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홍해서 후티반군과 첫 교전…바이든 '전략 수정' 고민하는 이유
예멘 후티반군의 홍해상 민간 선박 공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군이 후티 측 고속단정을 격퇴했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밝혔다. 후티반군이 이스라엘 전쟁에 개입한 이후 미군이 이들과 직접 교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중동 지역을 담당하는 미국 중부사령부는 이날 오전 6시30분께 세계 2위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가 운영하는 ‘머스크 항저우호’가 후티반군의 공격을 받았다고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반군이 머스크 항저우호에 20m 거리까지 접근해 소형 화기를 쏘며 위협, 탑승을 시도해 긴급 구조 요청을 받고 출동했다”고 알렸다. 이에 미군은 항공모함 아이젠하워(CVN 69), 구축함 그레이블리호에 있던 헬기를 출격시켰고, 후티 측의 발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고속단정 3척을 침몰시켰다고 밝혔다. 나머지 1척은 달아났다. 이날 교전으로 반군은 최소 10명이 사망했고, 머스크 항저우호나 미군 측 피해는 없었다고 CNN 등은 전했다.
머스크 항저우호는 전날 오후에도 홍해 남쪽에서 후티반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구조요청을 했다. 이때도 미군은 그레이블리호 등을 급파해 대함 탄도미사일 두 발을 격추했다. 연이틀 공격을 받은 머스크사는 정확한 상황 파악과 관련 조사를 위해 향후 48시간 동안 홍해를 지나기로 한 모든 선박의 항해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후티 반군과의 직접 교전으로 미국 정부의 고심은 깊어졌다. 미국은 그간 후티반군에 대해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중동의 우방국이자 국제 유가를 쥐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를 고려해서였다.
사우디는 지난 2014년 발발한 예멘 내전에서 정부군을 지원하며 이란과 대리전을 펼쳐왔는데, 지난해 4월 후티 측과 평화협상을 체결했다. 미국은 “사우디가 어렵게 체결한 휴전이 깨지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스레 접근해왔다”는 게 뉴욕타임스(NYT)의 설명이다.
그러나 후티 측의 공격이 나날이 대범해지면서 전략의 재수립이 불가피해졌다는 게 미 언론의 분석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미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후티와의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홍해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해상 무역로인 만큼 동맹, 파트너와 함께 교역이 계속될 수 있게 유지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선제공격 가능성에 대해서도 “어떤 것도 제외하지 않겠다”고 했다.
문제는 미군이 후티반군을 타격할 경우 자칫 이들을 지원하는 이란에 이스라엘 전쟁 개입의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물류 대란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홍해-수에즈운하는 세계 상품 교역량의 약 12%를 차지하는 주요 물길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고려해야 할 것은 많은데, 미국 내에서는 보다 강력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바이든 정부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도 후티 공격 검토...“이란에 책임있다” 날선 발언도
영국 정부도 후티에 대한 공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랜트 섑스 영국 국방부 장관은 이날 자국 매체 텔레그래프의 기고문을 통해 “영국이 직접적인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홍해의 상황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며 “우리는 동맹국과 함께 굳건히 맞설 것이며 주저하지 않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 역시 이날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과 통화해 “이란이 후티 반군의 홍해상 공격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후티 반군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전쟁 발발 이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지원하겠다며 11월부터 홍해를 지나는 민간 선박들을 20여 차례에 걸쳐 공격해왔다.
NYT는 “후티반군의 공격이 이어지며 홍해를 오가던 대형 선박 중 상당수가 남아프리카 주변을 도는 먼 길을 택하고 있다”며 “해상 물류에 매우 악영향”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은 영국·바레인·캐나다·프랑스·이탈리아 등 약 20개국이 참여한 다국적 작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하고 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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