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에 프로듀서 시스템 정착시킨 연극열전 20주년
관객투표로 5편 선정… 1차로 ‘엠. 버터플라이’ ‘웃음의 대학’ 등 4편 확정
한국 연극계에 프로듀서 주도 제작방식을 정착시킨 ‘연극열전’이 2024년 10번째 시즌을 시작한다. ㈜연극열전은 연극열전 설립 20주년을 맞아 오는 3월부터 2026년 상반기까지 총 10편의 작품을 선보이는 ‘연극열전10’을 준비했다.
연극열전은 지난 2004년 동숭아트센터 공연기획팀장이었던 고 홍기유 프로듀서가 만들었다. 2003년 극단 차이무의 대표 레퍼토리들을 잇달아 선보이는 ‘생연극 시리즈’를 시도해 성공을 거둔 홍 프로듀서는 1980~2000년대까지 한국 연극사에 획을 그은 10개 극단의 작품 15편을 1년 동안 선보인 연극열전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당시 이 프로젝트에 든 비용은 약 40억원. 영화나 드라마 제작비와 비교하면 적지만 연극계로서는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연극열전은 초기엔 상업적인 기획으로 폄하됐으나 점차 레퍼토리 시스템의 중요성을 연극계에 인식시켰다. 이에 따라 공연시장을 분석해 기획, 제작, 마케팅을 종합적으로 펼쳐나가는 프로듀서 중심의 다양한 제작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연극열전 이후 대학로의 무게중심은 극단에서 프로듀서 중심 제작사로 옮겨지게 됐다.
연극열전의 성과를 토대로 설립된 ㈜연극열전은 2008년 시즌2를 시작해 2~3년마다 시즌을 선보였다. 홍 프로듀서가 시즌4를 끝으로 ㈜연극열전을 떠났지만, 연극열전은 끝나지 않았다. 2004년 ㈜연극열전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며 2007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던 허지혜 프로듀서가 2012년 회사를 인수하며 이어갔기 때문이다. 허 프로듀서가 이끄는 연극열전은 격년제로 신작과 레퍼토리 작품을 번갈아 선보이는 시즌제 운영을 포함한 공동제작 및 제작투자 등의 다양한 제작방식을 도입했다. 지금까지 연극열전은 총 110편의 작품을 1만 회 이상 상연하며 약 200만 명의 관객과 만났다.
연극열전 20주년을 기념하는 ‘연극열전10’은 지난 발자취와 새로운 도약의 의미를 담아 ‘연극열전2’부터 ‘연극열전9’까지의 작품 중 대표작 10편을 선보인다. 연극열전이 선택한 연극 5편 ‘웃음의 대학’ ‘엠.버터플라이’ ‘프라이드’ ‘킬 미 나우’ ‘톡톡’과 지난 7월 8099명의 관객 투표에서 다득표한 연극 4편 ‘킬롤로지’ ‘렁스’ ‘마우스피스’ ‘보이지 않는 손’ 그리고 뮤지컬 '웨이스티드'가 라인업에 올랐다.
연극열전은 2024년 1차 라인업으로 4편을 확정해 발표했다. 우선 3월 16일~5월 12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되는 ‘엠.버터플라이’(M.Butterfly). 중국계 미국 극작가 데이비드 헨리 황의 대표작으로 국내에서는 2012년 초연했다. 중국 경극 배우이자 스파이였던 여장남자 쉬 페이푸가 프랑스 외교관 버나드 브루시코를 속이고 국가 기밀을 유출한 사건을 다뤘다.
이어 5월 11일~6월 9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웃음의 대학’을 선보인다. 일본 최고의 코미디 작가 미타니 코키의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2008년 처음 무대에 올랐다. 제2차 세계대전을 바탕으로 희극 작품을 없애려는 냉정한 검열관과 웃음에 사활을 건 작가 사이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았다.
세 번째 작품인 ‘킬롤로지’(Killology)는 9월 27일~12월 1일 대학로 TOM 2관에서 공연된다. 영국 극작가 게리 오웬의 작품으로 2018년 국내 초연했다. 사람을 잔인하게 죽일수록 더 높은 점수를 받는 가상의 온라인 게임을 소재로 폭력의 책임에 관해 묻는다. 게임과 똑같은 방식으로 현실에서 살해된 소년과 소년의 아버지, 게임의 개발자가 각자의 입장에서 독백하는 형식의 3인극이다.
마지막 작품 ‘톡톡’(TOC TOC)은 12월 6일~내년 2월 16일 대학로 TOM 2관에서 관객과 만난다. 프랑스 유명 작가 겸 배우인 로랑 바피가 집필한 작품으로 2016년 국내 초연했다. 강박증 치료 분야의 일인자인 스텐 박사가 확인 강박증을 앓는 마리, 동어반복증을 가진 릴리 등 환자들을 진료하며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렸다.
연극열전은 향후 나머지 6편의 일정을 공개할 예정이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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