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기향 총괄 “라이엇 게임즈, 2024년엔 국외 문화유산 환수에 집중” [쿠키인터뷰]

차종관 2024. 1. 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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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주머니’ 역할 톡톡히…총 6건의 국외 문화재 환수
최우선 지원 필요한 곳 수시 확인하며 사회공헌 전개
“플레이어 없이는 진행될 수 없는 사업” 감사 인사 전해
구기향 라이엇게임즈코리아 사회환원 총괄. 사진=임형택 기자 

“엄마, 나 ‘리그 오브 레전드(LoL)’ 하는 애국자야.”

게임에 과금을 한다는 것은 자칫 부담스러울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LoL 플레이어들에게는 자랑스러운 경험이다. 자신이 구매한 ‘스킨’이 문화유산으로 돌아올 것을 알기 때문이다.

10여년 전부터 이어져 온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의 국외 문화유산 환수 등 사회공헌은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해외 게임사임에도 불구하고 놀이 문화를 만드는 주체로써 문화유산을 보호하겠다는 활동 기조는 플레이어들에게 감동과 효능감을 줬다.

지금껏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의 활약으로 국내에 돌아온 보물은 2014년 ‘석가삼존도’, 2018년 ‘문조비 신정왕후 왕세자빈책봉 죽책’, 2019년 ‘척암선생문집 책판’, ‘백자이동궁명사각호’, ‘중화궁인’에 이어 2022년 ‘조선왕실유물 보록’ 등 6건에 이른다.

이뿐만이 아니다.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는 ‘문화유적지 3D 정밀측량’, ‘안내판 개선’, ‘보존 처리’, ‘학술연구지원’, ‘해외 문화유적지 복원 및 활용 지원’, ‘근대 문화유적 보존 지원’, ‘국내 긴급 유물 구매 및 전시 지원’, ‘플레이어 역사 교육 지원’ 등에도 도움을 주며 선한 영향력을 펼쳤다.

쿠키뉴스가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에서 사회환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구기향 총괄을 서울 삼성동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사옥에서 만났다. 문화재 환수라는 테마로 사회공헌에 앞장선 지난 10년과 다가올 2024년을 조명했다.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구기향 총괄. 사진=임형택 기자 

“라이엇…뭐라고요?”

라이엇 게임즈는 LoL 한국 진출 당시부터 사회공헌 등 기업의 역할에 고민이 깊었다. 한국 서비스 오픈을 기념해 구미호 전설에 기반을 둔 챔피언 ‘아리’를 공개하고 초반 판매금을 기부했지만, 라이엇 게임즈가 진정 원하는 것은 라이엇 게임즈다운 사회환원 활동이었다. 구 총괄은 한국 오피스에 합류한 2012년부터 ‘직원들이 자랑스러워 할 수 있고 플레이어들도 참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본사와 한국 오피스 직원들의 사담 끝에 역사와 문화재를 다루는 것이 라이엇 게임즈가 할 일일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도출됐다. 구 총괄은 “가장 현대적인 놀이 문화를 만드는 라이엇 게임즈야말로 재미없다고 여겨질 수 있는 역사 이야기를 젊은 플레이어들 앞에 꺼내놓을 수 있는 제일 좋은 화자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비전문가인 입장에서 곧장 문화유산에 관련된 사회공헌을 시작할 순 없었다. 우선 문화재청에서 운영하는 민관 협력 프로그램 ‘문화재 지킴이’부터 시작했다. 외국계 기업이 국내 문화재에 관심을 가지는 것에 의아해하는 눈길도 받았다.

구 총괄은 초기에는 문화재청 담당자들이 라이엇 게임즈라는 회사 이름조차 너무 생소해 하며 잘 못 알아들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내 지정 기탁을 통한 사회공헌 기획과 지속적인 미션 완수로 이어지는 나름의 기부 구조를 만들며 기반을 공고히 다졌다. 최근에는 오히려 문화재청이 먼저 나서 민간 기업 성공 사례로 라이엇 게임즈를 소개한다.

지난 2012년 6월에 시작된 문화재청과의 협력은 2013년 들어 변화를 맞았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단이 국고를 이용해 문화재 환수를 노력하고 있지만, 빠른 시간 내에 판단하고 경매에 들어가야 하는 특성상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것이다. 문화재청은 민간 기업에서 나서 미리 기금을 배치해주고, 케이스가 생기면 며칠에서 수주 내로 빠르게 의사 결정을 해 줄 수 있냐는 요청을 여러 기업에 전달했다. 하지만 아무 곳에서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는 달랐다. 구 총괄은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는 문화재 환수를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며 “당해에 인연을 못 만나더라도 기부금을 지정 기탁해두고, 기회가 있을 때 누적 금액을 사용하는 형태가 되어도 무방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정에는 한국 오피스의 대표와 임원들의 지지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본사도 동의하자 문화재 환수 사업은 2013년에 시작할 수 있었다. 구 총괄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문화재청이 가장 앞에 서서 움직이고,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는 ‘지원 사격을 하는 돈주머니’ 역할이다”라고 덧붙였다. ‘돈주머니’ 콘셉트는 2014년 1월에 석가삼존도를 환수하는 데 성공하며 역할이 증명됐다.

