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도둑 맞았다" 취소된 광안리 드론쇼, 사과 공연도 17분 지각
갑진년(甲辰年) 새해를 맞아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드론쇼가 돌연 취소됐다. 당시 광안리해수욕장에는 추운 날씨에도 국내외에서 수만 명이 몰렸는데 행사가 취소되자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청룡 이미지 드론쇼, 갑자기 취소
1일 부산 수영구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를 전후로 광안리 해수욕장 일대에서 드론 2000여대를 동원한 ‘광안리 M 드론 라이트 쇼 2024 카운트다운’ 공연이 열릴 예정이었다. 계획대로라면 0시 기준으로 3~4분 전부터 드론을 띄워 2024년을 앞둔 카운트 다운 숫자를 보여준 뒤 ‘청룡’ 이미지를 밤하늘에 수놓을 계획이었다. 이 행사는 수영구가 드론 업체에 위탁해 준비했다. 이를 위해 수영구가 쓴 예산은 약 6000만원이다.
당시 광안리해수욕장에는 경찰과 수영구 추산 8만~10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하루 전 열린 리허설 동영상이 퍼지면서 전국적으로 큰 관심을 끌면서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 ‘광안리해변 일대 해넘이 인파 밀집으로 매우 혼잡해 주의가 필요하다’는 안전 안내 문자가 전송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드론 공연은 진행되지 않았고, 결국 이날 0시 30분 취소됐다. 당시 수영구 관계자는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몰려 와이파이 기기 등 통신에 장애가 생겼다”며 “드론을 정상적으로 제어할 수 없어 공연을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수영구는 ‘광안리 M 드론라이트쇼’ 누리집을 통해서도 사과 공지를 올렸다. 수영구는 “어렵고 귀한 걸음으로 방문해주신 모든 관람객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 올린다”며 “공연을 준비하던 중 생긴 예기치 못한 통신장애로 인해 부득이하게 공연이 취소돼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기다려주신 분들께 다시 한번 더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관람객 곳곳서 항의
하지만 드론 공연을 보며 새해 첫날의 기운을 받기 위해 현장에 몰려있던 많은 사람은 수영구 등의 미숙한 대처에 불만을 표시했다. 가족과 함께 드론쇼를 보러 갔던 박모(49·여·기장군)씨는 “추운 날씨였지만 뜻깊은 행사를 보면서 한 해를 시작하고 싶어 나갔는데 취소돼 실망했다”며 “부산 이외 지역이나 외국에서 온 관광객은 곳곳에서 항의하는 모습이 보였다”고 전했다.
배모(53·남·수영구)씨는 “계속해서 드론쇼가 열릴 것으로 예상해 기다렸는데 결국 취소됐다고 해 새해를 도둑맞은 기분으로 돌아왔다”며 “일 년에 한 번밖에 없는 순간을 이렇게 허탈하게 보내니 실망감을 넘어 분노마저 느껴진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는 이 공연을 보기 위해 광안리 해수욕장 인근 숙소를 평소보다 2∼3배 비싸게 예약했다는 하소연도 있었다.
공연이 취소된 후 광안리해수욕장 주변은 현장을 빠져나가려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도시철도 2호선 광안리역과 금련산역에 몰리면서 일부 시민은 경찰의 안내에 따라 수십 분 거리인 남천역까지 걸어갔다.
수영구는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이날 오후 7시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드론쇼를 재개하기로 했다. 수영구 관계자는 “새해맞이 기념 의미는 퇴색됐지만, 오랜 시간 준비한 것을 보여드리는 게 옳다고 판단해 공연을 다시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과 공연도 17분 '지각'
사과 드론쇼가 예정된 이날 오후 7시쯤 광안리해수욕장엔 수영구 추산 3만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이날 0시 인파(8만2000명)보다 적었다. 기온은 5도로 영상권이었고, 바람도 잔잔해 드론쇼는 무사히 치러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예정 시각을 넘긴 오후 7시4분쯤 “통신장애로 10분가량 공연이 연기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해변은 크게 술렁였다. 오후 7시17분쯤 “기다리는 분들께 사과한다”며 통신장애를 복구하는 대로 공연하겠다고 재차 안내했다.
복구 시간을 특정하지 못한 도돌이표 안내방송에 해변가에서 기다리던 일부 시민은 자리를 뜨려던 때 드론 2000대가 날아올랐다. 동그란 원형에서 시작해 ‘Dream Come True 2024’란 문구를 그린 뒤 여의주를 문 청룡이 해변을 굽어보는 모습을 형상화한 쇼는 12분 만에 끝났다. 부산진구에서 6살 아이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드론쇼를 보러 왔다는 김남주(37ㆍ여)씨는 “드론쇼를 못볼까봐 조마조마했다.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다”고 했다. 경찰은 이날 인파 분산 역할을 하는 키다리 경찰관 등 경력 210여명을 투입해 현장 안전을 관리했다.
부산=위성욱·김민주 기자 we.sung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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