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새해 부동산PF 질서있는 정리방안 마련…주요국 금리인상 마무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신년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3년 하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부동산 PF를 중심으로 일부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며 "정부·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정리 방안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과정에도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올해 한은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주요국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되는 가운데 우리 내부 여건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정책을 결정할 여지가 커졌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1일 신년사를 통해 "올해 세계 경제는 통화긴축 지속의 여파로 성장세가 약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는 주요국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되는 가운데 나라별로 정책이 차별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고조된 부동산 PF 관련 금융불안 가능성에 관해 "과거 부동산 가격 급등 및 PF 부실화의 구조적 원인과 제도적 보완책은 무엇인지, 향후 디지털 시대의 뱅크런에 대응한 현재의 규제 및 감독 체계는 충분한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유사시 금융시스템 내의 유동성 안전판 강화를 위해 한국은행 대출의 적격담보 범위를 금융기관이 보유한 대출채권까지 확대하기로 한 만큼, 세부 시행 방안 등 관련 제도를 조속히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국내 경제와 관련해 "반도체 경기 회복으로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은 2.1% 및 2.3%까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IT 제조업을 제외하고 본다면 올해 성장률이 1.7%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국민들이 경기회복의 온기를 충분히 느끼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물가상승률은 목표 수준인 2%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되나 그 시기에 관해서는 불확실성이 남아있다고도 설명했다. 이 총재는 "원자재 가격 추이의 불확실성과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 등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딜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올해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면서도 경기회복과 금융안정에 필요한 최적의 정교한 정책조합을 찾아나가야 한다"며 "대내외 정책여건의 불확실성 요인을 세심히 살피면서 물가를 목표 수준으로 안착시키기 위한 통화긴축 기조의 지속기간과 최적 금리경로를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세계 교역의 분절화, 중동·동유럽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주요국의 선거 결과에 따른 국제 정세의 급변 가능성 등 외부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중장기적인 시계에서의 구조개혁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저출산·고령화와 수도권 집중 및 지방소멸을 어떻게 극복할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기후위기 등 과거와 다른 환경에서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는지, 그 방식은 어떠해야 할지,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본격적인 파일럿 테스트 준비에 나선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10만명의 국민들이 실거래에 참여하는 파일럿 테스트를 통해 축적된 경험은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참고할 수 있는 선례가 되고, 디지털 강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경제 상황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반기 단위로 발표하던 경제전망 경로를 분기 단위로 세분화해 하반기 중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