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 선점”…보건의료계 ‘입지 강화’ 총선 행군

신대현 2024. 1. 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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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총선기획단 발족…주요 정책 아젠다 선별
한의협, 정책자료집 마련…“총선 적극 준비”
약사회, 지역사회 약사 역할 강화·확대 집중
간협, 5월부터 기획단 꾸리고 간호법 제정 사활
선거 투표함. 사진=박효상 기자

보건의료계 직역들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주목하고 있다. 총선기획단 운영, 정책 자료집 마련 등 총선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회원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거나 후보로 나설 직역 인물을 적극 지원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점하려는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31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대한의사협회(의협),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 대한약사회(약사회), 대한간호협회(간협) 등 보건의료계 단체들이 내년 총선 준비 체제에 본격 착수했다.

먼저 의협은 최근 총선기획단을 발족하고 의료계의 주요 정책 아젠다를 선별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의료계의 요구가 각 정당 공약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한단 계획이다. 총선기획단은 16개 시도의사회와 각 과목 의사회 등이 추천한 위원 30여명이 참여한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단장직을 맡았던 김성남 의협 부회장이 이번에도 조직을 이끈다.

현재 의료계는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비롯해 수련병원 전공의 부족, 지역·필수의료 공백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다. 의협은 지난해 스무 번이 넘는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정부와 갖고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합의하지 못한 채 해를 넘기면서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2025학년도 입시에 증원된 의대 정원을 반영하려면 늦어도 내년 4월까지 증원안을 교육부에 전달해야 한다. 총선 전후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당면한 과제들을 살피는 김 단장의 어깨가 무겁다. 김 단장은 쿠키뉴스와의 서면질의를 통해 “의협은 지속적으로 필수의료 살리기를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해 당정과의 협의를 진행해오고 있다”며 “장·단기적 정책 과제들을 중심으로 정책 아젠다가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건의료정책 공약은 예산 반영 등 다양한 논의가 필요해 국회와 정부의 협의가 중요하다”며 “이번 총선에선 단순한 공약 제시에 그치지 않고 여러 과정을 거쳐 국회 입법이나 정부 정책 수립 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의협도 지난 11월11일 총선기획단을 출범시킨 뒤 14개의 한의계 정책 건의가 담긴 자료집을 펴내 각 정당에 배포할 준비를 마쳤다. 자료집엔 △한의사 초음파 활용 행위의 건강보험 급여화 △한의사 사용이 가능한 혈액·소변검사 건강보험 급여화 △어르신 한의사 주치의(경로당 한의사 주치의) 도입 △감염병 대처를 위한 한의사 참여 제한 개선 △지자체 한의약 난임치료 지원사업 제도화 △한의과대학 입학 정원 축소 등이 담겼다.

한의협은 첩약(한약) 급여화 시범사업 연장,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대법원 판결 승소 등 호재에 힘입어 다양한 한의계 의견을 관철시킬 방침이다. 특히 회원들의 정치 참여를 독려하고,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한의사들은 협회 차원에서 지원할 계획이다.

권선우 한의협 의무이사는 “현재 한의협 소속 한의사 4~5명 정도가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이들에 대한 여러 가지 지원을 진행할 것”이라며 “정책자료집을 만드는 등 내년 총선을 활발히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총선 예비후보 명단에는 약사들도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26일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약사 예비후보는 △이혜련 국민의힘 경기도당 수원시병 당협위원회 위원장(전 경기도여약사회 회장) △김필여 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장(전 약사회 대외협력본부장) △김지수 전 경상남도의회 의원(전 경성대학교 약학대학 외래교수) 등이다.

약사회는 약사들이 지역사회에서 더 많은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관련 정책 건의에 힘을 쏟고자 한다. 윤영미 약사회 정책홍보수석은 “보건의료 틀 안에서 약사들이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며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책 건의안을 후보들에게 전달할 것”이라며 “지역사회 통합 돌봄 영역에서 약사들의 역할을 강조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물용 의약품 관리체계를 제대로 구축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관련 사안이 정치권에서 화두로 떠오를 수 있도록 집중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간협은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직후 총선기획단을 발족해 일찍이 활동에 들어갔다. 간협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간호법이다. 지난 11월 수정된 간호법이 재발의 되면서 불씨가 되살아나자 이번에야말로 간호법을 제정하겠단 각오다.

백찬기 간협 홍보국장은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1월 간호법을 재발의 했으니 어떻게 전개될지는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며 “간협은 간호사들의 정치 참여 독려 차원에서 1인 1정당 가입하기, 투표 참여하기, 간호사 후보 추천 등 여러 총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대한병원협회(병협)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진 않았지만 내년 총선에 거는 기대가 크다. 송재찬 병협 상근부회장은 “아직 논의된 것은 없다”면서도 “의료전달체계 정상화, 필수의료에 대한 충분한 보상 지급, 중소병원 기능 강화 등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정치권의 보건의료계 인재 영입을 위한 검토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27일 흉부외과 전문의인 강청희 전 의협 상근부회장을 영입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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