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전용대 (20) 건강하게 첫딸 출산… 부모 마음 깨닫자 돌아가신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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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은혜로 시작된 결혼 생활이 1년쯤 다다랐을 때 문득 마음에 떠오른 생각이 있다.
'내게도 사랑스러운 자녀가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아내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결혼 전부터 '아이는 낳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주님, 귀한 자녀를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연약한 제 마음에 불안이 몰려옵니다. 혹시라도 저희 아이가 불편함 몸으로 태어나면 어쩌나 싶은 걱정이 있습니다. 부디 아내와 아이를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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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부터 아이 낳지 말아야겠다 결심
1년쯤 지난 무렵 자녀에 대한 마음 생겨
하나님의 은혜로 시작된 결혼 생활이 1년쯤 다다랐을 때 문득 마음에 떠오른 생각이 있다. ‘내게도 사랑스러운 자녀가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아내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결혼 전부터 ‘아이는 낳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내가 가진 장애가 아이에게로 이어질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더군다나 나는 자살하겠다고 먹지 말아야 할 약도 많이 먹은 몸이었다. 둘째, 자녀에게 부끄러운 아버지로 살아가야 할 것에 대한 아픔 때문이었다. 아이를 안아 줄 수도, 업어 줄 수도 없는 아비여야 했고 그로 인해 아이가 놀림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컸다.
그런데 그날따라 자녀에 대한 마음이 간절하게 가슴을 두드렸다. 결국 아내에게 마음을 털어놨고 그날로 우리 부부는 본격적으로 아이를 놓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무엇이든 하나님의 때가 있는 법, 때가 됐기 때문에 우리 부부에게 기도의 마음을 주시지 않았을까 싶었다. 간절함은 그 열매의 당도를 결정하기 마련이다. 얼마 후 아내의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세상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달콤한 기쁨을 느꼈다. 그리고 더 간절한 기도를 이어갔다.
“주님, 귀한 자녀를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연약한 제 마음에 불안이 몰려옵니다. 혹시라도 저희 아이가 불편함 몸으로 태어나면 어쩌나 싶은 걱정이 있습니다. 부디 아내와 아이를 지켜주세요.”
2003년 7월 7일 드디어 첫딸 혜나가 세상에 나왔다. 가장 먼저 시선이 간 곳은 아이의 다리였다. ‘정상!’ 다음으로 얼굴을 봤다. 그간 내가 먹은 약에 대한 부작용이 떠올랐다. ‘정상!’ 마지막으로 손과 발 모두 건강한 모습을 확인하고야 기쁨과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아이를 키워봐야 부모 마음을 안다’는 말은 진리 중의 진리다. 모든 사람에게 있어 어머니는 사랑 그 자체이자 버팀목일 것이다. 장애인 아빠와 성장을 함께하고도 자신의 든든한 버팀목이라 생각해 준 아이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내게 언제나 건강한 모습으로 곁에 계실 것 같았던 어머니도 노환으로 병상에 눕는 날이 많아졌다. 그날도 어머니를 뵈러 갔는데 발길이 떨어지질 않았다. 왠지 그 순간이 마지막일 것만 같은 두려움이 있었다. ‘예정된 집회를 취소해야 할까.’
이런 사정을 안 셋째 누나는 걱정 말고 집회부터 다녀오라고 했다. 결국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겨우 옮겨 강원도로 향했다. 가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아 수시로 누나에게 전화를 걸어 어머니의 상태를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온 힘을 다해 집회를 마치고는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는 어떠셔?” “의식은 없지만 숨은 쉬셔.” “지금 집회 끝났어. 바로 출발할게.” “조심히 와.” 바로 출발한다는 내 이야기를 들은 누나가 의식도 없고 아무것도 듣지 못할 것 같은 어머니에게 큰 소리로 말을 전하는 게 수화기 밖으로 들렸다. “엄마! 용대 출발한대요. 곧 온대요.” 그런데 이 말을 들으셨는지 잠시 후 어머니는 숨을 거두셨다고 한다. 마치 내가 온다는 얘기를 기다리셨다는 듯이 말이다.
내가 집회 때마다 부르는 찬양이 있다. ‘어머니의 성경책’이다. 하지만 이 찬양을 끝까지 불러 본 적이 거의 없다. 찬양할 때마다 목이 메기 때문이다.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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