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출근길 3시간을 달릴 수 있었던 힘
[성낙선 기자]
▲ 2024년 1월 1일 첫 일출. 서울 하늘 짙게 깔린 구름 위로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서강대교 위에서 바라본 장면. |
ⓒ 성낙선 |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어떤 경로로 출근을 할지 결정을 하는 게 일이었다. 북악터널을 지나가는 길은 1시간 거리로, 길이가 짧은 대신 터널을 지날 때까지 계속 오르막을 올라야 하는 게 부담스러웠다. 한강을 지나가는 길은 2시간 30분에서 3시간 거리로, 길이가 긴 대신 길이 평탄해서 몸에 큰 무리가 가지 않았다.
시간상 북악터널을 넘어가는 길이 출근을 하는 데 더 적합해서 주로 그 길을 이용했다. 하지만 단점도 많았다. 오르막은 물론, 자전거를 타는 대부분의 시간을 자동차들과 함께 차도를 달려야 하는 것도 문제였다. 북악터널을 넘기 전까지는 순전히 오르막이어서 차들이 짙은 매연을 내뿜으며 달렸다. 터널 안 공기는 더 안 좋았다.
▲ 2024년 1월 1일 첫 일출. 서울 하늘 짙게 깔린 구름 위로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서강대교 위에서 바라본 장면. |
ⓒ 성낙선 |
같은 길인데, 아침과 저녁이 다르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때때로 3시간 거리를 감수하며 한강 길을 달렸다. 이때는 늦어도 아침 6시에는 집을 떠나야 해서, 새벽잠을 설쳐야 하는 게 힘들긴 했다. 그래도 이 길로 출근을 하고 나면, 한결 몸이 가뿐했다. 자전거를 타는 시간이 길긴 해도, 땀을 흠뻑 흘리고 나면 몸이 말할 수 없이 개운했다.
이때 특히 기억에 남는 게, 자전거도로 위에서 맞이하던 햇살이다. 자전거를 타는 와중에도 등 뒤로 태양이 떠오르는 게 느껴졌다. 내 등으로 따뜻한 태양 빛이 내려앉았다. 그렇게 청계천을 통해서 한강으로 진입하고 나면 서서히 동쪽 하늘이 밝아오기 시작하는데, 그때 세상의 온갖 생물들이 기지개를 켜며 깨어나는 걸 보았다.
이때가 되면, 자전거를 탄 지 이미 2시간 가까이 되는 시간이다. 체력이 떨어져 지칠 법한 시간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다리에는 더 단단한 힘이 들어갔다. 등 뒤로 쏟아져 내리는 태양광이 또 다른 동력이 돼서 내 체력을 보강하는 게 틀림없었다. 광합성을 하는 것도 아닌데, 내 몸에서 새로운 힘이 돋아나는 기묘한 체험을 하곤 했다.
새벽부터 일어나 3시간을 내리 자전거 페달을 밟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중간에 체력이 바닥날 수도 있다. 그때 그 길을 중간에 멈추는 일 없이 끝까지 달릴 수 있었던 데는 서울 하늘 높이 솟은 빌딩들 위로 말갛게 떠오르는 태양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태양이 내게 지침 없이 페달을 밟을 힘을 주었다.
▲ 강원도 고성의 한 해변에서 바라본 일출(2023년12월 27일). |
ⓒ 누리 |
자기만의 태양을 찾아서 떠나는 사람들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은 우리에게 특별한 기운을 전달한다. 생동하는 기운이다. 그 기운이 우리의 몸과 마음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사람들이 공연히 일출을 보려고 하는 게 아니다. 게다가 새해 새 아침에는 지난해와 다른, 새로운 태양이 떠오른다. 늘 새 태양이 떠오르지만, 새해 첫날 아침만큼은 조금 더 특별한 태양이 떠오른다.
그 태양이 또, 보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기운을 전달한다. 태양을 바라보는 천 명의 사람이 있으면, 거기에 천 개의 태양이 떠오르는 셈이다. 새해 첫날 아침 동쪽 하늘에서 태양이 떠오르는 걸 지켜보려고, 모든 걸 불사하고 하루 전 날 일찌감치 동해안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은 본다. 모두 자기만의 태양을 찾아서 떠나는 사람들이다.
가는 동안에는 차 안에서 시달리고, 가서는 또 인파에 치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기다린다. 가서 꼭 일출을 보게 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래도 그 정도 희생은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무슨 대단한 결의가 있어서가 아니다. 단지 새해 아침 태양이 주는 기운을 얻어서, 올 한 해를 다시 기운차게 살아보려는 생각에서다.
동해안까지 갈 수 없는 사람들은 근처 가까운 곳에 있는 산봉우리나 다리 위 같이 시야가 넓게 트여 있는 곳을 찾아간다. 지역마다 일출을 바라보기 좋은 곳이 몇 군데 있다. 서울에서는 새해 첫날 아침이 되면, 해맞이를 하려는 사람들이 마포대교나 서강대교 같은 다리 위에 길게 늘어서서 태양을 바라보는 진풍경이 펼쳐지곤 한다.
▲ 여의도 63빌딩에 비친 저녁 노을. 자전거도로 위에서 바라본 풍경. |
ⓒ 성낙선 |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거짓말 못하는 사람" 박정훈 대령, 싸움은 이제 시작입니다
- "한동훈줌들 분발 좀 해, 개딸보다"... 댓글은 벌써 움직였다
- 아이들과 '감사일기' 1년 쓰니 일어난 놀라운 변화
- tvN 나온 나영석, 솔직히 이렇게 잘 될 줄 몰랐다
- 대한제국 시절 자수 놓는 남성이 말해주는 것
- 윤 대통령의 '언론 기피'...신년회견 올해도 거르나
- 이순신이 마지막 전투 '노량해전'을 준비한 곳
- 방통위, 141개 지상파 재허가 만료일에 회의취소... "방송사 피해 없게"
- 아들이 동성애자인 '덕분에', 선물을 받았다는 엄마
- 해도해도 티 안나는 집안일, 그런데 이건 영원히 남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