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대표상품 '동료시민'…"다수결 폭정 막을 공화주의"
‘동료 시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자주 언급하는 용어다. 한 위원장은 1일 당 신년인사회에서도 “100일 남은 국민의 선택을 앞두고 동료 시민에 대한 계산 없는 선의를 정교한 정책으로 준비해서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료 시민은 갓 정치를 시작한 한 위원장의 대표 상품이자, 국민의힘의 총선 필승을 위한 키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동료 시민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본지에 “성숙한 자유민주주의 사회는 시민들 간의 동료의식으로 완성되는 거라 생각한다”며 “재해를 당한 낯선 동료 시민에게 자기가 운영하는 찜질방을 내주는 자선, 지하철에서 행패 당하는 낯선 동료 시민을 위해 나서는 용기 같은 것이 자유민주주의 사회를 완성하는 시민들의 동료의식”이라고 설명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신년인사회를 통해 구체적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연평도 포격 당시 한 달 동안 연평도 주민께 쉴 곳을 제공하셨던 인천 인스파월드(찜질방. 현재 폐업)의 박운규 사장님 같은 분이 계셨다”며 “국민의힘은 국민 모두에게 그런 동료 의식을 실천하는 당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정치학자들은 ‘동료 시민(Fellow Citizen)’의 어원을 ‘공화주의’에서 찾는다. 공화주의란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덕을 강조하는 정치 철학으로, 사익이 공적 영역을 침해할 경우 동료애를 가진 시민이 적극적 정치활동을 통해 공공선의 훼손을 막아야 한다고 본다. 공화정을 택한 미국의 대통령 연설문도 통상 ‘동료 시민 여러분(my fellow citizens)’으로 시작한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중앙일보 통화에서 “표를 얻기 위한 인기 영합적 정책이나, 다수결에 의한 폭정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동료 시민의 공공선 추구를 강조하는 공화주의 철학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자유주의를 내세웠다면, 한 위원장은 공화주의를 자신의 대표 상품으로 앞세우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여권에서도 “생소한 표현이라 국민을 설득하기 위한 선거 전략으론 활용하기 어려울 것”(영남지역 초선 의원)이란 지적이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정당 현수막에 ‘동료 시민’이란 문구를 활용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를 준비 중이다. 이날 신년인사회에선 윤재옥 원내대표가 비대위원들을 “동료 시민의 삶을 대표하는 분들”로 소개하기도 했다.
"총선용 악법" 韓, '김건희 특검' 거듭 반대 의사
한편 이날 한 위원장은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 에 대해선 “민주당의 총선용 악법”이란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다’는 취재진 질문에 ‘김건희 특검’ 대신 ‘도이치 특검’이란 표현을 쓰며 “도이치 특검은 총선용 악법이라고 여러 차례 설명했다. 그 법을 가지고 총선을 치르는 것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이라고 했다.
한 위원장은 ‘노인 비하’ 발언 논란으로 사퇴한 민경우 전 비대위원에 대해 “과거 굉장히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고, (제가) 동의하지 않는 발언이어서 노인회장에게 따로 사과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다만 ‘인사 검증 실패’란 지적에 그는 “민주당의 말씀”이라며 “제가 지금 단계에서 하나하나 반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공천관리위원장 인선과 관련해선 “공천은 두 가지다. 공천하는 과정이 공정하고 멋져 보여야 한다. 내용이 이기는 공천이어야 한다”며 “그 두 가지를 균형 있게 고려해 충분히 해낼 사람을 신중하게 찾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당 신년회에 앞서 당 지도부 인사들과 함께 국립 서울현충원을 참배했다. 현충탑에 헌화ㆍ분향한 뒤 김영삼ㆍ박정희ㆍ김대중ㆍ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차례로 참배했다. 방명록엔 “동료 시민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 가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앞에서는 한 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조우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악수하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간단한 새해 인사를 나눴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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