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바르셀로나 괘씸죄? FIFA, 클럽월드컵 초청 안 한다
축구계 기존 질서를 재편하려는 시도에 대해 국제축구연맹(FIFA)이 칼을 빼들었다. 주동 세력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첫 단추를 뀄다.
스페인 매체 다리오 스포르트는 1일 “FIFA가 대회 규모와 상금을 대폭 확대해 오는 2025년 새롭게 시작할 클럽월드컵에 스페인 명문 FC 바르셀로나를 초청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클럽월드컵은 지난 2000년 FIFA 클럽월드챔피언십이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 남미와 유럽의 클럽축구 챔피언이 맞붙은 인터컨티넨탈컵(도요타컵)이 뿌리다. 근래에는 매년 총 7개 팀이 참여한다. 전 세계 6개 대륙의 클럽대항전 챔피언에 개최국 리그 우승팀을 더해 토너먼트를 진행하는 왕중왕전 성격의 대회로 치르고 있다.
FIFA는 클럽월드컵을 대폭 확장해 명실상부한 전 세계 클럽축구 챔피언십으로 치른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5년부터 월드컵과 마찬가지로 4년 주기로 조정하고 각 대륙별 최상위 클럽 32개 팀이 참여하는 매머드급 규모로 키우기로 했다. 이와 함께 현재 1650만 달러(214억원)인 총 상금을 10배에 육박하는 1억6000만 달러(2080억원)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청사진도 공개했다. 500만 달러(65억원)인 우승 상금은 5000만 달러(650억원) 이상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FIFA는 향후 4년 간 매 시즌 대륙별 클럽 대항전에서 우승하는 팀에게 2025년 대회 출전권을 주기로 했다. 유럽에선 첼시(잉글랜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가 최근 세 시즌 간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출전권을 확보했다. 여기에 더해 각 대륙별 클럽 랭킹 상위권 팀들을 추가 초청하는데, FIFA는 유럽에서 바이에른 뮌헨(독일), 파리생제르맹(프랑스), 인터 밀란(이탈리아) 등을 포함시키며 바르셀로나를 빼놓았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통신사 스푸트니크는 “유럽 최정상 클럽 중 하나인 바르셀로나가 클럽월드컵 출전권을 받지 못한 건 유러피언 수퍼리그(ESL) 창설 시도와 관련해 괘씸죄를 적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지난 2021년 유럽 여러 명문 축구팀이 FIFA와 유럽축구연맹(UEFA)에 반기를 들며 ESL 창설을 시도했다. 당시 바르셀로나는 유벤투스(이탈리아) 등과 함께 마지막까지 ESL 참여 의사를 굽히지 않은 구단이다.
FIFA가 뒤늦게 바르셀로나를 우회적으로 압박한 건 최근 법원의 판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유럽연합(EU)의 최고 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가 ESL 창설을 막기 위해 노력 중인 FIFA와 UEFA에 대해 “독점적 지위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결하며 제동을 걸었다. 새로운 출범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며 언제든 ESL 창설 바람이 다시 불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실제로 바르셀로나는 해당 판결이 나온 직후 “추후에라도 ESL이 만들어질 경우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바 있다.
바르셀로나를 클럽월드컵에서 배제한 FIFA의 결정을 두고 ‘ESL 관련 경거망동을 삼가라’는 취지의 옐로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같은 맥락에서 추후 바르셀로나가 새 리그 창설을 위한 행보를 재개할 경우 UEFA가 유럽클럽대항전 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등의 방식으로 추가적인 불이익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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