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뽀글·부들 털철사 ‘모루’…접고 감다 보면 곰·토끼 인형 뚝딱
열쇠고리에 달아 개성을 더해주던 키링 유행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전과 조금 달라진 건 열쇠가 아닌 백팩이나 미니백 등의 가방에 달아서 사용한다는 점인데요. 블랙핑크 제니, 뉴진스 등 수많은 연예인과 셀럽·인플루언서들이 가방에 귀여운 인형 키링을 달면서 더욱 유행하게 됐어요. 키링 열풍의 주역인 모남희부터 여러 브랜드에서 인형 키링이 나오고, 소품숍에서도 구입할 수 있지만 나만의 인형 키링을 직접 만드는 사람들도 많죠.
최근 친숙하면서도 생소한 재료인 모루를 이용해 인형을 만드는 게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며 모루 공예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모루’라는 이름은 생소하지만, 구부리기 쉬운 철사에 털이 보송보송 달린 공예 재료로 ‘털철사’라고 할 수 있죠. 학창시절 누구나 한 번쯤 만져봤을 재료로 실제로 보면 금방 기억이 떠오를 거예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찾아간 경기도 부천시 상동에 있는 이솝우화공방 남유정 대표가 모루와 모루 공예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모루는 원래 초·중학교에서 공예용품으로 많이 사용했어요. 꼬아서 쓸 수 있는 작품들을 많이 만들었고, 단순하게 실로 엮어서 꽃 같은 것도 만들었죠. 요새 털 종류들이 많아지면서 인형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사람들이 귀엽고 감성적인 소품들을 좋아하게 되면서 유행하게 된 것 같아요. 모루 공예는 누구나 쉽고 빠르게 작품을 제작할 수 있죠.”
이유민 학생기자가 모루로 어떤 작품을 만들 수 있는지 궁금해했죠.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인형 종류 외에도 꽃을 만들거나 다육이 화분, 문에 걸어두는 도어벨 등 여러 소품을 만들 수 있어요.” 남 대표는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거울을 꼽았죠. 다양한 모양의 아크릴 거울 주변에 모루를 붙여 꾸며준 건데, 천 위에 여러 가닥의 실을 합친 다발을 심는 터프팅과도 비슷해 보였어요.
정아인 학생기자는 모루 공예의 장점이 무엇인지 질문했습니다. “일단은 형식적인 틀이 없고 내가 원하는 대로, 감각대로 만들 수가 있죠. 실을 엮는 게 조금 복잡할 수도 있는데 그 작업을 하며 집중하게 될 거예요. 요즘엔 쉬는 시간에 휴대전화를 보느라 뭔가에 집중할 시간이 많이 없는데 이런 공예를 하다 보면 뇌를 활성화할 수 있는 그런 감각을 깨워줄 수 있는 효과도 있어요.”
귀여운 것, 보송보송한 것, 손에 쏙 들어오는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모루 인형에 눈길이 갈 텐데요. 모루 인형은 바느질을 잘하거나 원단을 잘 다루지 않아도 완성할 수 있고, 어려운 작업 없이도 머리와 팔다리 등을 움직여 자유롭게 자세를 연출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너도나도 가방에 하나씩 달고 다니는 모루 인형 키링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모루 인형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건 어떤 모루를 쓸지 선택하는 거예요. 인형을 만들 때는 흔히 문구점에서 파는 기본 모루 외에 털이 더 촘촘하고 풍성한 모루를 사용해요. 크게 털이 뽀글한 뽀글 모루, 부들부들한 밍크 모루, 파마한 푸들 털 같은 푸들 모루 세 가지 종류가 있죠.
어떤 모양과 색깔의 모루로 인형을 만들지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너무 고민이에요”(유민), “좋아하는 색깔이 두 개여서…보통 다들 무슨 색으로 많이 해요?”(아인) 남 대표가 가방에 포인트를 줄 수 있게 튀는 색깔도 많이 하고, 요즘엔 색이 섞인 모루도 많이 사용한다고 했죠. “강아지를 키우면 강아지 색깔과 같은 색깔도 많이 해요. 아무래도 자기가 좋아하는 색깔을 하는 게 제일 좋겠죠.” 오랜 고민 끝에 아인 학생기자는 좋아하는 아이돌 세븐틴의 인형과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흰색 뽀글 모루를 선택했고, 유민 학생기자는 분홍·하양 등의 색이 섞여 있는 밍크 모루를 골랐어요. 본격적으로 만들기 전, 아인 학생기자가 “모루 공예를 하며 주의할 점이 있나요”라고 질문했죠. “본드를 쓰기 때문에 열화상을 입지 않도록 조심하고, 털이 많이 날려서 호흡기에 들어갈 수도 있으니까 마스크를 끼면 좋아요.”
