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 있는 이정후 데려왔지만 SF는 C등급"…미국 언론의 냉정한 평가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이정후의 소속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스토브리그 행보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정후를 영입해 중견수와 리드오프 문제를 해결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전력에 빈틈이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CBS스포츠'는 1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의 비 시즌 선수단 구성에 대해 A~D, F 등 총 5개 등급으로 분류해 평가를 내렸다.
샌프란시스코는 혹평을 피하지 못했다. 'CBS스포츠'는 샌프란시스코를 놓고 "최고의 FA(자유계약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며 "실패 위험 부다미 있지만 재능 있는 이정후, 톰 머피 정도만 데려왔다"고 평가했다.
또 "샌프란시스코가 밥 멜빈 감독을 선임한 건 다행이다. 2024 시즌 와일드카드로라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를 원한다면 분주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후는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와 계약기간 6년, 총액 1억 1500만 달러(약 1628억 7500만 원)에 계약을 맺으면서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이뤘다. 빅리그 데뷔 시즌인 2024년 700만 달러, 2025년 1600만 달러, 2026년과 2027년에 2200만 달러, 2028년과 2029년에 2050만 달러의 연봉을 수령한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에게 계약금도 500만 달러나 안겨주면서 특급 대우를 했다.
샌프란시스코는 2023 시즌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79승 83패, 승률 0.488로 4위에 그쳤다. 2021년 디비전 시리즈 진출 이후 2년 연속 '야구' 없는 쓸쓸한 가을을 보냈다. 2010년대를 호령했던 강호의 면모는 현재 보이지 않는다.
샌프란시스코는 이 때문에 올겨울 지갑을 화끈하게 열고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다. 외부 FA 영입을 통해 선수단 전력을 강화하지 못한다면 향후 2~3년 동안 같은 지구 소속 LA 다저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샌프란시스코는 먼저 야수 영입에 공을 들였다. 가장 큰 아킬레스건 중 하나인 타선을 강화하고자 했다. 2023 시즌 팀 타율 0.235로 극심한 빈공에 시달렸고 투수들이 버텨줘도 점수를 얻지 못하니 경쟁력이 있을 리가 없었다.
믿음직한 리드오프가 없는 것도 문제였다. 샌프란시스코는 1회 공격에서 첫 번째 아웃 카운트를 허무하게 날리는 경우가 잦았다. 무려 9명의 선수가 1번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중견수 문제로도 골머리를 앓았다. 샌프란시스코는 2023 시즌 루이스 마토스가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많은 76경기에 중견수로 나섰지만 타율 0.250(228타수 57안타) 2홈런 14타점 OPS 0.661로 기대에 못 미쳤다. 마토스는 출루율도 0.319로 한 팀의 1번타자에게 걸맞은 선구안을 갖추지 못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가 리드오프와 중견수 문제를 해결하고 팀 전력을 단숨에 끌어올려 줄 수 있는 선수라고 판단했다. 이정후가 2022 시즌 종료 후 일찌감치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 도전을 천명한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지난해 10월 피트 푸틸라 샌프란시스코 단장이 직접 한국을 찾아 이정후를 관찰했다. 이정후는 당시 발목 수술 후 재활을 마친 뒤 키움 히어로즈 홈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위한 한 타석만 소화했지만 푸틸라 단장은 진지했다. 샌프란시스코 구단 프런트 수장이 직접 이정후를 지켜봤다는 점 하나로도 샌프란시스코가 얼마나 이정후를 원했는지 알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에게 일본프로야구(NPB) 최고의 타자였던 요시다 마사타카가 지난해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을 맺을 당시 조건이었던 5년 총액 9000만 달러(약 1170억 원)를 뛰어넘는 금액을 베팅했다.
아직 빅리그 무대를 밟기도 전이지만 이정후는 이미 샌프란시스코의 핵심 선수로 대접받고 있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지난달 중순 미국 내 한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이정후를 영입한 이후 몇 개의 라인업을 작성했는데 어떤 경우에도 이정후는 1번타자였다"며 "이정후에게도 편안한 타순이고 이정후가 (KBO리그에서도) 쳐봤던 자리다"라고 강조했다.
이정후는 미국 '야후 스포츠'가 선정한 이번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 FA 결산에서 10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야후 스포츠'는 "KBO리그는 대체로 타자 친화적인 특성을 나타내지만, 이정후는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인상적인 성적을 남겼다"며 "2022 시즌에는 627타석 동안 삼진을 32개밖에 당하지 않았고 타율은 0.349였다"고 치켜세웠다.
또 "이정후가 (중견수) 수비에서는 곧바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에 적응하면 스타가 될 잠재력을 갖췄다"며 "김하성이 KBO 수준에 대한 잠재적인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길을 닦았고, 시장에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외야수가 많지 않았던 점도 이정후에게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는 'CBS스포츠'의 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다. 이정후와 포수 톰 머피를 영입한 것만으로는 서부지구에서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기 어려운 전력이라고 봤다.
이정후의 잠재력은 미국 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지만 아직 어떤 성적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톰 머피 역시 상수(常數)로 보기는 어려운 유형의 선수다.
1991년생 포수 톰 머피는 2015년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빅리그 데뷔에 성공했다. 2019년 시애틀 매리너스로 둥지를 옮겼고 2023년까지 메이저리그 통산 314경기 타율 0.244, 222안타, 48홈런, 126타점, OPS 0.769의 성적을 기록했다.
톰 머피는 2019는 76경기에서 18개의 홈런을 쏘아 올릴 정도로 뛰어난 장타력을 가졌지만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100경기 이상을 소화한 경험이 없다. 잦은 부상으로 내구성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2023 시즌에는 타율 0.290, 42안타, 8홈런 17타점으로 강점인 타격 능력은 여전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AP/연합뉴스/샌프란시스코 및 메이저리그 공식 SNS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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