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참여하는 학교 축제가 있다?
[곽규현 기자]
나는 교직에 몸담고 있다가 은퇴했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미련이 남아 여전히 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래서 퇴직하기 전에 재직했던 학교 사정이 궁금할 때마다 홈페이지를 찾게 되고, 선생님들과도 가끔 연락하며 학교에 대한 이런저런 소식을 듣는다.
얼마 전에는 직접 학교를 방문해 선생님들과 안부 인사도 나누고, 몇몇 제자들을 만나서 학교생활 이야기도 들었다. 매년 연말이 되면 학교에서는 중요한 학사 일정이 마무리되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축제가 열리는데, 이번 학년도에도 며칠 전인 지난해 12월 27일 축제가 열렸다고 한다.
학교 전통으로 내려오는 축제, 이날을 위해 도서관 1층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작품 전시관으로 탈바꿈하고, 2층 교실과 별관 과학실은 동아리마다 특색있는 부스로 꾸며진다. 체육관은 학생들이 마음껏 장기 자랑을 뽐내고 흥이 나도록 무대가 마련된다. 축제를 즐길 준비가 끝나면 축제 당일은 교사와 학생 모두 수업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는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만들어 전시한 작품들을 관람하거나 갈고 닦은 재능을 발휘하고 구경하면서 어느 때보다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선생님들도 수업 시간과는 또 다른 제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흐뭇한 하루를 보낸다.
▲ 상담 선생님의 지도로 학생들이 만든 작품이 전시돼 있다. |
ⓒ 배진호 |
▲ 학부모 동아리 회원들이 만든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
ⓒ 배진호 |
임시로 마련된 전시관에는 선생님들의 지도하에 학생들이 한 학년 동안 정성 들여서 만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미술 시간에 그린 작품들이 많은데, 지구 환경을 생각해서 그린 의미 있는 그림도 보이고 개성 있게 자화상을 그린 그림도 눈길을 끈다. 또 미술 분야에 특기를 가진 선생님들의 지도하에 완성한 작품들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체육 수업 담당인데도 도자기 공예를 잘하시는 체육 선생님의 지도로 출품한 예쁜 도자기에서 학생들의 순수한 마음을 읽는다.
역시 공예에 특기가 있으신 상담 선생님은 학교생활에 적응력이 떨어지거나 수업 집중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에게 상담과 동시에 공예를 가르침으로써 흥미를 유발하게 한다. 공예 활동으로 학생들과 더 가깝게 소통하고 정서적인 안정을 꾀하는 것이다. 그 학생들이 제출한 작품에는 특별한 교육적인 의미가 담겨 있어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같은 또래의 고민을 들어주고 공감하면서 도움을 주는 또래상담 동아리 학생들의 단체 작품도 전시돼 학생들의 훈훈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특히 학부모회 어머니들의 토우 작품이 새로운 느낌으로 가슴에 와닿는다. 해학적인 웃음이 가득한 토우들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머금어진다. 학부모회 회장님의 주도로 학부모 동아리를 만들고, 매달 한두 번씩 문화 교실을 열어 정기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면서 친목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지금까지 원예 공방 활동, 디퓨저 만들기, 보석 방향제 만들기, 레진아트 만들기, 청 만들기, 토우 인형 만들기 활동이 꾸준히 이루어졌다는 담당 후배 교사의 설명을 들었다.
▲ 학부모 동아리의 한 회원이 정성 들여 토우를 만들고 있다. |
ⓒ 이윤수 |
학교 구성원 모두의 축제, 새해에는 모든 학교가 행복하길
교실에서는 동아리 부스마다 마음 편하게 즐기도록 꾸며져 있어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동아리별로 특색을 살려 친구들의 배를 채워줄 음식을 만들거나 각종 놀이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그래도 학교 축제에서 학생들이 가장 흥미를 가지는 것은 장기 자랑이다. 선생님과 학생들이 모두 체육관에 모여 관람하는 가운데 반별, 개인별 장기 자랑을 펼친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거나 재치 있는 콩트까지... 수업 시간에는 지겨워서 좀이 쑤시던 아이들도 제 세상 만난 듯이 숨겨진 '끼'를 발산하는 모습이 새롭다. 선생님들도 제자들의 흥겨운 분위기에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며 장단을 맞춘다. 무엇보다 학생들과 선생님들, 학부모까지 참여한 학교의 축제 모습에 가슴이 뭉클하다.
지난해에는 교육 현장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일들로 인해 힘든 한 해였다. 이제 새해가 밝았다. 머지않아 학교마다 졸업식과 종업식이 있게 되고, 신입생의 입학식과 함께 신학년도가 시작될 것이다. 올해는 각급 학교에서 학생과 선생님, 학부모 등 교육 주체 모두가 행복한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 학교와 학부모가 서로 이해하고 협력함으로써 웃음꽃이 활짝 피어나는 교육 환경을 기대해 본다.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이 행복하고, 학생이 행복하면 학부모도 행복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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