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에 드라마·영화 접목 시도… 다음세대 교회로 이끌어
2013년 캐나다 토론토대에서 신학 박사 학위를 받은 직후 그에게 담임목사 청빙 제안이 왔다. 70여년의 오랜 전통을 가진 교회였다. 교수냐 목회자냐 기로에 섰던 그는 2016년 선배 목회자들의 권유로 마흔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교회의 공적 역할을 고민했던 그는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보듬으며 한편으로는 이주민의 그늘막이 돼줬다. 그렇게 8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교회는 지역사회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안산제일교회와 허요환(47) 목사가 그 주인공이다.
“큰 규모에 오랜 역사를 지닌 교회이고 이전 목사님이신 고훈 원로목사님이 높은 선배이다보니 부담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겠죠. ‘과연 내가 감당할 만한 그릇이 될까’ 그런 고민도 많이 했죠.”
지난달 21일 경기도 안산의 교회 목양실에서 만난 허 목사는 청빙 당시 심정을 이같이 회고했다.
본래 그는 교회보다는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칠 생각이었다. 실제로 교회에 청빙되는 과정에 장로회신학대 교수 임용에 합격하기도 했다.
허 목사는 “하지만 김운용 장신대 총장님과 류영모 한소망교회 목사님이 ‘학교도 좋지만, 목회 현장에서도 학교를 섬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은사인 두 선배 목회자의 설득으로 청빙에 응했다.
40년 넘게 안산제일교회를 섬긴 고훈 원로목사의 바통을 이어받은 허 목사는 동사목사로 지내며 되레 부담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고 원로목사님은 동네 할아버지처럼 저를 편하게 대해주셨고 따뜻한 열정을 심어주셨다. 1년 동안 원로목사님은 저에게 강단을 오롯이 맡기셨다”고 전했다.
허 목사가 3대 목회자로 추대되고는 예배가 젊어졌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드라마나 영화 등 미디어를 접목해 설교를 전했으며 다음세대를 위한 예배 속에 찬양을 대폭 늘렸다.
그는 “드라마나 영화, 책 등은 설교를 위해 적극 활용하기 좋다. 그 속의 이야기들도 은혜로운 일이 종종 있으며 다음세대들에게 흡입력을 위한 도구로도 충분하다”며 “또 다음세대는 찬양을 많이 좋아한다. 그래서 교회에 현대적 예배로 바꾸고자 찬양팀을 적극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교회는 기존 2~4부 예배 중 4부만 찬양단과 밴드를 동시 운영하는 열린 예배를 드렸다. 하지만 허 목사 취임 이후 모든 예배가 같은 형식으로 드리고 있다.
허 목사는 70년 넘는 교회 역사를 발전적으로 계승하는 목회를 지향한다. 그는 “교회에서 주로 해왔던 사역은 장애인을 비롯해 외국인 이주민, 이웃 주민들을 위한 사회복지 활동이었다”며 “담임목회자로 부임한 이후에는 ‘이를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까’란 생각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그래서일까. 이 같은 고민은 안산제일교회 표어 중 하나인 ‘도시의 영성을 새롭게 하는 교회’로 이어졌다.
담임목사로 부임했던 시점은 세월호 참사가 터진 지 2년쯤 지난 때였다. 교회에 다니던 아이 중에서도 참사를 당한 이도 몇몇 있었으며 주변 지인과 연결된 가족들도 적지 않았다. 안산이라는 지역이 정서적으로 건강해져야겠다고 생각한 허 목사는 “교회는 도시와 지역구에서 원하는 복지를 펼칠 수 있다”며 “사랑이 담긴 하나님의 말씀을 나누고 교제하면서 동시에 주민들의 정서를 어루만져주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교회 옆에 있는 브리지 센터 건물이 그 결과물이다. 브리지 센터는 주말에는 교인들의 교제 장소가 되는가 하면 주중에는 지역 주민에게 도서관을 비롯해 장애인 돌봄센터와 아이들이 방과 후 머물 수 있는 쉼터가 되고 있다. 허 목사는 “브리지 센터는 옛날에 교육관으로만 사용했다”면서 “하지만 교회와 우리 지역이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름을 바꾸고 사회에 내놨다”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안산은 외국인 이주민(10만1850명)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그렇기에 허 목사는 외국인 이주민을 향한 각별한 애정을 품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주민 종교 생활에 관한 조사연구 세미나’를 진행했는가 하면 지난 10월에는 직접 네팔을 방문해 고향으로 돌아갔던 이주민들을 모아 ‘홈커밍데이’를 열기도 했다.
허 목사는 “‘출산율은 낮아지고 산업 현장의 인력은 점점 줄어든다. 이주민을 늘려 인력을 채워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주민을 향한 배타성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회가 이주민을 향한 배타성을 극복해야 한다”며 “이주민을 환대하고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면서 역파송하는 것을 꿈꾼다”고 덧붙였다.
안산=김동규 기자 k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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