모루 인형을 만들기 위해선 먼저 꼬여있는 실을 풀어준 다음 반으로 접어줍니다. 동물 인형은 M자 모양으로 양쪽 귀를 만들어주는데요. 길게 하면 토끼, 짧게 하면 강아지나 곰이 되니 원하는 대로 길이를 조절해줍니다. 양쪽의 길이가 잘 맞는지 당겨보고 안 맞으면 손으로 만지면서 조절해 수정해주면 되죠. 귀를 만든 후 밑으로 세 번 정도 감아주면 통통한 얼굴이 완성됩니다.
양쪽을 일정한 길이로 접어 팔을 만들고, 아래로 뻗은 두 선을 한 바퀴 돌려 고정해요. 아래쪽 다리를 만든 후 남은 부분은 접은 다음 몸통을 기준으로 X자로 꼬아주고 팔과 다리 부분으로 1~2바퀴 정도 돌려 고정을 하고 모양을 만들어줍니다. 쉽게 생각하면 남은 모루를 몸 뒤로 넘겨 감아주면서 몸통을 좀 더 통통하게 만들어주는 거죠. 마지막으로 남는 실을 글루건으로 붙여줬어요.
귀가 너무 크면 팔과 다리가 짧아질 수도 있어서, 최대한 잘 당겨서 작업하거나 너무 부족하다 싶으면 언제든지 풀어서 다시 감으면 됩니다. 팔이나 다리 길이는 양쪽을 최대한 맞춰서 잡아주세요. 얼굴 크기에 비해 팔다리가 조금 짧으면 더 귀엽게 표현된다고 했죠. 어떻게 잡아 감는지에 따라 얼굴과 몸 모양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마음에 안 들면 다시 풀고 여러 번 해보며 마음에 드는 모양을 찾는 것도 방법이에요. “처음엔 약간 헷갈릴 수 있어서 여러 번 해봐야 하긴 해요. 하다 보면 손에 익숙해지고 감을 찾게 되죠.” 여러 동물을 만들면서 동그란 귀부터 뾰족한 귀, 축 처진 귀까지 각각에 어울리는 귀 형태를 잡는 요령도 익힐 수 있어요.
얼굴·몸통 등을 꼼꼼하게 만지며 모양을 잡아주니 금방 통통한 얼굴에 팔다리가 짧아 귀여운 느낌의 인형이 탄생했습니다. 유민 학생기자가 선택한 밍크 모루는 털이 펼쳐져 있어서 얼굴 윤곽이 잘 안 보였죠. 이런 경우에는 가위로 털을 조금 다듬어줘도 된다고 해요. 모양을 잡은 인형은 더 개성 있게 꾸밉니다. 남 대표가 다양한 옷과 목도리·선글라스·안경·모자 등의 소품 등 부자재를 잔뜩 가져왔죠.
먼저 눈과 코를 붙여주기로 했어요. 일반적인 검정 눈, 비즈 눈, 눈동자와 동공을 표현하는 형태의 눈까지 어떤 눈이든 표현해낼 수 있죠. 어떤 눈과 코를 선택하고, 어떤 위치에 붙이느냐에 따라 얼굴 느낌이 확 달라져 선택하는 과정이 계속됐습니다. 이걸 몸에 대봤다가, 다른 걸 대봤다가 하며 고민의 연속 끝에 힘겹게 하나씩 하나씩 결정하는 소중 학생기자단의 표정이 괴로워 보일 정도였죠. 선택이 끝난 눈과 코는 목공풀로 붙여요. 전체적인 모양과 눈과 코의 조화가 잘돼야 귀엽고 멋진 인형이 나옵니다.
