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훈훈뉴스’ 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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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소식인 뉴스(news)인데 느낌은 전혀 새롭지 않은 경우는 숱하다.
'양당이 쌍특검을 밀어붙였다'는 소식은 새해 4월 총선이 올 때까지 계속될(혹은 더 심해질) 갈등의 정치, 극단의 정치를 예고한 뉴스나 다름없다.
이렇듯 암담한 기사 가운데 일상 속 따스한 이야기들은 오히려 더 뉴스로 다가온다.
해가 바뀐다고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차원의 밝은 뉴스가 갑자기 쏟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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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소식인 뉴스(news)인데 느낌은 전혀 새롭지 않은 경우는 숱하다. 뉴스가 주는 불편감이나 울적함에 기시감이 있어서다. 2023년 마지막을 장식한 기사들도 그랬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성 위기로 불안하던 태영건설이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살림살이를 팍팍하게 했던 물가는 계속 높아 1년 상승률은 3.6%로 집계됐다. 출산율은 역대 최저를 거듭 경신하며 급기야 “중세 유럽 흑사병 창궐 당시보다 심각한 수준”이라는 해외 평론까지 나왔다. 정치는 또 어떤가. ‘양당이 쌍특검을 밀어붙였다’는 소식은 새해 4월 총선이 올 때까지 계속될(혹은 더 심해질) 갈등의 정치, 극단의 정치를 예고한 뉴스나 다름없다. 사건 사고는 더욱 가슴 아프다. 마약 수사를 받던 ‘나의 아저씨’ 이선균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많은 이들이 참담함을 느꼈다.
이렇듯 암담한 기사 가운데 일상 속 따스한 이야기들은 오히려 더 뉴스로 다가온다. 극한 호우와 찜통더위를 넘나들며, 신림역에 이어 서현역까지 상상치도 못한 칼부림 사고가 이어졌던 지난여름, 특히 그랬다. 보기 싫은 뉴스에서 그냥 눈을 돌릴 수는 없는 직업적 특성상 기사의 홍수 속에 허우적댈 때 전해진 ‘훈훈한 뉴스’들이 준 힘은 컸다. 지난 7월 두 돌 지난 아기를 데리고 병원 정기 검진을 가려던 길에 계단에서 굴러 크게 다친 한 미혼모를 도운 택시기사의 사연이 전해졌다. 엄마 품에 꼭 안겨 있던 아이는 다행히 하나도 다치지 않았지만, 엄마는 다리를 크게 다쳤다. 앱으로 불러놨던 택시에 겨우 올라탄 이 엄마를 본 택시기사는 “아기 검진이 아니라 엄마 응급실부터 가야 할 것 같다”면서 인근 응급실로 향했다. ‘미혼모여서 아무도 없다’는 아기 엄마의 이야기를 들었던 택시기사는 병원에 도착해서도 응급실 접수를 대신 해준 뒤 택시비도 받지 않고 떠났다. 너무 고마웠는데 갚을 길이 없다며 사연을 온라인에 공유한 이 여성은 “살아오면서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큰 은혜를 받아본 것은 처음”이라고 썼다. 택시기사의 마음을 직접 들을 길은 없었지만, 그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큰 힘이 아기 엄마에게 전해진 것일 터다. 비슷한 시기 아파트 단지에서 배송을 하던 중 갑자기 가슴 통증으로 응급실에 간 60대 택배기사를 위해 아파트 주민들이 수술비를 모아 전달한 사연도 있었다. 택배기사의 아내가 남편의 수술로 배송을 하지 못한다며 보낸 사과 문자를 받은 한 주민이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입주민 단체 채팅방에 올리면서 마음이 모인 것이다. 다행히 택배기사는 무사히 수술을 마쳤다고 한다.
끔찍한 수해로 물에 집이 쓸려 내려간 사람들을 보며 그렇게 눈물이 나고 마음이 아파 잠을 잘 수 없었다는 한 80대 할아버지는 그들을 도와 달라며 500만원을 구청에 전달했다. 기초생활수급비를 아끼고, 공병을 팔아 모은 돈이었다. 또 다른 80대 할머니도 그렇게 도움을 전했다. 누구보다 가진 게 많지 않았을 이들은 선행의 이유로 “그렇게 할 수 있어서”라고 말한다.
미담 속 주인공들이 한 일의 결과는 결코 작지 않지만, 그 마음의 시작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해가 바뀐다고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차원의 밝은 뉴스가 갑자기 쏟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건 각자의 위치에서 다시금 잘 살아보겠다고 마음 먹는 우리 자신 아닐까. 나는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어떤 좋은 일을 하고 있는지(또는 어떤 잘못된 일을 하지 않고 참아내는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는 것부터가 나와 내 이웃을 위한 변화의 시작일 것으로 믿는다.
조민영 경제부 차장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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