은 일상생활 속 흔한 자극에도 유발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결절성 소양증은 '가려운 질환의 최고봉'이란 별칭이 붙을 정도로 가려움이 상상을 초월한다. 심할 경우 피부를 긁는 수준을 넘어 후벼 파야 할 정도의 고통이 뒤따른다. 가려움은 자려고 눕거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 술을 마신 후, 덥거나 피부가 건조할 때 더 심해질 수 있다.
김혜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1일 “결절성 소양증은 참기 힘든 가려움과 함께 수㎜에서 2㎝ 정도의 붉은 색 또는 갈색 결절(단단한 덩어리)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만성 질환”이라면서 “피부를 긁으면 결절이 더 커지고 가려운 증상이 악화하기 때문에 초기에 가려움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항히스타민제는 가려움 조절에 흔히 쓰이는 약이지만, 결절성 소양증의 극심한 가려움을 조절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면서 “최근 만성화된 염증을 악화시키지 않는 생물학적 제제 등 효과 좋은 신약들이 개발돼 기존 치료에 듣지 않는 소양증 치료에 새로운 지평이 열린 만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국내 최초로 가려움증 클리닉을 개설한 김 교수의 도움말로 결절성 소양증에 대해 알아봤다.
-가려움증 클리닉을 연 이유는.
“가려움증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 마이애미대학 요시포비치 교수 밑에서 연수를 했다. 가려움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많은데,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는 국내 현실이 안타까웠다. 특히 최근 생물학적 제제 등 가려움증 완화에 좋은 신약이 많이 나와 있다. 예전보다 치료 여건이 좋아졌다. 마이애미대 가려움증 센터를 벤치마킹했다.”
-주로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수㎜에서 2㎝ 크기의 붉은색 또는 갈색의 결절이 팔·다리나 등, 엉덩이에 잘 생긴다. 가려움은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피부를 긁는 수준을 넘어 후벼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는 피가 나도록 긁으면 상처 나고 2차 감염을 통해 균이 증식할 경우 더 가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원인이 뭔가.
“피부 건조 등 피부 자체의 문제일 수도 있고 난치성 피부질환(아토피피부염, 건선, 두드러기 등)이 원인일 수 있다. 또 혈당 조절이 안 되는 당뇨병이나 간 질환, 혈액 투석, 혈액·고형암, 갑상샘질환,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 임신, 신부전, 곤충 물림 등에 의한 2차성 질환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노화도 원인이다. 나이 들면 피부 장벽이 깨지고 면역체계가 알레르기 성향으로 바뀌어 가려움이 발생한다. 가려움증이 ‘노화의 신호’인 셈이다. 실제 노인 인구가 늘면서 가려움증 환자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원인 파악을 위한 체계적 검사가 중요하다.”
김 교수는 “최근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피부에 사는 포도상구균(피부의 세균총)이 분비하는 성분이 결절성 소양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됐다. 피부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고 부연했다.
-진단은 어떻게 하나.
“결절성 소양증은 임상적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다른 질환과의 감별 및 기저질환 확인을 위해 우선 자세한 병력이나 약물 복용 여부를 묻는 게 일반적이다. 이밖에 곰팡이균 도말 검사(KOH), 옴 검사, 혈액·소변 검사, 피부 조직 검사를 진행할 수 있다.”
-효과 좋은 신약이 나왔다는데.
“결절성 소양증 환자들은 그동안 사이클로스포린 같은 면역조절제, 신경조절 체계를 조절하는 가바펜틴이나 아미트립틸린 등을 많이 사용했다.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인 ‘듀필루맙’과 여러 염증 경로를 조절하는 ‘야누스키나제(JAK) 억제제’가 등장해 결절성 소양증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 특히 듀필루맙은 지난달 중순 식약처로부터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18세 이상 중등도·중증 결절성 소양증 치료제로 적응증을 인정받았다. 치료 환경이 좋아졌다.”
-주의할 점이나 예방법은.
“결절성 소양증이 있으면 가급적 피부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약물치료와 더불어 피부를 차갑게 하는 쿨링 효과를 위해 가려움을 완화하는 도포제(바르는 약)를 같이 사용하는 것도 도움 된다. 실내 온도는 시원한 상태로 유지하고 면 소재 옷을 입고 가벼운 샤워 후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주는 것이 좋다. 술이나 담배, 사우나, 때 밀기, 뜨거운 음료, 매운 음식도 가려움을 악화시킬 수 있다.”
김 교수는 “결절성 소양증 환자들은 불안이나 우울을 함께 호소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에 대한 적절한 평가와 개입이 필요하다. 또 당뇨병이나 갑상샘질환, 빈혈 등 기저질환이 동반된 경우도 종종 발견되는 만큼, 이 부분에 관한 확인이나 치료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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