문화재 환수 뿐 아니라 유물 보존 처리, 3D 정밀 측량 지원 등 적재적소에 필요한 문화 사업을 한 것에는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협업도 돋보였다. 구 총괄은 문화재청,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문화유산국민신탁, 개별 고궁박물관 및 중앙박물관과의 미팅을 가지며 “지금 최우선 지원 사격이 필요한 곳은 어디인가”를 수시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상의 집 리뉴얼 사업’과 ‘아리따운 우리 한복전’ 등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의 자체적인 기획 역량을 통한 다각적인 결실도 소개했다. 이러한 결실을 맺는 데에는 많은 인력과 조직 규모가 필요치 않았다. 그는 “정말 소수의 인원이 홍보와 사회 환원 사업을 함께 담당하며, 외부의 인원까지 생각하면 10명 남짓의 팀이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구기향 총괄. 사진=임형택 기자 

나라의 보물을 되찾아오는 등 다양한 결실을 맺는 데 성공한 비결은 뭘까. 구 총괄은 “굉장히 정확한 답이 있다”며 신뢰를 기반한 사전 지정 기탁과 가장 빠른 의사결정을 비법으로 꼽았다. 이어 그는 “올해 기부금을 냈다고 해서 올해 무조건 환수 성과가 나야 하는 형태의 구조가 아니도록 내부 설득과 합의가 다 이루어진 상태”라며 문화재청이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라이엇게임즈코리아와 유기적인 협업을 할 수 있었던 이유를 밝혔다.

고단한 기다림과 노력 끝에, 2022년에는 조선왕실 문화재 보록이 국내로 돌아왔다. 구 총괄은 “마음이 설렜다”며 보록과 인연이 됐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어떤 직장인이 회사에서 일해서 이렇게 칭찬을 많이 받겠나”라며 ‘이래서 LoL은 다르다’, ‘나도 이제 애국자다’, ‘이래서 내가 스킨을 산다’ 등 플레이어들의 목소리를 들을 때 “참 감사하고 뿌듯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는 누적 기부금이 2023년 기준 84억원에 달하고, 이 추세대로라면 향후 2년 안에 100억을 돌파할 예정이다. 연평균 7억원의 국외 소재 문화재 환수 기금을 조성해두고 실시간으로 운용하는 것에 있어서 내부적 의사결정 과정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 분야 사회공헌에 힘쓸 수 있었던 만큼 내부적 지지는 든든했다. 구 총괄은 “회사는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고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지점에 대해 모두 공감대가 있었다”며 “수년 동안 진심을 다해 여러 구조들을 잘 기획한 것이 꾸준히 앞으로 가고 있는 탄탄한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외부의 도움이 필요한 점은 없을까. 구 총괄은 “문화재청을 비롯 많은 파트너들과 아이디어와 견해를 나누고 있어 어떤 부분을 더하면 좋겠다는 부분은 없다.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하고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게임업계의 더 많은 기업들이 문화재 환수에도 관심 가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구 총괄은 2024년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의 사회공헌 사업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플레이어 역사 교육 프로그램인 ‘티모 문화유산 원정대’는 한 번 점검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참여자들의 만족도만큼 경쟁률도 높기에, 더 많은 분들께 더 효율적으로 즐거움을 드릴 방법을 모색하기 위함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무엇보다 국내외 문화유산 제자리 찾기에 집중하려 한다”며 “그중에 가장 큰 부분은 국외 문화재 환수를 지원사격하는 부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긴급 매입이나 전시 지원이 필요한 유물이 있다”며 “코로나 시국에 대중 앞에 못 보여드린 것들이 있다”고 말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구 총괄은 “2023년은 플레이어들을 더 만나려는 한 해였다”고 회상하며 “한국 플레이어들 없이 이 사업들은 진행될 수 없다. 함께 호응하고 자랑스러워해주시기 때문에 10년을 넘어 이어갈 수 있는 사업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을 기획하고 이끌어가는 주체로서 플레이어들께 너무 감사하다고 전해드리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차종관 기자 alone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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