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不遷怒 不貳過
2024. 1. 1. 02:03
살다보면 화가 치밀 때도 있고, 실수를 범할 때도 있다. 관건은 치민 화와 저지른 실수를 어떻게 마무리하느냐다. 마무리하는 태도에 따라 배워 닦기를 좋아하는 인격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이 확연히 구별된다.
노나라 애공이 공자에게 “제자 중에 누가 배우기를 좋아하느냐”고 묻자, 공자는 “안회(顔回)라는 제자가 배우기를 좋아하여 성냄을 옮기지 않고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았었는데 불행히도 단명하여 지금은 그만한 제자가 없다”고 답하며 안회의 죽음을 아쉬워했다. 여기서 “성냄을 옮기지 않고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다”라는 뜻의 유명한 6자성어 ‘불천노 불이과(不遷怒 不貳過)’가 탄생했다.
노여움은 화를 나게 한 당장의 그 일에 대해서만 표해야 한다. ‘화장실 청소 좀 자주 하자’며 다투던 부부싸움이 친정의 교육수준을 들먹이고 시댁의 촌스런 생활습관을 지적하는 데로 옮겨 번지면 이혼을 부르는 큰 싸움이 될 수 있다. ‘양말 뒤집어 벗어놓는’ 잘못 역시 거듭하다 보면 감당할 수 없는 큰 부부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 “당신 하는 짓이 예나 지금이나 다 그렇지 뭐….” 파탄을 원치 않거든 입에 담지 말아야 할 말이다. 새해엔 ‘불천노 불이과(不遷怒 不貳過)’로 우리 모두의 삶이 더욱 아름다워졌으면 좋겠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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