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명중 3명만 알아챘다…美고교생 충격의 가짜뉴스 감별
#. 미국 텍사스주(州) 댈러스에 사는 고3 매디 밀러(17)는 요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상황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서 확인한다. SNS에선 폐허 속 다친 아이들, 공포에 질린 주민이 도망치는 장면들이 생중계된다. 밀러는 “틱톡, 인스타그램을 클릭하면 ‘여기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 내부에서 찍은 영상이 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뜬다”며 “가끔 10분 정도 앉아서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파악해야 할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청소년 0.1%만 가짜뉴스 영상 구분
미국 CBS방송은 지난 19일 미국 청소년들이 ‘제2차 SNS 전쟁’에 갇혔다는 보도를 내놨다. 2022년 2월 발생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하마스전쟁을 미 청소년들이 SNS을 통해 여과 없이 보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매체는 전쟁 관련 가짜뉴스에 가장 혼란을 느끼는 집단으로 Z세대 청소년을 지목했다. 미국의 Z세대 청소년의 절반(51%)이 SNS로 매일 뉴스를 접하고 소비하기 때문이다.
CBS는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미국 청소년 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가짜뉴스 동영상 실험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연구진은 3000명 이상의 고교생을 대상으로 게재 주체를 알 수 없는 동영상을 보게 한 뒤 진위 판단을 맡겼다. 해당 동영상은 “미국에서 ‘부정선거’가 벌어졌다”는 제목인데, 자세히 보면 러시아 부정선거에 관한 내용이었다.
연구진은 학생들에게 30초 정도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줬다. 하지만 실험 참여자 중 단 0.1%(3명)만 가짜뉴스를 알아챘다. 대다수는 해당 영상의 제목과 내용이 맞지 않다는 사실을 쉽게 밝혀내지 못했다.
가짜 뉴스는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졌다. CBS는 틱톡·인스타그램에 10대 청소년을 가장한 3개의 가상 계정을 만들었다. 첫 계정으로 이스라엘 관련 간단한 용어를 검색하고, 두 번째 계정으로 팔레스타인, 세 번째 계정으론 둘 다를 검색했다. 각 계정은 팔로워가 1000명 이상인 전쟁과 관련 없는 계정을 ‘팔로잉’한 상태였다.
처음엔 '고등학교 입학 준비·화장법' 등 일반적인 10대 콘텐트가 올라왔지만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을 검색한지 얼마 되지 않아 세 계정 모두 가짜 전쟁 콘텐트가 넘쳐나기 시작했다. 이 중엔 가자지구 한 병원의 간호사가 "하마스가 시설을 장악했다"며 "모르핀 없이 아이를 수술해야 했다"고 울먹이는 가짜 영상도 있었다. 이란 전투기가 이스라엘 해군의 항공모함에 착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도 있었다. 이스라엘 해군엔 항모 자체가 없다.
SNS ‘보상 시스템’이 악영향
가짜뉴스의 범람엔 SNS의 속성이 작용한다. 미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연구진이 지난 1월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SNS의 ‘보상 시스템’은 더 자극적이고 더 눈에 띄는 정보를 자주 올리고 공유하는 계정에 더 많은 방문자를 찾아오게 한다. 그래서 수많은 계정은 “남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정보”를 습관적으로 공유한다.
그래서 ‘실시간 업데이트’ 되는 전쟁 콘텐트을 몇번 보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CNN은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잔인한 분쟁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위해 SNS에 눈을 돌리고 있다”며 “‘생생한 이스라엘 영상’에서부터 ‘지금 이스라엘에서 실시간 스트리밍’ 등의 제목에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SNS의 가짜 콘텐트는 실제 청소년의 생각과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CBS는 "미 전역 학교에서 반유대주의, 이슬람 혐오에 대한 위협과 폭력 보고가 급증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이번 전쟁 이후 샌프란시스코·뉴욕·시카고 등지의 수십 개 학교에서 학생 파업이 일어났다.
하지만 다양한 매체를 이해하도록 돕는 미디어 활용 교육(미디어 리터러시)은 충분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32개 주 청소년들은 관련 교육 과정이 없는 실정이다. 텍사스 등 4개 주만 유치원부터 모든 공립학교에 미디어 리터러시 과정을 의무화하고 있다.
고3 밀러는 CBS에 “옳은 정보를 찾지 않으면 정말 위험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세대가 이슈에 대해 더 많은 교육을 받기길 원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방송 인터뷰에서 학내 반유대주의를 거론하며 “우리는 2023년이 아니라 나치 독일에 사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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