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기업 ‘중복 규제’가 글로벌 트렌드? [취재수첩]
민간 주도 플랫폼 자율 규제를 외치던 정부가 강력한 사전 규제 행사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 경쟁촉진법(경촉법)’ 입법을 추진 중이다. 매출 규모와 이용자 수, 시장점유율이 일정 수준보다 높은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 규제하겠다는 게 골자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유럽연합(EU) 등에서 플랫폼 독과점 폐해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대응 입법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플랫폼 규제는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공정위가 플랫폼 트렌드를 정확히 읽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공정위가 언급한 EU 디지털시장법(DMA)은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한 법안이다. 애초에 DMA는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의 ICT 공세에 맞서 만들어졌다. 사전·중복 규제가 핵심인 경촉법과 정반대다. 실제 DMA 규제 명단에는 유럽 기업이 한 곳도 없다. 총 6개 기업이 규제를 받고 있는데, 애플·MS·알파벳·아마존·메타·틱톡 등이다.
미국 역시 하원이 발의한 5개 빅테크 반독점 패키지 법안 중 기업결합 수수료 인상안만 통과시켰다. 나머지 법안은 모두 폐기했다. 이 역시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한 결정이었다. 틱톡과 핀둬둬 등 중국 플랫폼들이 미국 내 점유율을 높이자 플랫폼 산업 패권 위기감이 커졌고, 자연스레 규제 정책을 포기한 것이다.
플랫폼 독과점 문제는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제재할 수 있다. 과징금 부과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손을 봐야 할 부분은 시장 혼란을 키우는 플랫폼 기업 시장 지배적 지위에 대한 공정위의 오락가락 판단이다. 공정위는 최근 CJ올리브영의 납품업자 갑질 행위에 최소 과징금만 부과했다. CJ올리브영 점유율을 온·오프라인 합산 기준으로 계산,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불과 몇 년 전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인수합병 과정에서 온라인 기준 점유율을 적용해 합병을 막아선 것과 정반대 논리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1호 (2024.01.01~2024.01.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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