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교회가 먼저 밟은 소멸의 길… 작지만 강한 교회로 이어졌다
서구교회는 20세기 들어서면서 복음의 황금기를 누렸다. 1900년대 초반 당대에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지상명령을 완수할 수 있다고 믿었다. 교파를 초월한 선교사들이 한데 모였던 1910년 에든버러세계선교대회가 당시 서구교회의 선교적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한 대목이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모인 1200여명의 세계 선교 관계자들은 1793년 윌리엄 캐리의 인도 선교 이후 폭발적으로 확장된 선교 현실을 진단하고 전략을 모색했다. 하지만 빠르게 퍼진 세속주의와 연이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경험한 뒤 자신감은 자취를 감췄다.
미국 고든콘웰신학교 세계기독교연구센터의 지나 절로 공동소장은 2022년 펴낸 ‘글로벌 크리스채너티’에서 유럽 기독교인이 1900년 전체 95%에서 2020년 76%로 줄었다고 분석했다. 북미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기독교인은 97%에서 73%로 줄었다. 절로 소장은 “줄어든 수치에는 적지 않은 수의 명목상 기독교인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교인이 줄어들자 서구교회는 교회의 역할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194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창립한 세계교회협의회도 ‘교회를 교회답게 하라(Let the churches be the Church)’는 기치 아래 변화한 시대에 맞는 교회론을 찾기 위해 연구했다.
한신대 겸임교수인 한강희 낙산교회 목사는 지난 3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세계교회협의회는 오랜 세월 교회론에 대한 고민 끝에 선교와 전도를 총체적으로 포괄하는 교회의 역할과 의미를 구체화해 왔다”면서 “지금 교회의 선교적 과제가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섰다고 보고 제국과 신자유주의, 이민, 전쟁과 테러, 기후 위기, 환경 파괴 등 무수히 많은 과제에 응답하는 방향으로 선교적 교회론을 정립했다”고 말했다.
서구 교회론의 새로운 지평을 연 레슬리 뉴비긴(1909~1998)도 변화의 중심에서 교회가 갈 길을 열었다. 스코틀랜드장로교에서 목사안수를 받은 그는 영국의 신학자이면서 오랜 세월 인도 선교사로 활동했다. 세계교회협의회에서 활동했지만 복음주의권에도 큰 영향력을 미쳤다. 그는 ‘다원주의적 서양 사회로 다시 파견된 선교사’라는 별칭을 지녔다. 인도에서 사역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오니 기독교 국가이던 영국이 세속화에 물들어 오히려 선교지가 됐다는 그의 고백에 따라 만들어진 정체성이었다.
그는 영국교회협의회 후원을 받아 ‘복음과 우리 문화’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이를 통해 ‘서구 기독교의 위기’ ‘헬라인에게는 미련한 것이요’ ‘다원주의 사회에서의 복음’ 등을 펴내면서 교회와 기독교인의 사명에 대해 고민했다. 그의 이름을 가장 널리 알린 책은 ‘교회란 무엇인가’다. 1952년 영국 글래스고 트리니티칼리지에서 당시 에큐메니컬 논쟁의 핵심이던 교회의 본질에 대한 그의 강의를 묶었다.
뉴비긴은 “교회란 믿음과 소망의 종말론적 긴장 가운데 마지막 때를 기다리며 현재의 죄 많은 세대에 몸담은 채 오직 하나님의 자비로 살아가는 공동체로 그 궁극적 의미는 사랑에서 발견된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가 선교적 정체성을 상실한다는 것은 교회의 정체성 자체를 상실하는 것이며 그러한 선교적 과업은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실제로 구현하는 공동체를 통해서만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사랑과 선교적 공동체, 실천하는 신앙을 강조하면서 교회다운 교회가 되라고 조언한 셈이다.
서구교회는 과거보다 교세가 줄었을 뿐 교회가 사라진 건 아니다. 교회다운 교회는 오히려 늘었다. 더욱이 ‘새로운 교회’들의 등장은 코로나19 이후 새 길을 모색하는 한국교회에 적지 않은 도전이 되고 있다. ‘한국적 교회론’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이유다.
잘 알려진 대로 영국교회에는 ‘새로운 표현들’(FX·Fresh Expressions)이라는 운동이 자리 잡았다. 10여년 전 영국성공회가 발표한 선교전략 보고서로 미국에서 시작된 ‘선교적 교회’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에도 소개돼 지역교회에 적용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표현들’은 기존 교회의 관행 대신 ‘완벽한 변혁’을 지향한다. 영국 남부 폴지스 해변의 서퍼들을 위한 교회가 대표적이다. 근엄할 것만 같은 영국 옥스퍼드 세인트알데이트성공회교회의 주일예배에서는 모든 세대가 한자리에서 예배하며 통성기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존 웨슬리가 처음으로 대중설교 했던 브리스톨 교회들이 기도를 통해 도시의 재부흥을 이끌자고 의기투합한 것도 이 연장선에 있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한국적 교회론’을 제안했다. 조 교수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에 셀 수 없이 많은 기독교 콘텐츠가 축적됐다”면서 “이를 기반으로 교회 건물 등 보이는 것에 치우쳐 있던 교회론에서 과감히 벗어나 바울이 말한 ‘복음의 자유’를 실천할 한국만의 교회론을 만들어 세계교회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복음으로 회귀해 복음으로 거듭나는 교회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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