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가요계 키워드는 ‘K 없는 K팝’의 본격화

정진영 2024. 1. 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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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6일 미국 데뷔를 앞둔 JYP 소속 걸그룹 '비춰'(VCHA).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2024년의 가요계는 ‘K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올해 데뷔를 앞둔 대형 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들은 K팝 시스템으로 육성된 ‘글로벌 K팝 그룹’이란 공통점으로 요약되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전 멤버를 해당 국가에서만 선발해 구성한 ‘현지화 그룹’은 있었다. 하지만 올해가 다른 점은 유럽과 북미, 호주 등 기존에 보기 어려웠던 대륙 출신 멤버의 비중이 커졌다는 점이다.

한 대형 엔터사 관계자는 1일 “이제 아시아권을 넘어서 유럽, 미국 등 다른 대륙 출신 멤버를 영입해 K팝을 확장하려는 전략이 가속화하는 단계”라며 “아직 인도나 유럽 등에선 당장 현지화 전략을 쓰긴 어렵다. 그래서 과거에 일본인 멤버를 한두명씩 영입하며 늘려나갔던 것처럼, 타 대륙으로도 조금씩 확장해나가는 과도기적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글로벌 K팝 그룹의 데뷔 소식을 알려온 대형 엔터사는 JYP와 하이브, SM이 있다. 가장 적극적인 건 JYP다. JYP는 유니버설 뮤직 그룹 산하 레이블인 리퍼블릭 레코드와 합작한 걸그룹 ‘비춰’(VCHA)를 오는 26일 정식 데뷔시킨다. 비춰는 한국인 없이 미국인과 캐나다인으로만 구성됐다. 데뷔 역시 미국에서 한다. 일본 현지 보이그룹인 ‘넥스지’(NEXZ)도 데뷔를 준비 중이다. 이들은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일본 현지 걸그룹 ‘니쥬’의 남자 버전이다. 중국에서도 현지 그룹인 ‘프로젝트C’가 정식 데뷔를 앞두고 있다.

하이브는 미국 게펜 레코드와의 합작 글로벌 오디션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를 통해 선발된 ‘캣츠아이’를 올해 미국에서 데뷔시킨다. 캣츠아이는 6명의 멤버로 구성됐는데, 한국인은 윤채 한 명이다. 나머지 멤버들은 미국, 필리핀, 스위스 출신으로 구성됐다.

일본에서 올해 정식 데뷔를 앞둔 NET 뉴 팀(가칭)의 프리 데뷔 투어 공연 이미지. SM엔터테인먼트 제공


SM에선 NCT 뉴 팀(가칭)이 올해 데뷔를 앞두고 있다. NCT 뉴 팀은 일본을 기반으로 하는 NCT의 새로운 팀으로, 한국인 2명과 일본인 4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올해 정식 론칭을 앞두고 지난해 일본에서 프리 데뷔 투어를 진행했다.

한국 시장의 성장 정체를 우려하며 차근차근 준비해왔던 엔터사들의 ‘K팝 글로벌 확장’ 전략이 올해 본격적으로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는 모양새다. 지난해에는 해외에 K팝 회사들의 본사 또는 지사가 여럿 설립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미국에 본사를 차린 타이탄 콘텐츠가 있다. 타이탄 콘텐츠는 전 SM엔터테인먼트 CEO인 한세민 의장을 필두로 강정아 CEO, 최고 퍼포먼스 책임자(CPO) 리아킴, 최고 비주얼 책임자(CVO) 이겸, 최고 비즈니스 책임자(CBO) 돔 로드리게스가 한데 모여 지난해 4월 설립됐다. 타이탄 콘텐츠는 이달 미국을 시작으로 캐나다, 호주를 거쳐 아시아까지 이어지는 첫 글로벌 오디션을 개최한다.

타이탄 콘텐츠의 창업 멤버들. 타이탄 콘텐츠 제공


이밖에도 SM은 지난해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영국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MOON&BACK(문앤백·M&B)과 전략적 협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팝의 본고장인 영국에서 데뷔할 보이그룹을 함께 제작한다. 하이브는 남미 시장으로의 진출 교두보가 될 멕시코 소재 법인 ‘하이브 라틴 아메리카’를 지난해 설립했다. 이곳에서 신인 아티스트와 콘텐츠를 개발할 계획이다.

‘K 없는 K팝’ 그룹은 한국어 대신 영어나 해당 국가의 언어로 된 노래로 활동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을 탈피하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이다. K팝이 익숙한 일본, 동남아 등 아시아권이 아닌 대륙에서 한국인이 소수이거나 아예 없는 그룹이 활동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인 만큼 이들이 얼마나 글로벌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지에 이목이 쏠린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는 “기존에 한국 아이돌이 가지고 있던 스타일과는 다른 방식을 시도하게 될텐데, 그게 해외팬들에게 얼마나 잘 녹아드느냐가 관건일 듯하다”며 “올해는 K팝의 정체성을 어떤 식으로 재정의해야 하는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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