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마음, 널리 퍼지길!” 제야의 종 울린 시민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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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을 하면, 주변으로 전염이 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던 한 해였어요. 개인의 따뜻한 마음이 하나하나씩 쌓여 사회 전체가 따뜻해지는 새해가 됐으면 합니다."
2023년 마지막 밤인 31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제야의 종'을 울린 시민대표 중 한 명인 김민영 안경사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제야의 종을 치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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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심폐소생해 구한 방사선사 등
“좋은 일 하면 주변으로 퍼지더라”
“좋은 일을 하면, 주변으로 전염이 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던 한 해였어요. 개인의 따뜻한 마음이 하나하나씩 쌓여 사회 전체가 따뜻해지는 새해가 됐으면 합니다.”
2023년 마지막 밤인 31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제야의 종’을 울린 시민대표 중 한 명인 김민영 안경사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제야의 종을 치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충현동 ‘종근당안경원’ 사장인 김씨는 지난 5월 19일 상가 입구에 식은땀을 흘리며 쓰러진 노인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넸던 인물이다. 당시 돈이 없으니 119는 부르지 말라는 노인의 말에 김씨는 “안 갚아도 된다. 목숨이 우선”이라며 병원비 20만원을 쥐여줬다. 덕분에 노인은 제때 치료를 받고 무사히 퇴원했다.
그의 선행이 알려진 후 안경점을 찾는 손님들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김씨는 “소식을 들은 손님들이 자신들도 타인을 따뜻하게 보게 됐다고 하더라. 그런 마음이 주변에 널리 퍼지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도움을 받았던 노인도 최근 선물 꾸러미를 들고 김씨를 찾았다.
한 해 동안 사회에 감동과 희망을 준 ‘시민 영웅’들이 갑진년 새해의 출발을 알리는 제야의 종을 울렸다. 김씨 외에도 지난 8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 벌어진 흉기난동 사건 당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여성을 발견하고 응급처치를 한 윤도일군, 보호종료아동에서 자립준비청년 멘토가 된 박강빈씨,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최고령 응시자 김정자씨, 청각장애 탁구선수 이창준씨 등이다. 시민 대표로 뽑힌 이들은 “새해는 안전하고 따뜻한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시민대표 순천향대 서울병원 방사선사 박상우씨는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며 “우리 아이들이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한 시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사회에서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씨는 지난 3월 2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주택가 골목에 쓰러져 있는 학생을 발견하고 달려가 그의 목숨을 구했다. 출근길이던 박씨는 쓰러진 사람을 보고 망설임 없이 뛰어갔다. 학생의 맥박과 호흡이 느껴지지 않았다. 박씨는 학생의 입안 가득한 이물질을 빼낸 뒤 정신없이 5분여간 심폐소생을 했다. 주변을 지나던 택시기사와 행인도 박씨를 도왔다. 구급차가 도착하기 직전 ‘악’ 소리와 함께 학생의 호흡이 돌아왔다.
박씨는 “의료인인 나조차도 굉장히 떨렸다. 나처럼 돕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혹시라도 나중에 도움의 손길이 자신에게 칼이 돼 돌아올까 걱정해 지나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며 “이 사례가 누구든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는 타인을 도울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67년부터 56년간 형편이 어려운 부부 1만5000쌍에게 무료 결혼식을 올려준 경남 창원 ‘신신예식장’의 백남문씨도 이날 타종행사 시민대표로 참석했다. 백씨는 올 초 작고한 아버지 고(故) 백낙삼씨의 뜻을 이어받아 예식장을 운영하고 있다. 새해에도 100여쌍의 결혼식을 여는 게 목표다. 백씨는 “아버지가 하던 일을 이어받아 하고 있는 이 일이 사회에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여전히 형편이 어려워서 결혼식을 하지 못하고 계속 미루는 분들이 있다. 결혼을 하고 아이 낳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분들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정신영 김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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