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새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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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투르니에는 '외면일기'에서 "크리스마스와 정월 초하루 사이의 기이한 일주일은 시간의 밖에 있는 괄호 속 같다"고 썼다.
잠이 오지 않는 새벽에 뒷산에 올라 일출을 본다거나,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에 온몸을 적시며 걷는다거나, 폭설에도 약속을 취소하지 않고 친구 집으로 향한다거나 하는 일들.
새 마음이란 무엇일까.
매일매일 늙어가고 낡아가는 몸속에서 언제나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마음이라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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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투르니에는 ‘외면일기’에서 “크리스마스와 정월 초하루 사이의 기이한 일주일은 시간의 밖에 있는 괄호 속 같다”고 썼다. 올해에는 이 비현실적인 날들에 환상을 더하듯 폭설이 쏟아졌다. 집 밖을 나서자 눈에 익은 거리가 흰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흰 눈은 차곡차곡 쌓이며 익숙함을 지웠다. 익숙함이 지워진 풍경 속에서 우리는 잠깐 아이와 같은 날것의 눈을 갖게 된다. 낯설어진 세상은 아름다웠다. 타성에 젖어 있던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기분이었다.
2023년은 안 해본 것들을 조금 더 해보려고 한 한 해였다. 이를테면 언제나 물 밖에서 바라보거나 발끝 정도만 담가보았던 바다에 뛰어들기. 처음 몸을 담가 본 물속은 생각보다 더욱 아늑하고 부드러웠다. 어린 시절 배우고 완전히 잊어버렸던 수영을 다시 시도해보았는데 생각보다 몸이 쉽게 떠올랐다. 피부를 부드럽게 감싸는 물의 촉감, 수면 아래에서 느리게 흐르는 시간을 느꼈다. 또 평소라면 피곤함을 피하고 싶어 포기했을 일들을 별 생각 하지 않고 일단 해보았다. 잠이 오지 않는 새벽에 뒷산에 올라 일출을 본다거나,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에 온몸을 적시며 걷는다거나, 폭설에도 약속을 취소하지 않고 친구 집으로 향한다거나 하는 일들. 불편하고 고단한 일일수록 기억 속에 깊게 남았다. 편안함은 기억을 평면적으로 재구성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 개의 시절을 마무리하거나 마음을 다스리고 싶을 때 떠올리는 말이 있다. ‘새 마음으로’라는 친구 이슬아 작가의 책 제목이다. 새 마음이란 무엇일까. 매일매일 늙어가고 낡아가는 몸속에서 언제나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마음이라는 것은. 새 마음과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뒤로할 수 있을 것 같다. 새해에는 끊임없이 새 마음을 발견하기를, 새 마음을 담는 그릇으로서 나의 몸이 여유롭기를, 모두가 새 마음과 헌 마음을 세심히 돌보며 살아가는 새해를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김선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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