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 강에 뛰어드는 모양이라 '용산'…용 지명 전국에 1261개

황희규 2024. 1. 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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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과 번영을 상징하는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를 맞아 전국 곳곳에 있는 용 관련 지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용(龍) 관련 지명이 가장 많은 지역은 전남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갑진(甲辰)년 청룡의 해가 밝았다. 전남 고흥군 영남면 용암마을 용바위 언덕에 조성된 용 조형물 사이로 태양이 솟아오르고 있다. [뉴스1]

전국 용 관련 지명은 총 1261개
1일 국토지리정보원과 지자체 등에 따르면 전국 용 관련 지명은 총 1261개다. 이 중 전남이 310개(24.5%)로 가장 많고, 전북이 229개, 경북 174개, 경남 148개, 충남 111개 순으로 뒤를 이었다. 지명 종류로는 마을 명칭이 1040개, 산 명칭 110개, 폭포 명칭 24개, 바위 명칭 23개 등이 있다. 용이 들어간 지명 중 용을 닮아 붙여진 지명은 총 407개였다. 이 가운데 용의 머리를 닮아 지어진 지명이 110개로 가장 많았다.

용은 진(辰)으로 십이지 중 유일하게 상상 속 동물이다. 봄을 상징하고 비를 관장해 부귀와 풍요를 의미하는 길조의 수호신으로 숭배했다. 청룡은 힘과 행운, 번영 상징해 황제와 지배층 등 왕실 예복에 새겨지기도 했다.
용 머리를 닮았다 해서 붙은 대표적 지명으로는 순천 용두마을, 광양 용머리공원 등이 있다. 또 마을 뒷산 형태가 용 꼬리를 닮았다는 영암 용반마을,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닮았다 해서 담양 등용동, 순천 용강마을 등이 있다.

용 관련 전설 깃든 마을도
용 관련 전설 때문에 지은 지명도 있다. 전남 고흥군 영남면 우천리 용암(龍岩)마을이 그곳이다. 이 마을은 청룡의 전설을 품고 있다. 마을에 전해오는 용바위 전설에 따르면 청룡과 흑룡이 서로 여의주를 얻기 위해 다투며 하늘로 올라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때 마을 주민 류시인은 꿈에서 그들의 싸움을 끝낼 비책을 듣고 한 마리를 활로 쐈다. 류시인의 도움으로 싸움에서 이긴 용이 용암마을 앞 바위를 디딘 채 승천했다. 이후 이 바위를 용바위라 불렀다고 한다.

10가구 남짓한 작은 마을인데 환갑(1월 1일 기준)을 맞은 60세 막내 이장부터 94세 최고령 할머니가 거주하고 있다. 마을 주변에는 용바위에서 고흥우주발사전망대를 잇는 ‘미르마루길 탐방로’가 조성돼 있다. 미르는 용, 마루는 하늘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탐방로(4㎞)에서는 용 조형물과 용두암·용바위·전망대·용굴 등을 만날 수 있다.

부산 수영구청은 2024년 갑진년 새해를 맞아 청룡 조형물을 광안리해수욕장에 설치해 많은 관광객들과 시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조형물은 높이 1.8m, 길이 3m 규모로 여의주를 물고 있는 모양이다. 송봉근 기자

이와함께 보성의 상청룡 마을은 800여 년 전 마을 앞 연못에서 청룡이 승천했다고 전해진다. 무안의 청룡마을은 마을 산에 청룡형의 명당자리가 있다.

제주도에는 용 관련 지명이나 명승지가 12개로 많지는 않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인기를 끄는 곳이 꽤 있다. 대표적인 게 제주시 용담동 해안에 있는 용머리 모양 바위(용두암)다. 겉으로 드러난 부분의 높이가 10m가량 된다.

제주 용두암은 전국 관광 명소
용두암은 제주국제공항 인근에 있는 무료 관광지인데다가 탁트인 바다 풍경을 감상하기 좋아서 내외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용두암은 한이 서린 용의 몸부림이 표현됐다고 한다. 용두암은 용왕의 사자가 한라산에 불로장생의 약초를 캐러 왔다가 굳었다는 설, 용이 승천하며 한라산 신령의 옥구슬을 훔쳐 물고 달아나다가 산신령이 쏜 화살에 맞아 몸은 바다에 잠기고 머리만 나와 울부짖는 모습으로 남았다는 설 등이 있다.

2024년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가 밝아온다. 전북 김제시 벽골제 쌍룡 조형물 사이로 태양이 솟아오르고 있다. [뉴스1]

서울은 용산구가 대표적으로 용을 지명에 사용하는 지역이다. 강으로 용이 뛰어드는 형태의 산을 ‘용산’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해 현재 서울의 중심 지역에 위치한 자치구 명칭으로 이어졌다.

광주광역시=황희규 기자 hwang.heeg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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