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영토완정" 도발 다음날…트럼프, 김정은 사진 올리며 한 말

강태화 2024. 1. 1.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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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적대국'으로 재정의하고 "강대강, 정면승부의 대미원칙"을 공식화 한 가운데, 미국 정부는 대화를 통한 기존의 외교적 접근 원칙을 고수할 뜻을 밝혔다. 반면 다수의 현지 매체들과 전문가들은 “한반도 문제의 중대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북한의 노동신문은 지난달 3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적화통일’ 공식화에…美 “동맹국 긴밀 공조”

미 국무부 대변인은 31일(현지시간) 김정은 발언의 대한 미국의 입장을 묻는 중앙일보의 질의에 “미국은 전제 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를 추구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왔다”며 “북한이 전례 없이 많은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외교에 전념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무부 대변인은 이어 김정은이 공언한 추가 위성 발사 계획과 관련해선 “우주발사체(SLV)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탄도미사일에 사용되는 기술과 동일하고 호환 가능하다”며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떤 발사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북한에 관여하고 공격 행위를 억제하며, 북한의 다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한 국제 대응을 조율하는 최선의 방법과 관련해 한국과 일본, 기타 동맹 및 파트너와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본지는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도 입장을 물었지만, NSC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북한은 지난달 1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훈련을 단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은 지난달 30일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 5일차 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동족’이 아닌 ‘전쟁 중인 적대 국가’로 재정의하는 내용의 대남 정책의 방향 전환을 선언했다. 김정은은 특히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라”며 사실상 무력 적화통일 준비를 지시했다. 김정은이 직접 ‘영토 완정(完整)’ 의지를 피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北, 대남 정책 변화 공식화”

미국 정부의 신중한 반응과 달리 외신들은 김정은의 대남 정책 기조 변화 선언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CNN은 김정은의 발언을 즉각 주요 기사로 전하며 “김정은이 한국과 화해나 통일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이어 동아시아국제관계센터(EAIR) 후치우 핑 선임 연구원을 인용해 “이는 한반도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향후 한국 정부의 올리브 가지(대화ㆍ화해 전략) 확장 전략은 북한으로부터 강하게 거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8일 ICBM 화성-18형 발사 훈련에 참여했던 미사일총국 제2붉은기중대 군인들을 지난 20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로 불러 격려했다고 조선중앙TV가 2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충자이안 케네기 차이나 교수도 “만약 북한이 더 적극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려는 차원을 넘어 한국으로부터의 침략 가능성을 선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향후 마찰과 긴장이 보다 긴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일부 매체들은 김정은의 이번 도발이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둔 전략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AP통신은 “김정은이 대선을 앞두고 무기 시험을 더욱 강화할 것을 시사했다”며 “김정은은 핵역량을 강화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돌아올 경우 제재 완화 등을 위한 미국과의 고위험 정상외교를 재차 시도할 여지가 생겼다는 것이 관측통들의 진단”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판문점 회동’ 사진 올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김정은을 “매우 좋은 사람”이라고 부르며 “그는 이 (바이든)행정부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관련해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북핵을 사실상 용인하고 협상에 임할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공화당 하원 서열 3위 엘리스 스테파닉 뉴욕 하원 의원총회 의장과 찍은 사진을 올렸다. 사진의 배경에는 2019년 6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는 장면이 배치됐다. 트럼프 트루스소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의 발언에 대해선 별도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트루스소셜에 공화당 하원 서열 3위 엘리스 스테파닉 뉴욕 하원 의원총회 의장과 만난 사진을 올렸는데, 공교롭게 사진의 배경에는 2019년 6월 김정은과 판문점에서 악수를 나누는 장면이 배치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당 게시물에 “모든 것이 (선거에)걸려 있다. 한 번 해보자”는 짧은 설명을 달았다.

바이든 대통령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그는 현재 국경 난민 문제 등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3일부터 캠프 데이비드와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 세인트 크루아 섬으로 이어지는 휴가를 보내고 있다. 긴 휴가에 대한 야당의 포화가 이어지자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자신의 X에 “2024년이 가져올 진보에 대한 준비가 됐다”는 설명과 함께 백악관으로 입장하는 사진을 게시했다.

연말연시 휴가를 이어가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세인트 크로이 크리스천스테드에서 미사에 참석한 후 홀리 크로스 가톨릭 교회를 떠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반도 지배 목표 한 번도 변한 적 없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를 지낸 데이비드 맥스웰 아시아·태평양센터 부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북한은 ‘김씨 왕조’의 통치 아래 한반도 전체를 지배하려는 목표를 한 번도 수정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김정은의 이번 성명은 북한 정권의 본질적 성격과 목표, 전략 등을 재차 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가능성이 고조된 상황에서 지난달 17일 미국 해군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미주리함'(SSN-780)이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모습. 미주리함은 길이 115m, 폭 10m, 배수량 7800톤, 속력은 25노트 이상이다. 대잠수함전, 대수상함전, 대육상공격임무, 특수전, 정찰 및 감시작전, 기뢰전 등 다양한 전투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뉴스1


맥스웰 부대표는 “김정은의 이번 발언에는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북한 주민들의 고통과 희생의 원인이 자신이 아닌 한·미에 있다고 주장해 중국·러시아의 지원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도 내포돼 있다”며 “이를 통한 한국과 미국, 국제사회로부터 정치·경제적 양보를 보다 강요하기 위해 구사하는 '협박외교' 전략을 가속화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특히 미국의 대선이 있는 올해 미국에 대한 위협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며 협박 외교를 본격화하는 동시에 한반도를 무력 통치하기 위한 핵무기 등 첨단 군사 능력이 급속하게 고도화됐다는 선전전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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