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최악 공습 다음날 맞불…러시아 “집속탄에 당해”
우크라이나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러시아 서부 도시 벨고로드에 대규모 공격을 감행해 어린이 3명을 포함해 최소 21명의 민간인이 숨지고 110명이 다쳤다고 러시아 당국이 밝혔다.
이날 공습은 지난해 2월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의 단일 공격으로 최대 규모다. 전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도시·마을 120곳 이상을 공습한 데 대한 보복 성격이다. 유엔은 양국 모두에 민간인과 거주지를 겨냥한 공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은 이날 우크라이나의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30㎞ 떨어진 벨고로드를 포함해 수도 모스크바와 브랸스크·오룔·쿠르스크에서 드론 32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벨고로드에서만 10여 건의 화재가 발생했고 40여 개 민간 시설물이 파괴됐다. 브랸스크에서는 9살 어린이가 사망했다. 벨고로드 상황을 보고받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하일 무라시코 장관 등을 급파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이 국제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집속탄 형태의 ‘올하’ 미사일 2발과 체코산 RM-70 ‘뱀파이어’ 다연장 로켓으로 벨고로드의 민간인 거주지를 무차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집속탄은 모폭탄을 투하하면 공중에서 수백여 개의 새끼 폭탄이 사방으로 흩어져 광범위한 지역에 피해를 일으키는 살상 무기다. 이 때문에 2008년 집속탄 사용·제조·보유·이전을 금지하는 국제 협약인 ‘집속탄 금지협약’이 체결됐다. 그러나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집속탄을 사용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주유엔 러시아 대사인 바실리 네벤지아는 이날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우크라이나가 민간 도시를 겨냥해 사전 계획한 테러 공격”이라고 규탄했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와 서방 동맹국들은 “이번 전쟁은 러시아가 촉발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모하메드 키아리 유엔 사무차장보는 “민간인과 민간인 지역에 대한 공격은 국제인도법을 위반하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양국 모두에 공격 중단을 촉구했다.
우크라이나의 이번 공격은 전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개전 이후 최대 규모 공습을 퍼부은 것에 대한 맞불 공습이었다. 러시아는 지난달 28일 밤부터 29일 새벽 사이 미사일 122발과 드론 36대를 동원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제2 도시 하르키우, 오데사·드니프로 등 우크라이나 120개 이상 도시와 마을을 공격했다. 이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인 최소 41명이 사망하고 159명이 다쳤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야간 연설을 통해 러시아를 규탄하며 “우리는 전쟁이 시작된 곳, 즉 러시아로 전쟁을 되돌려줄 것”이라며 반격을 예고한 바 있다.
러시아는 이날 다시 하르키우를 공격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30일 밤 S-300 미사일을 최소 6발 발사해 도심에 호텔과 의료기관, 아파트, 유치원 등을 파괴했다. 우크라이나 경찰은 14세와 16세 소년, 독일인 기자 1명 등을 포함해 최소 28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새해를 앞두고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는 것은 러시아 대선(3월 17일)을 앞두고 푸틴 대통령의 지지 세력을 결집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8일 중앙선관위에 대선 후보 등록을 위한 서류를 제출하고 5선에 도전한 상태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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