낚싯줄에 비즈를 엮어 목걸이와 팔찌도 만들었죠, 유민 학생기자는 자신의 이니셜 YM을 넣어 목걸이를 만들었고, 아인 학생기자는 팔찌에 세븐틴 멤버의 이니셜을 넣었어요. 다양한 패션 소품도 매치해 본 끝에 아인 학생기자는 노랑 체크 파자마 바지를 입히고 선글라스·목걸이·팔찌에 볼터치까지 해주며 깜찍한 매력이 넘치는 모루 인형을 완성했고, 유민 학생기자는 목걸이로 포인트를 주고, 비니 모자를 선택해 힙한 매력이 넘치는 인형을 탄생시켰습니다. 인형 귀에 키링 줄을 끼워 가방에 달면 언제나 함께할 수 있죠.
유민 학생기자가 “집에서 혼자 모루 인형을 만들어보고 싶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봤어요. “지금 인터넷에 모루 공예를 검색하면 모루와 꾸밀 수 있는 옷이 같이 들어 있는 키트들이 되게 많은데, 키트는 아무래도 이렇게 공방에서 하는 것처럼 내가 원하는 대로 다양하게 고를 수는 없어요. 하지만 정해진 디자인을 보고 선택해서 만들 수는 있죠. 만약 그런 게 싫고, 여러 개를 사서 만들어보고 싶다면 모루랑 액세서리를 전문으로 파는 사이트에서 골라서 사면 돼요.”
서울 종로구 동대문종합시장 액세서리부자재 상가에 가면 수많은 모루 관련 제품들을 직접 보고 원하는 것을 구입할 수 있어요. 평일 낮에 방문해도 모루 공예 관련 숍에 사람이 바글바글 몰려있는 걸 볼 수 있어 모루 인형 만들기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죠.
다만 수많은 제품 중에 고르는 일이 만만치는 않은데요. 귀여운 소품들에 정신이 팔려 나도 모르게 이것저것 담게 되고 고민하느라 시간을 허비할 수도 있으니, 원하는 인형과 스타일을 미리 생각해서 가면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을 거예요. 오프라인 혹은 온라인으로 재료를 구입한 후엔 유튜브에 있는 영상을 보고 배워볼 수도 있죠.
모루 인형의 매력은 만드는 방법이 생각보다 간단해 제작이 쉽고, 액세서리·천·소품 등 활용할 수 있는 재료가 굉장히 많다는 겁니다.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서 얼굴·팔·다리·소품까지 완성하고, 자그마한 인형에 하나하나 디테일을 더해가며 사랑스러움을 완성하는 순간순간이 즐거울 거예요. 소중 학생기자단처럼 자신만의 감성이 담긴 모루 인형을 직접 만들어 보세요.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철사에 털이 보송보송 달린 모루가 예쁜 인형으로 변신하는 모루 공예.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 저에게 매우 기대되는 취재였습니다. 취재장소에 도착하니 다채로운 색과 여러 종류의 모루가 있어서 놀랐어요. 단순한 털철사가 인형으로 변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나니 모루 공예의 매력에 더 빠지게 되었답니다. 철사를 접고 꼬아 모양을 잡고 정성스럽게 다듬고, 눈·코·입 등 여러 장식도 붙이고, 내 이름 이니셜까지 새기니 정말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멋진 인형이 완성되었죠. 제가 만든 나만의 인형을 가방에 달고 다니니 자랑스러웠어요. 소중 친구들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예쁜 인형을 만들 수 있는 모루 공예에 도전해보세요.
이유민(서울 대모초 4) 학생기자
모루 공예 취재를 위해 이솝우화공방을 방문해 궁금한 점을 질문하고 직접 모루를 이용한 작품도 만들어 봤습니다. 처음에는 요령이 없어서 예쁘게 표현하기가 어려웠지만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 대로 따라 하니 형태가 만들어지고 결과물이 흡족하게 나왔어요. 모루 공예는 모루 종류에 따라 다양하게 표현되는 것이 신기합니다. 요즘 내가 만든 인형을 가방 고리로 사용하고 있는데 친구들이 귀엽고 예쁘다며 만들어 달라고 해요. 이번 겨울방학 동안 모루 공예를 추천합니다. 소중 친구들도 즐겁고 재미있게 만들어 보길 바랍니다.
정아인(서울 영훈초 6) 학생기자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남유정, 동행취재=이유민(서울 대모초 4)·정아인(서울 영훈초 6)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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